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하나요?우리 아이, 얼마나 끈기 있게 공부하고 있을까?

글. 박민근(마인드클린 심리상담센터 원장) | 모델. 노희영, 조민지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림스튜디오 | 2016년 10호

2016. 10. 14 2299

피아노 학원을 보내면 한 달을 못 버티고 “재미없어!”라며 그만두겠다는 아이,
축구 교실을 보내면 몇 주 안 다니고 “힘들어!”라며 다니기 싫다는 아이,
비싼 돈 들여 마음먹고 유명한 교구를 사 줬더니 몇 번 하지도 않고는 “하기 싫어”라며 밀쳐 두는 아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이의 의견으로 받아들여 인정해 줘야 하나요, 아니면 강압적으로 계속 시켜야 하나요?

공부를 하다가 조금만 어려운 문제가 나와도 안 풀려고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부모는 ‘제대로 설명을 안 해 줘서 그런가?’, ‘문제 풀이를 도와주지 않아서 그런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끈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머리가 나빠서, 좋은 선생님을 못 만나서, 학습교재나 참고서가 맞지 않아서 공부를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될 때도 조금만 살펴보면 그 이유가 아이에게 인내심이 부족하기 때문일 경우가 많습니다. 공부를 제대로 안 하는 우리 아이, 진짜 이유는 끈기 부족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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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다 알아서 해 주는 아이

초등학교 3학년 현성이는 끈기가 부족합니다. 심리검사를 하는 도중에도 그만하면 안 되느냐며 투정을 부렸습니다. 단지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검사 받는 것이 싫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었죠. 평소에도 무슨 일이든 조금만 힘들어도 투정을 부리며 그만하겠다고 떼를 쓴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부모에게도 있었죠. 그럴 때면 “힘들어? 그럼 그만 해.”, “아유, 이건 왜 이렇게 어려워서 우리 아들 힘들게 하는 거야.”라며 오히려 아이를 두둔했습니다. 늦은 나이에 고생해 얻은 현성이는 집안에서 귀한 아이였습니다. 아이 양육에 양가 조부모님까지 가세해 현성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니며 보살폈습니다. 현성이 엄마 역시 헬리콥터처럼 아이 주변을 빙빙 돌며 아이가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알아서 다 해 주는 전형적인 헬리콥터 맘에 가까웠습니다. 교육학자들이 치명적인 양육이라고 부르는 경우죠. 그런 까닭에 현성이는 점점 안하무인이 되어 갔고, 초등학교 입학 뒤부터는 숙제나 시험 공부조차 꼭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현성이 엄마는 뒤늦은 후회로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다른 거 불편하지 않게 도와주면, 현성이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할 거라 믿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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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이겨내고 경험하게 하라

현성이의 마음이 궁금했습니다.
“엄마를 힘들게 해서 미안하긴 한데, 하기 싫은데도 엄마가 자꾸 시키니까 짜증이 났어요.”
이 아이의 진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현성이는 무슨 일이든 꾹 참고 해 본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기질적인 원인도 있었지요. 아이들 중에는 도전적이며, 쉽게 포기하지 않는 기질을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 이런 아이는 겁 없이 도전합니다. 참고 견뎌 내서 성취감을 느낄 때 기쁨을 느낍니다. 반대로 겁 많고 조심스러우며,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성취가 주는 기쁨보다 순간순간의 어려움이나 고통에 더 민감한 아이도 있습니다. 컬럼비아 대학교 심리학과 토리 히긴스 교수는 이런 성향의 사람을 ‘안전지향적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반대는 ‘성취지향적 유형’이지요. 현성이 역시 기질 검사를 해 보니 안전지향형 아이에 속했고, 위험한 일은 지레 겁부터 내는 위험 회피 성향이 강했습니다.
아이에게는 기질에 맞는 양육이 필요합니다. 기질을 바꾸려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것에 따르는 양육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겁쟁이로 키워서는 안 될 것입니다. 때로는 부리로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 뛰어내리게 하는 독수리와 같이 자녀를 대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아이는 영영 둥지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을 테니까요.
현성이 부모에게 알려준 방책 대부분은 공부에 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령 현성이와 함께 캠핑을 자주 다니라고 당부했습니다. 아이가 조금 어려워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상황들을 자주 접하게 해 주라고 권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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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는 도전 과제를 내 주는 사람

마시멜로 테스트를 이끈 세계적인 심리학자 월터 미셸은 “인간은 생각한다, 고로 바뀔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마시멜로 테스트는 600명에게 나중에 두 개를 줄 테니 15분만 마시멜로 먹는 걸 참으라고 했을 때, 끝까지 참은 아이가 고작 30명에 불과했던 실험이었습니다. 이 실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자제력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타고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분명 조금 더 끈기 있는 기질을 타고나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핵심은 끈기 자체보다는 ‘생각’에 있습니다. 좋은 양육이란 조금 참으면 한 개가 아니라 두 개의 마시멜로를 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는 일입니다. 반면 당장 먹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혀, 나중의 이득이나 상황을 까마득히 잊거나 아예 생각할 수 없는 아이라면 덥석 마시멜로를 집어 입에 넣고 말겠지요.
미셸 교수는 타고난 고정값이 얼마가 되었든 아이나 청소년의 자제력은 지속적으로 키울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생각하는 법,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런데 단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직접 경험해 보아야 합니다. 땀을 흘리며, 싫증도 참아 보고, 어려움도 견뎌내며 인내해 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끈질기게 해냈더니 이런 좋은 결과가 오는구나’ 하는 살아 있는 체험을 반복해 보아야 합니다. 좋은 부모란 자녀에게 조금 어려운 과제를 끊임없이 내 주는 사람이며, 그래서 어떤 어려운 일도 견디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사람입니다.
다시 현성이 이야기를 해 볼까요. 1년 넘게 현성이 부모는 갖은 노력을 했습니다. 캠핑도 열심히 다녔고, 전국의 유명 둘레길은 거의 걸었을 정도로 아이의 자립심을 키우는 데 열성적이었습니다. 현성이는 전 같으면 아빠 없이는 절대 하지 않았을 자전거 타기를 혼자서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1년 만에 만난 현성이는 새까맣게 얼굴이 타서 못 알아볼 정도였답니다. 물론 공부나 숙제를 할 때도 전처럼 심하게 투정을 부리거나 싫증 내는 일은 사라졌지요. 끈기 있게 해내는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배우게 된 것입니다.

지금 내 아이는 얼마나 끈기가 있을까요? 부족한 끈기가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다음 체크리스트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아이는 얼마나 끈기 있게 공부하고 있을까요?

* 아이가 아래 문항에 솔직하게 응답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세요.
만약 아이가 체크한 내용이 부정확하다는 판단이 든다면 부모가 직접 관찰을 통해 체크해 보기 바랍니다.

아래 항목들에 모두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단, 절대 척도는 아닙니다.)

1. 숙제나 공부를 시작하면 목표한 분량을 채울 때까지 한다.

 
 

2. 숙제나 공부할 때 한눈팔지 않는다.

 
 

3. 공부할 때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칭찬을 떠올리며 열심히 한다.

 
 

4. 공부할 때는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5. 한 번 산 교재는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공부한다.

 
 

6. 공부를 시작하면 1시간은 쉬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

 
 

7. 일단 약속한 일은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한다.

 
 

8. 한 번 시작한 일(각종 취미활동이나 교습, 모둠 활동)은 6개월 이상 꾸준히 하는 편이다.

 
 

9.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풀어야겠다는 오기가 생긴다.

 
 

10. 줄 서서 기다리기나 가만히 앉아 있기를 잘 참는다.

 
 

11. 아무 말 하지 않고 20분 이상 가만히 있기 테스트를 해낼 수 있다.

 
 

12.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3. 나는 언제나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다.

 
 

14. 중간에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한 번 시작한 일은 끝내야 한다.

 
 

15. 나는 끈기가 있고 부지런하다.

 
 

자녀의 끈기를 키우는 양육 원칙

  1. 1. 품에서 떼어 내 세상을 경험하게 하라.
    품어서만 키운 아이는 자립심을 키울 수 없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규칙을 가르치고, 여러 가지 기술을 연마하게 해서 끈기의 바탕을 만들어야 합니다. 할 줄 아는 일이 많은 아이로 자라도록 힘써 주세요.
  2. 2. 노력과 결실의 과정을 가르쳐라.
    간접경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면 좋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전기를 읽힌다면, 이순신 장군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굽히지 않고 쉼 없이 준비했기 때문에 나중에 큰 일을 해낼 수 있었다는 것을 가르쳐 주세요. 문학작품과 전기는 아이에게 노력과 결실의 인과관계를 깨닫게 하는 좋은 교재입니다.
  3. 3. 칭찬 중독에 유의하라.
    칭찬은 꼭 필요하지만, 적절한 상황에 적절하게 주어져야 합니다. 부모가 칭찬을 남발하면 아이는 칭찬에만 반응하게 됩니다. 칭찬을 듣기 위해 결과에만 집착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칭찬보다 침묵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자신이 한 일에서 생긴 성취감을 혼자서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자신이 멋지게 해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각하게 해 주는 조언이 칭찬보다 중요합니다.
  4. 4. 다양한 신체활동에 도전하게 하라.
    신체활동은 수행 과정에서 자연스레 목표를 정하게 되고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끈기와 인내심, 추진력 등을 기를 수 있습니다. 내향적 아이라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스포츠를 가르치면 됩니다. 뛰어난 보디빌더 가운데는 의외로 내향적인 사람이 많다고 하네요.
  5. 5. 힘들게 버티는 연습을 하게 하라.
    즐겁게 공부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공부를 하며 끈기 있게 버티는 연습을 하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아이에게는 시험 준비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경험이겠죠. 자신이 노력했고, 그 덕에 긍정적인 결과가 생겼다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거기에서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6. 6. 반복훈련을 하게 하라.
    끈기도 훈련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쉬운 목표를 세워 버텨내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게 해 주세요. 그러는 동안 버티는 힘이 생기고 끈기가 키워집니다.
  7. 7. 아주 큰 인내력이 필요한 일에 도전하라.
    단축 마라톤이나 장거리 사이클 타기, 지리산 종주 같은 신체적, 정신적 한계가 필요한 일에 도전해 보게 하세요. 물론 사전에 충분히 아이와 상의를 하고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경험은 아이에게 ‘나도 큰 일을 해냈다’는 자신감과 함께 큰 심리적 자산으로 남습니다.
  8. 8. 자녀의 인내력을 떨어뜨리는 활동은 줄여 나가라.
    텔레비전 시청, 컴퓨터 게임, 웹툰 보기, 학습만화 보기(동화책과는 비교되는)와 같은 일들은 아이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즉각적인 만족을 얻는 활동이지요. 이런 활동을 즐기다 보면 노력해야만 성취감이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일에서는 멀어지게 됩니다.
  9. 9. 아이의 심리상태를 항상 점검하라.
    심리적 어려움이 있을 때 자제력은 더 빨리 바닥납니다. 아이의 심리 상황을 무시하고 무조건 과제나 공부를 강요하는 일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다른 스케줄을 잠시 중단하고 그것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10. 10. 느긋하게 기다려 주어라.
    부모의 조급함이 일을 그르치는 가장 큰 원인일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아이가 하는 일들을 조용히 바라만 볼 줄 아는 미덕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급하면, 아이도 급해집니다. 부모가 인내심을 잃고서 우왕좌왕한다면 아이들 역시 어떤 일에서도 끈기를 발휘하기 힘들어집니다. 때로는 아이가 혼자 이겨내도록, 끈기가 생기도록 조용히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