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 보는 거야!

끝까지 가 보는 거야!스마트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내 아이를 위한 끈기의 기술

글.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의학박사) | 모델. 최유진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림스튜디오 | 2016년 10호

2016. 10. 14 759

인류가 쌓아 온 지식의 역사는 누군가의 끈기 있는 노력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우리가 달은 물론 화성과 목성의 표면까지 볼 수 있게 된 것은 한두 해도 아니고, 수십 년을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주 개발 계획 덕분이다.
첨단 기술의 발명, 질병의 퇴치 같은 일에도 긴 세월에 걸친 끈질긴 노력이 투입된다.
끈기는 개인의 성공뿐만 아니라 인류의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해 온 인간의 위대한 능력 가운데 하나다.

끈기란 무엇인가? 무슨 일을 함에 있어서 물러서지 않고, 지치지 않으며, 결국 끝까지 해내는 힘을 말한다. 아이가 끈기 있는 사람이 되어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그 결과 성공적인 삶을 행복하게 영위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의 한결같은 소망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아이들에게 끈기를 길러 주지 못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미디어가 그중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궁금증을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스마트미디어 덕분에 아이들은 오래 기다리고, 어렵게 찾아내려는 노력을 점점 회피하려 든다. 스마트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끈기를 길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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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미디어, 일단 멀리하라!

“우리 아이가 게임할 때만은 끈기가 있어요. 한번 시작한 것은 끝을 보더라고요.” 이 아이는 끈기가 아주 없지는 않으니 다행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우선 끈기와 집착을 구분해야 한다. 아이가 특정한 장난감이나 놀이에 집착하는 경우 끈기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끈기란 이와 반대로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는 능력을 수반한다. 게임을 더 하고 싶어도 매일 계획되어 있는 공부 분량을 마치기 위해 그만둘 수 있는 아이가 끈기 있는 아이다. 물론 흥미를 느끼는 대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을 끈기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게임의 경우는 더욱 복잡하다. 쾌감을 주는 자극에만 반응하는 경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라는 용어가 있다. 팝콘처럼 톡톡 튀어 오르는 강한 자극에는 빠르게 반응하지만, 평범하거나 조용하거나 작은 자극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 뇌를 말한다. 스마트미디어에 중독된 아이들은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게 된다. 따라서 스마트미디어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현실에 무감각해지고 멍해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아이가 스마트미디어 게임에서 끈기 있는 모습을 보일 때 이는 오히려 중독 상태를 의심하는 강력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즉 끈기는 재미를 느끼는 활동을 지속하는 능력이 아니라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떠한 활동과 노력을 지속하는 능력이라는 점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재미는 끈기에 따라오는 긍정적인 감정 부산물이요, 지루함이나 좌절은 끈기에 따라오는 부정적인 감정 부산물이다. 아이들은 지루함이나 좌절도 참고 나아가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스마트미디어는 너무나 위험하다.
스마트미디어는 아이들에게 정독(精讀)의 기회도 빼앗는다. 책을 읽으면서 한 글자씩 음미하고, 행간의 뜻을 파악하며 천천히 책을 읽는 것이 정독이다. 그러나 스마트미디어의 글은 짧고 간결해서 휙 훑어 읽어도 충분하다. 그런 것에 익숙해지면 긴 글을 찬찬히 살펴 읽는 습관을 기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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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로 키우자

끈기가 위대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며,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오뚝이처럼 일어나서 다시 도전한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요즘 부모들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대신해 주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이에게 실패의 경험을 주고 싶지 않아서다. 좌절이나 실패는 막을 게 아니다. 아이가 실패를 경험했을 때 다시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그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은 관심과 격려 그리고 칭찬이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캐롤 드웩은 뉴욕의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먼저 전체 대상 학생들에게 아주 쉬운 시험 문제를 풀게 했다. 당연히 좋은 점수가 나왔다. 그중 절반의 아이들에게는 “무척 똑똑하구나!”라면서 아이의 지능에 대해 칭찬을 했다. 나머지 절반의 아이들에게는 “무척 애썼구나!”라면서 노력에 대해 칭찬을 해 줬다. 그런 다음에 두 번째 시험을 보는데, 어려운 시험 문제와 쉬운 시험 문제가 출제된 시험지 중에 하나를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그랬더니 노력에 대한 칭찬을 받았던 아이들의 90%는 어려운 시험지를 골랐고, 지능에 대한 칭찬을 받았던 아이들은 대부분이 쉬운 시험지를 골랐다. 자신이 다음에도 머리가 좋다는 칭찬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새롭고 어려운 도전보다는 쉽고 안전한 쪽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어서 세 번째 시험도 진행됐다. 이번에는 아이들 모두에게 똑같이 어려운 문제를 주고 풀게 했다. 그러자 노력에 대해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몰입하고 도전하면서 어떻게든지 풀어 보려고 했다. 즉 끈기 있게 과제에 임한 것이다. 반면 똑똑하다고 칭찬받았던 아이들은 풀기는커녕 포기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봤다. 또한 실패 상황에서 자존감이 낮아졌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었다는 심리적 부담에 괴로워했다.
마지막 시험은 첫 번째 테스트와 같은 난이도의 시험지를 주고 풀게 했다. 노력에 대해 칭찬받은 아이들은 처음 시험을 봤을 때보다 성적이 30%나 올랐다. 그러나 지능에 대해 칭찬받은 아이들은 성적이 오히려 20%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이 실험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아이의 끈기를 길러 주고 싶다면, 아이가 노력해 온 과정에 대해 아낌없이 칭찬해 주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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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를 길러 주는 칭찬법? 어렵지 않아요!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하라고 하는데 잘 안 돼요! 아이가 노력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더 속상하거든요.”
소아청소년 정신과에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고쳐 주고 치료하기 위해서 쓰는 기법 중 ‘긍정적 강화 요법’이라는 게 있다. 아이가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서 그러한 행동을 계속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 요법의 핵심 개념이 바로 칭찬이다. 끈기 있는 행동을 했을 때 칭찬해 주면, 아이는 다음에도 더 끈기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할 테고, 그것이 습관이 되면 끈기 있는 사람이 된다.
다만, 칭찬에도 잘못된 칭찬이 있고 제대로 된 칭찬이 있으므로 주의하자. 아이가 시험에서 100점을 받았을 때, 부모가 가장 많이 하는 세 가지 칭찬이 있다.
1) “또 100점이구나. 참 잘했어. 정말 잘했다.”
2) “우리 수지는 늘 100점만 받는구나.”
3) “열심히 했구나. 엄마는 수지가 자랑스럽다.”
이 세 가지 반응 중 가장 바람직한 것은 무엇일까? 답은 세 번째다. 첫 번째나 두 번째는 100점이라는 점수에 우선적으로 반응하는 칭찬이다. 아이는 은연중에 ‘그래! 무엇보다 100점이 중요하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 ‘다음에 100점을 못 받으면 어떻게 되지?’라는 불안감도 생겨난다. 아이에게 심리적 부담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표현인 것이다. 세 번째는 공부를 열심히 한 ‘과정’에 대한 칭찬이며, 아이의 ‘노력’에 대한 칭찬이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아이에게 잘 전달돼야 한다. 아이의 끈기를 길러 주고 싶다면 끈기 있게 행동해 온 과정을 칭찬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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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모습에서 끈기를 배운다

부모는 아이에게 가장 좋은 교과서다. 백 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 줄 때 아이들은 더 많이 배운다. 부모가 먼저 끈기 있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가장 좋은 끈기 교육법이다. 뭘 어떻게 해야 끈기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취미활동을 통해 보여 주는 것도 좋다. 잠시 접었던 관심사가 있다면 꺼내 보자. 음악·미술·운동일 수도 있고, 과학·문학·철학일 수도 있다. 피아노를 잠시 배웠다가 접었다면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아서 열심히 건반을 두드려 보자. 도스토옙스키의 책을 좀 읽었다면, 그의 전집을 차근차근 하나씩 읽어 보자. 베토벤 음악을 좋아했다면, 그의 음악을 다시 듣고 그의 삶에 대한 공부도 해 보자. 이러한 것이 끈기다. 부모는 아이에게 다음과 같이 말해 줄 수 있다. “엄마가 예전에 베토벤 음악을 좋아했는데, 한동안 바빠서 듣지 못했어. 이제부터 다시 듣기 시작하려고 해. 엄마는 무엇인가를 끈기 있게 하고 싶거든. 너도 무엇인가를 끈기 있게 하면 좋겠어.”, “아빠는 예전에 운동을 무척 좋아했어. 그런데 일하느라 바빠 한동안 운동을 게을리했지. 이제부터는 조금 피곤하고 귀찮아도 열심히 운동할거야.”
부모가 자녀 앞에서 끈기를 보여 주면, 아이도 자연스레 본받게 되어 있다. 부모가 아무런 모범을 보여 주지 않은 채 아이에게 무작정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하거나 혹은 끈기 있게 매달리라고 한다면 뭔가 궁색하지 않은가?

스마트미디어에 익숙한 우리 아이 끈기 기르는 법

  1. 1. 매일 책 읽기
    긴 글을 읽는 훈련이 필요하다. 한 번에 많은 분량을 읽게 하는 것이 아니라 5~10쪽의 분량이라도 매일 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2. 2. 문제 해결 방법 생각하기
    어려움에 부딪힐 때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있음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공부할 때나 일상생활을 할 때 아이가 어려워하며 포기하려 든다면, 부드럽게 제안해 보자. “어떤 방법이 있을까? 천천히 생각해 보면 방법을 찾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이때 아이가 아이디어를 내면 수용한다. “모르는 것은 물어봐요.”, “여러 번 읽어봐요.”, “잠깐 쉬었다가 다시 공부해요.” 등의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3. 3. 스스로 세운 목표 지키기
    공부를 할 때는 아이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할 수 있도록 안내하자. 만약 10문제를 풀겠다고 했다면, 거기에 걸린 시간이 얼마가 됐든 10문제라는 목표를 채웠을 때 칭찬해 주자.

손석한

손석한은 연세신경정신과를 운영하며 급변하는 시대 상황과 우리 정서에 맞는 효과적인 자녀 교육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SBS <긴급출동 SOS24> 자문위원, 육아 방송 <손석한 박사의 1mm 육아>를 진행했고, KBS 해피선데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헬리콥터 부모는 방향을 틀어라!],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 혁명], [빛나는 아이], [엄마 아빠의 칭찬 기술],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