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려운 걸 또 해내네!

그 어려운 걸 또 해내네! 자신감, 실패를 다루는 기술

글. 조선미(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모델. 윤하영, 현혜원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림스튜디오 | 2016년 5호

2016. 05. 20 362

어떤 일에 부딪히기도 전에 포기하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는 당황스럽다.
기죽지 않게 키우려고 노력했고, 자신감을 키워 주기 위해 신경 써 왔는데 뭐가 문제일까?
분명 자신감에 넘쳐야 할 아이가 자신을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여기다니……

한동안 ‘자존감’이라는 키워드가 육아의 핵심처럼 다루어졌다. 그렇지만 최근 발달심리학자들은 더 이상 자존감을 강조하지 않는다. 자존감은 자기에 대해 좋은 감정을 느끼는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존감만으로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성공하기도 어렵고, 실패를 이기기도 어렵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정작 중요한 것은 자존감보다 자신감이라는 것이 요즘의 대세이다.

자존감과 자신감은 어떻게 다를까?

아이들은 자라면서 친밀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이 사랑 받을 만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배워 나간다. 이때 자존감이 발달된다. 또, 같은 방식으로 자신이 능력 있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배우는데, 능력과 책임감에 대한 믿음이 바로 자신감이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는 ‘자신감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발달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기회에 도전하지 못한다. 반대로 자기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강한 사람은 제한된 기회와 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풀어 보려고 노력한다.” 그렇다면 아이의 자신감을 키워 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아이를 자신감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정보가 여기에 있다.

자신감은 부모의 반응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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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는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끄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반응을 유도하는 행동을 하거나 말을 배우는 것 같은 특정한 능력 말이다. 아기는 안기면 눈을 맞추는 능력이 있다. 이것은 부모와 아기 사이에 애착을 형성한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반응을 보여 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게 된다. 특히 발달 초기에 아이들은 주변 환경과의 신체적,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운동 기술, 정신적 기술, 언어 기술, 그리고 대인관계 기술과 사회적 기술 등의 능력을 형성해 나간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의 시도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아이에게 자신감의 싹이 튼다.

  • 아이가 부모를 부르면 일단 눈을 맞추고 주목해 준다.
  • 아이가 말을 하면 귀를 기울여 준다.
  • 아이를 무시하는 반응은 가급적 자제한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대한 칭찬이 자신감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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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가 밥상 위에 놓인 숟가락을 계속 떨어뜨리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른들에게는 귀찮은 일거리가 되는 장난으로만 여겨진다. 그러나 이것은 장난이 아니라 공부다! 아이는 이 간단한 과정을 통해 자기 손이 물건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이런 과정 속에서 아이는 스스로도 뿌듯한 느낌을 갖는데 부모의 관심을 받으면 자신감이 더 커진다. 관심을 받을 때의 좋은 기분과 스스로 느끼는 성취감은 앞으로 일을 완수하는 능력에 기초가 된다.
뭔가를 하려다 잘하지 못할 때 아이의 자신감은 손상된다. 이때 부모로부터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관심까지 받지 못한다면 자신감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새로운 시도에 대해 칭찬을 받은 아이는 거리낌 없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

  • 아이가 새로운 일을 시도하면 관심을 보인다.
  • 새로운 시도를 할 때는 너무 어렵지 않은 것에서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준다.
  • 과정을 지켜보면서 적절히 격려해 준다.

부모의 지나친 도움은 자신감을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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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서툰 그림, 어눌한 글씨 등은 부모의 눈에 무능력의 신호처럼 보인다. 10분이면 할 것을 30분도 넘게 끄는 것을 보며 ‘얘가 능력이 떨어지나……’ 하며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간혹 자녀가 미숙하고 부족하다는 것을 감추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 또 어떤 부모는 자신이 직접 해 주면 좀 더 빨리 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이가 과제에 도전하는 데에 지속적으로 끼어드는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능력과 책임감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다.
부모의 도움 없이 아이 혼자 놀거나 과제를 하면 이를 인정하고 지켜봐 주어야 한다. 아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행동하게 허락함으로써 사랑과 인정을 표현해야 한다.

  • 부모의 도움 없이 아이 혼자 놀거나 과제를 하면 말없이 지켜봐 준다.
  •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는 조언하거나 끼어들지 않는다.
  • 아이 혼자 해결하기 어려울 때는 도움을 준다.

미취학 아동이라면 부모가 성공의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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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 만들기를 하다가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우는 아이가 많다. 실패로 인한 좌절감 때문이다. 이때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얼른 달려가서 아이 대신 블록을 완성해 줄 수도 있고, 아이 손을 잡고 같이 해 줄 수도 있으며, 어떻게 해서든 혼자 해내도록 기다릴 수도 있다. 자신감을 키워 주기 위해서는 도와주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취학 아동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이들의 자신감은 능숙한 기술에서 비롯된다. 부모가 대신 해 주어서는 안 되지만, 스스로 해내기 어려운 것을 그냥 혼자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좋지 않다. 아이는 결국 기술을 배우지도 못하고, 자신감도 잃고 만다.
미취학 아동이라면 부모가 함께 손을 잡아 주고, 블록 맞추기를 연습하도록 도와주면서 기술을 익힐 수 있게 이끌어 줄 필요가 있다.

  • 유치원 시기의 아이가 도움을 청하면 한두 번은 혼자 해 보도록 격려해 준 뒤 도와준다.
  • 과제의 완성도보다 손기술의 능숙함에 주목하고 칭찬한다.
  • 과자의 껍질을 벗기기나 신발 신기, 단추 끼우기 등 일상의 과제를 스스로 하게 연습시킨다.

초등학생이라면 실패를 정확하지만 낙관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가르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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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되면 그 전과는 달리 능숙한 기술이 자신감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학교에 가면 배워야 할 것이 많고, 그 모든 분야를 능숙하게 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받아쓰기를 잘하는 아이가 그림 실력이 형편없을 수도 있고, 달리기를 잘하는 아이가 셈하기에서 서툰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초등학생 이후 아이들에게는 주위의 반응이 중요하다. 자신의 실패에 대해 주위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피드백을 해 주는지에 따라 자신감이 결정되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실패를 곧 무능력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실패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실패할 것 같은 과제는 시도하지 않으려 한다.
부모는 아이의 실패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 먼저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아이가 인내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실패에 대해 정확하지만 낙관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가르치면 아이는 실패를 교육의 경험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 아이가 실패를 했을 때 화를 내거나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부모가 실망을 표현하는 것도 아이의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 명백하게 잘하지 못했는데 잘했다고 말하면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 “더 잘하고 싶었는데 잘 안돼서 속상하구나.”라는 정도로 반응해 준다.
  •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을 부모가 항상 달래 주지 않도록 한다. 번번이 달래 주다 보면 아이는 인내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
  • 다시 시도하고자 할 때 적극적으로 칭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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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자신감 기르기

  1. 1. 오늘은 학교에 혼자 가 볼래?
    새로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시도를 인정하기
    혼자 학교 가기, 횡단보도 건너기, 가게에 가서 과자 사오기 등 아이는 성장할수록 새로운 상황에 노출될 기회가 많다. 무조건 보호하고 대신 해 주기보다는 교육을 시키고 스스로 해내게 하면, 자신감을 키우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2. 2. 어제보다 안 흘렸네!
    칭찬하거나 꾸짖을 때는 구체적으로 하기
    부모가 칭찬을 하거나 야단을 칠 때 “잘했어.” “제대로 못 했어.” 하는 식으로 모호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밥 먹을 때 흘린 게 없구나.”, “칸을 벗어나는 글자가 어제보다 적구나.”처럼 구체적으로 내용을 알려 주면 아이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다.

  3. 3. 너는 책장을 정리하고, 엄마는 서랍을 정리할까?
    상황을 아이가 다룰 수 있도록 바꿔 주기
    때로는 아이가 하기 어려운 과제가 주어질 때가 있다. 이때 부모는 ‘혼자 하게 두어야 하나, 도와주어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혼자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을 바꿔 줄 필요가 있다. 부모가 과제의 일부를 도와주거나 정리정돈이 필요할 때 방의 한 부분을 치워 주는 식으로,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 만큼 조정해야 한다. 과제가 너무 쉬울 때 자신감을 느끼기 힘든 것처럼 너무 어려워 해내기 어려울 때도 자신감은 성장하기 어렵다.

조선미

조선미는 고려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병원에 재직하고 있으며, 아동을 대상으로 심리평가와 치료프로그램, 부모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부모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아동이상심리, 부모교육훈련, 행동 수정을 주제로 다수의 강의를 하였다. 저서로는 [부모 마음 아프지 않게 아이 마음 다치지 않게], [조선미 박사의 자녀교육특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