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고 일탈을 바라는 아이, 사랑과 관심이 필요해요

불안하고 일탈을 바라는 아이,
사랑과 관심이 필요해요어른들을 흉내 내는 '어른이들’

글.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의학박사) | 인포그라픽. 놈스 | 2016년 5호

2016. 05. 20 499

어른들을 흉내 내는 ‘어른이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외모에 신경을 쓰고 어른들처럼 행동하는 아이들을 보는 부모는 당황하게 되지요.
아이들은 왜 어른들을 흉내 낼까요?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어떤 행동을 따라 하고 있는지 통계를 통해 알아보고 그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엄마처럼 귀를 뚫고 싶다는 딸내미, 여자 친구랑 100일 기념 데이트를 한다며 용돈을 달라는 아들 녀석. 초등학생인 이 아이들이 벌써부터 어른 흉내를 내는 게 부모는 걱정스럽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엄마도 어린 시절 어머니 몰래 귀걸이를 걸어 봤고, 립스틱을 슬쩍 발라 봤습니다. 그래도 요즘 아이들은 좀 심한 것 같다고요?
아이들이 어른들을 흉내 내는 데는 여러 가지 설명 가능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호기심, 금지된 것을 할 때의 묘한 쾌감, 어른들에 대한 반항과 도전 의식, 또래 집단에 보이기 위한 영웅 심리나 동지 의식, 평범함에서 일탈을 꾀하고자 하는 심리,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강렬하게 분출되는 욕구 등이 그것이지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보다 더 중요한 본질적 요인은 바로 ‘불안함’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안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세계, 즉 어른의 세계를 꿈꾸고 흉내 내는 것입니다.

외모에 신경 쓰는 아이들

어른들의 세계에 눈을 뜬 아이들

* 통계 자료: 10~15세의 수도권 아동·청소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2015)

어른들은 몰라요

아이들은 너무 바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고민하여 정체성을 만들어 가고, 주변 사람들과도 사이좋게 지내야 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멋진 미래를 위해 공부도 해야 하죠. 즐거움과 자신감을 위해 취미나 특기도 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신나게 놀아야 합니다. 이렇듯 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기에 아이들은 잘 적응하지 못하고,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불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불안함을 많이 느끼는 아이들이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가 지금의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건너뛰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치 어른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어른처럼 외모를 꾸미고, 빨리 돈을 벌겠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의 연애 방식을 따라 하는 초등학생도 많습니다. 신체 발달이 과거보다 빠르고, 인터넷 등으로 어른들의 문화를 빠르게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인 필자에게도 다른 친구들은 다 고백을 받았는데 자신만 고백을 받지 못해서 고민인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부모님 모르게 여자 친구를 만나고 있는데 언제까지 비밀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 남자 친구가 생겼는데 부모님이 만나지 말라고 해서 고민인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의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어린이 연애 경험

* 통계 자료: 초등학교 4~6학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2015)

첫 성경험 연령

* 통계 자료: 제9차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2013)

어른 흉내 속에 숨겨진 불안감

우리 아이가 어른 흉내를 어설프게 시도한다면, 그 아래 내면에 묻혀 있는 불안감을 발견해야 합니다. “쪼끄만 녀석이 벌써부터 어른 흉내 낸다.”라고 야단만 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왜 그렇게 어른처럼 행동하고 싶어 하는지 속마음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아이를 도와줄 수 있습니다. 현재 느끼고 있는 불안감을 해소시켜 준다면 아이는 더 이상 어른 흉내에 집착하지 않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어른이 된다는 것을 아이도 알 것이고, 지금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고 느끼게 될 테니까요.
부모는 아이에게 천천히 조금씩 어른 되기를 가르쳐 줘야 합니다. 그렇다고 어른이 되면 얼마나 살기 힘들고,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지 강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커 나가는 시기에 누구나 마음의 열병을 앓고, 고민도 많이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또 이해시키면 됩니다. 그래야 아이는 혼자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마음이 편해집니다.
아이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어렵다면 부모 자신이 어린 시절 가졌던 고민과 어설프게 어른 흉내를 낸 기억을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들려주세요. 그러면 아이는 부모를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은 아직 더 자라야 한다

아이들은 2차 성징기가 시작되면 어른처럼 수염도 생기고 가슴도 부풀어 오릅니다. 그러나 마음은 아직 더 자라야 합니다. 신체의 성장은 정해진 기간 동안 이루어지다 언젠가는 멈춥니다. 하지만 마음의 성장은 계속하여 일어납니다. 다만 그 속도가 더디어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죠. 얼마나 다행인가요? 만약 어른만큼 키가 자란 아이들이 마음의 성장마저 멈춘다면 과연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을까요?
요즘의 부모는 아이들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공급받을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씁니다. 이제부터는 아이의 몸이 자라는 음식뿐 아니라 마음과 정신이 자라는 음식에 더 신경 써서 준비하면 어떨까요? 만일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정말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지상 최고의 부모가 될 것입니다. 다행히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정신적 성장을 위한 그 음식은 바로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고, 그 음식을 아이에게 섭취시키는 방법은 아이와의 대화이기 때문입니다.

어른을 흉내 내는 아이와의 대화법


  1. 1. 마음 읽어 주기 : 아이가 여자 친구가 생겨서 앞으로 결혼하고 싶다고 말할 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무시하는 대신에 “빨리 어른이 되어 결혼도 하고 싶은가 보네!”라는 말로 아이의 마음을 읽어 줍니다.
  2. 2. 동기 파악하기 : 얼굴에 화장을 하고 눈썹도 그리는 딸에게 그러지 말라고 야단을 치는 대신에 “왜 엄마처럼 화장을 하고 싶니? 화장을 하면 뭐가 좋아?”라는 말로 아이의 동기를 물어봅니다. 아이는 “엄마처럼 예뻐지고 싶어서요.” 또는 “친구들이 다 하니까요.” 등의 대답을 할 것입니다. 전자의 경우 아이가 엄마를 동일시하거나 이상화하는 것입니다. 후자의 경우 또래 집단에서의 소외를 염려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3. 3. 불안 요소 살펴보기 : 성형 수술 받기를 반복적으로 원하는 아이에게 “혹시 무슨 고민 있니?”라는 질문을 합니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 나아가 열등감의 이면에는 자신의 생활에 불만족하거나 자존감이 떨어져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고민거리를 발견한 다음에는 부모가 도와줄 수 있음을 알려 줍니다.
  4. 4. 아이와 가까워지기 : 남자 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어 고민하는 딸에게 엄마는 “엄마도 예전에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었어. 그때는 그게 제일 중요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생각도 안 나더라. 그리고 어른이 되어 네 아빠와 결혼을 했지.”라는 말을 해 줍니다. 아이의 현재 감정과 행동이 발달 과정 중에 나타나는 자연스런 것임을 인정해 주는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이와 같은 아이의 모습이 일시적인 현상임을 넌지시 알려 줍니다.
  5. 5. 안심시키기 : 친구의 집이 몇 평이고, 값비싼 자동차가 있다는 말을 늘어놓는 아이에게 “어른이 되어야 돈을 벌 수 있어. 엄마 아빠는 돈을 벌 궁리를 하지 않고 학교 다니면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네 나이 때의 모습이 부러워. 언젠가는 너도 어른이 되지만 엄마 아빠는 다시 네 나이 때로 돌아갈 수 없거든.”이라는 말을 들려줍니다.
손석한

손석한은 연세신경정신과를 운영하며 급변하는 시대 상황과 우리 정서에 맞는 효과적인 자녀 교육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SBS <긴급출동 SOS24> 자문위원, 육아 방송 <손석한 박사의 1mm 육아>를 진행했고, KBS 해피 선데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헬리콥터 부모는 방향을 틀어라!],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 혁명], [빛나는 아이], [엄마 아빠의 칭찬 기술],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