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공부가 재미있을까?

우리 아이는 공부가
재미있을까?

글. 박민근(마인드클린 심리상담센터 원장) | 모델. 최민성, 정보미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림스튜디오 | 2016년 3호

2016. 03. 25 1345

공부할 능력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자폐증이나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도 공부를 좋아하고, 지식을 쌓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긴 학령기 동안 아이의 공부를 즐겁게 만들어 줄 여건과 조력자들이 존재했느냐,
그것이 꾸준히 유지되느냐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아이의 성적이나 점수가 우수할 경우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표면적인 결과만으로는 아이가 정말 배움을 즐거워하는지, 잘 성장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비록 지금은 공부를 잘하고 성적이 좋더라도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점점 더 공부를 멀리하는 마음이 자라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공부가 재밌는 아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

유명 교육 관련 블로거인 예은이 엄마 지나 씨는 무료 검사 이벤트에 당첨되어 처음 상담 센터를 찾았습니다. 그녀는 과목별 학습법, 엄마표 영어, 자기주도학습 등 교육에 관해서라면 무엇이든 물어보라는 식으로 자신했습니다. 주변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로 통하는 딸 예은이의 교육에 대해 자신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다며, 사실 자신은 이런 상담이 필요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예은이의 검사 결과는 지나 씨의 자신감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예은이의 학습효능감이 생각보다 낮습니다.”
엄마 지나 씨에게 예은이의 검사 결과는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예은이의 학습효능감에 대해 설명을 듣는 동안 지나 씨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점점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예은이는 반에서 항상 상위권이에요.”
“그건 엄마가 만든 거죠. 예은이 자신 게 아닙니다. 학습효능감이나 낙관성이 어떠냐가 몇 년 뒤의 성적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입니다. 공부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지금의 성적이나 학습량은 언제든 쉽게 무너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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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아닌 공부하는 마음을 살피자

심리학자 엘버트 반두라가 제시한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란 특정 상황에서 자신이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을 뜻합니다. 이를 학습 과정에 적용해 학습효능감(Self-Efficacy for Learning)이라는 말이 만들어졌습니다. 학습효능감이란 학습자가 학습을 잘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입니다. 그는 학습심리학 분야에서 학습효능감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발현되는지 탐구해 왔습니다.
교육학자 켄 베인 교수는 [최고의 공부]에서 학습자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눕니다. ‘피상적 학습자’, ‘심층적 학습자’, ‘전략적 학습자’가 그것이죠. 그는 이 중 공부를 즐기며 최선의 성장 효과를 거두는 유형이 ‘심층적 학습자’라고 말합니다. 심층적 학습자는 학습을 다른 목적이나 이유 때문이 아닌, 순수한 지적 충동과 열정으로 해내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행복감을 얻기 때문에 학습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심층적 학습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뇌 과학적으로도 설명됩니다. 긍정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려면 학습자의 뇌에 세로토닌과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흘러넘쳐야 합니다. 세로토닌은 깊은 집중력을, 도파민은 대상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애착을 갖게 만듭니다. 두 호르몬 모두 중요하지만 학업 성취에서는 도파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도파민은 학습을 통해 얻는 짜릿한 쾌감, 애착과 밀접합니다. 일본의 뇌 과학자 모기 겐이치로는 도파민이 어떻게 학습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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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도 이런 과정이 쌓이면 ‘공부벌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의 성적을 볼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마음을 더 살펴야 합니다.

우리 아이의 공부 재미와 열정,
체크리스트를 통해 알아볼까요?

아래 항목들 중 우리 아이의 행동에 해당되는 것에 모두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단, 절대 척도는 아닙니다.)

1 우리 아이는 공부할 때 대체로 기분이 좋다.

 
 

2 우리 아이는 공부 순서를 정해 차례대로 하는 편이다.

 
 

3우리 아이는 다른 걱정이 있어도 공부를 힘들어 하지 않는다.

 
 

4우리 아이는 공부 내용이 조금 어려워도 자신감을 갖고 한다.

 
 

5틀린 문제가 왜 틀렸는지 아이 스스로 이유를 잘 찾아낸다.

 
 

6우리 아이는 공부할 때 거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7우리 아이는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자주 갖는다.

 
 

8우리 아이는 문제를 풀 때 자신이 생각한 대로 잘 푸는 편이다.

 
 

9우리 아이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공부를 잘하는 것 같다.

 
 

10우리 아이는 목표대로 공부를 잘 이끌어가는 편이다.

 
 

11우리 아이는 공부를 대체로 즐겁고 흥미롭게 생각한다.

 
 

12우리 아이는 배우는 것을 유익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13우리 아이는 공부 계획을 잘 짜는 편이다.

 
 

14공부하다가 어려운 내용이 생겨도 아이 스스로 잘 해결한다.

 
 

15우리 아이는 주변이 조금 시끄럽고 어수선해도 공부에 잘 집중한다.

 
 

*체크리스트 작성 : 박민근

공부의 맛을 느끼게 하는 방법

  1. 01. 아이의 마음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지지하는 대화를 많이 나누세요. 공부라는 힘든 일을 해내려면 아이 마음에 정서적 에너지를 채우는 것이 우선입니다.
  2. 02. 아이의 수준과 흥미에 맞는 적정 과제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가령 정해진 과제를 스스로 골라 풀도록 합니다. 이때 아이가 모르는 내용은 부모나 선생님이 도움을 줍니다.
  3. 03. 다양하고 재밌는 공부법을 적용합니다. 눈으로 보는 정보를 선호하는 아이라면 도표, 만화, 지도와 같은 다양한 시각 자료를 적극 활용해 보세요. 수학이 어려운 아이라면 스토리텔링 수학 참고서나 책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에게 재미있는 공부법을 더 찾아 주고 싶다면 라우리 야르빌레토의 [펀 러닝] 같은 책을 참고해 보세요.
  4. 04. 아이 스스로 학습 내용을 선택하고, 구성하고, 계획하게 합니다. 자기결정력과 실행력이 만들어져야 학습효능감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5. 05. 부모 자녀 사이에 적절한 칭찬과 내적 보상, 공감적·정서적 소통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부모가 뛰어난 학습 코치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힘들어 할 때 “괜찮아.”라고 말하고, 잘했을 때 “근사한걸.”이라고 말해 주는 관심과 지지가 더 중요합니다.
  6. 06. 학습효능감이 자랄 환경을 조성합니다. 공부하기 좋은 방, 읽고 싶은 책과 사전, 아이에게 맞는 학습교재, 즐거운 학습을 도울 학습 멘토 등은 학습효능감의 중요한 토대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공부방에는 장난감이나 컴퓨터 같은 공부를 방해하는 물건을 두지 않습니다.
  7. 07. 학습의 긍정적 가치와 의미를 심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부모가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공부가 왜 중요한지, 지금 자신의 공부가 세상과 맺고 있는 관계는 과연 무엇인지 알려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공감 어린 설득과 긴 시간의 대화가 꼭 필요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