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재미? 정말 가능할까?

공부하는 재미?
정말 가능할까?

글. 백종화 | 모델. 최민성, 정보미, 이정원, 김건모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림스튜디오 | 2016년 3호

2016. 03. 25 659

재미란 ‘어떤 일에 호기심과 흥미를 느끼고 그 일을 함으로써 즐거움을 맛보는 상태’로
호기심과 흥미는 곧 재미의 시작이다. 아이들은 ‘호기심, 흥미, 즐거움’으로 공부의 문을 열고, 공부의 참 재미를
반복해서 경험해야 비로소 ‘공부 재미’를 알 수 있다. ‘공부 재미를 아는 아이’는 공부 과정에서 매우
가치 있는 내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고,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문제해결력과 긍정적 에너지를 갖기 때문이다.

‘공부 재미’를 ‘공부 행동’으로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쉽게 공부하는 법’이라는 말로 쉽게 공부할 수 있다고 아이들을 설득하지만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오히려 공부가 쉽다고 말해 주기보다는 ‘재미’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낫다. 재미를 경험하면 또 하고 싶어지고, 여러 차례 경험하면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자전거 바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체인에 발이 끼어 다쳐도 잠시 아파할 뿐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그것이 바로 재미의 힘이다.
그렇다면 “공부 재미는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트렌드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장난감의 유행은 아이들이 장난감을 보는 데서 시작하고, 그것을 갖고 놀면서 확고해진다. 마찬가지로 공부를 하는 데 기초가 되는 관찰, 책 읽기, 실험, 만들기, 그리기, 보드게임, 노래하기, 문제 해결하기, 기록하기, 말하기 등 부모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서 즐기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으로 아이들에게 재미가 무엇인지 알려 줄 수 있다. 그러고 나서 그 활동이 부모에게 얼마나 재미있는 활동이었는지 아이에게 설명해 준다. 부모의 즐거움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아이는 곧 부모의 행동을 따라한다. 그리고 얼마나 재미있는지 엄마 아빠에게 설명해 준다. 이런 방식으로 좋아하는 활동의 모델링, 관찰, 설명하기, 듣기, 느끼기 등의 과정에서 ‘재미’라는 감정을 건드려 주고, 소개하는 자연스런 방식으로 ‘공부 재미’를 ‘공부 행동’으로 연결해 주면 된다.
감정 차원과 행동 차원에서 공부 재미를 경험한 아이는 ‘공부 재미를 아는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다. 공부 재미는 인생의 여러 가지 재미 가운데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키워 즐길 만한 아주 멋진 삶의 선물이다. 이번 기회에 부모와 아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공부 재미를 한껏 높여 보는 것은 어떨까?

놀이하는 재미, 공부하는 재미

공부 재미의 원동력, 호기심

갓난아이들은 촉각, 후각, 청각, 시각, 미각을 모두 동원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세상을 알아 간다. 걷기 시작하면서는 더욱 힘차게 세상을 탐색하는데 수천 번은 넘어져야 비로소 걷게 되듯 수없이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세상을 탐색한다.
아이들이 세상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호기심이다. 호기심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찾아보는 무한 동력이 된다. 호기심이 생겨 어떤 행동을 했더니 재미있고, 그 재미를 또 느끼고 싶어서 반복하는 것이다. 공부도 재미있으려면 호기심이 시작이어야 한다. 호기심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고, 개인과 인류를 성장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런 호기심은 자극에 의해 작동한다. 아이들의 눈과 귀와 마음을 사로잡아 움직이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영아영아

    영아기 영아에게 필요한 자극은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하고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돌려 귀를 기울이게 하는 건강한 감각 자극이다. 눈을 찌푸리게 하거나 고개를 외면하게 하는 자극은 바람직하지 않다. 요란하거나 복잡한 자극보다 명확하고 밝은 자극이어야 한다. 영아기에 가장 좋은 자극은 엄마 아빠의 미소와 웃음소리, 다정한 말투와 포옹 그리고 간단한 장난감이다.

  • 유아유아

    유아기 유아의 공부 호기심을 건드리는 자극은 자연환경, 대인관계, 일상생활 속 소품, 놀이 기구, 놀이터, 책, 그림, 노래 등이다. 이러한 자극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면 ‘생각, 느낌, 이미지, 기억’이 만들어져 뇌세포가 자극되고 시냅스가 형성되어 정보와 경험이 연결되고 또 다른 호기심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형성된 호기심은 공부 재미를 다른 차원에서 자극하여 경험을 풍요롭게 한다.

  • 아동아동

    아동기 아동의 공부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선생님, 친구, 책, 실험, 견학, 음악, 운동, 미술, 상장, 부모님 직장, 어른의 말, 자연, 영상 등이다. 아이들의 선생님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은 어른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부모는 아이의 선생님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선생님에 대한 아이의 반응을 잘 살펴야 한다. 아이가 선생님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고 안내해 주어야 한다. 책은 호기심을 채워 주는 동시에 새로운 호기심을 만들어 준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하루 한 페이지라도 책 읽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지도한다. 그 밖에 동식물을 키우는 경험과 관찰일지 기록하기, 일기 쓰기를 통해 호기심의 정리와 결과를 경험할 수 있다.

실수하는 능력, 몰입하는 능력

실수하는 경험, 몰입하는 능력

아이가 공부 재미를 느꼈다면, 그다음은 실수와 몰입으로 공부 행동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실수와 몰입은 공부 능력의 넓이와 높이를 쭉쭉 늘여 놓는다. 실수와 몰입을 통해 영아기, 유아기, 아동기에 공부 그릇을 크게 만들어 놓아야 점점 더 공부를 잘할 수 있게 된다. 이 시기에 정답만을 가르친다면 지금 당장은 공부를 잘하더라도 점점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될 수 있다. 이렇듯 아이들은 공부 유형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고깔처럼 공부 능력이 줄어드는가 하면, 방사형처럼 확장되기도 한다.
집을 지을 때 처음부터 너무 완벽한 방을 만들려고 한다면 방만 만들고 집을 못 지을 수도 있다. 집이 아니라 방만 덩그러니 있으면 쓸모가 없다. 조금 늦더라도, 쉬운 방법보다 원론적인 방법으로 공부를 하다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아이 스스로 실수와 몰입을 통해 공부 확장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이유다.

  • 영아영아

    영아기 모든 영아들은 행동을 반복한다. 특히 돌 전후에는 물건을 떨어뜨리는 행동을 줄기차게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와 같은 행동을 통해 물체와 공간 사이의 원리를 충분한 실험으로 알게 되고 더는 물건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실수와 몰입이 뇌와 뇌파에 영향을 주어 깨달음의 즐거움, 성공과 경험이라는 프로그램을 모두 선사하는 것이다.

  • 유아유아

    유아기 유아는 불완전하게 옷을 입고, 말을 하고, 놀이를 한다. 왜 그럴까? 불완전한 것도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물과 다르게 미성숙한 기간이 긴 인간은 성공과 실패, 실험과 반복, 창의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동물보다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된다.

  • 아동아동

    아동기 아동기 아이들은 다양한 과목을 공부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선호하는지 알게 된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과목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 싫어하고 실수하더라도 점수가 아닌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불편한 공부를 견디게 도와주어야 한다. 부담 없는 긍정적 지지를 보내 줌으로써 아이가 경험한 실수와 실패가 어른이 되어서 겪게 될 실수와 실패를 견디게 하는 밑거름이 되게 해야 한다. 실수와 실패는 곧 실력이 됨을 잊지 말자.

공부 재미 선물하는 다섯 가지 방법

  1. 01. 공부하기 전 한두 장의 숨은그림찾기를 하면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2. 02. 공부를 마쳤을 때 “훌륭해!”라고 말하면서 작은 보상을 해 준다.
  3. 03. ‘공부 안 하는 날’이라고 적힌 쿠폰을 한 달에 한 번 사용하게 한다.
  4. 04. 공부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아이와 함께 본다.
  5. 05. 한 시간을 공부하면 공부 저금통에 백 원씩 넣어 준다. 공부 저금통이 가득 차면 그 돈으로 파티를 한다.

찬밥 공부를 더운밥 공부로

찬밥 공부를 더운밥 공부로

공부도 오랫동안 안 하면 찬밥이 된다. 찬밥은 먹기가 싫듯이 너무 모르거나 오랫동안 공부를 안 해도 공부가 싫어진다. 매일매일 적은 양이라도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쩔 수 없이 아이가 오랫동안 공부를 안 한 상황이고,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찬밥을 따뜻한 물에 말거나,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찜통에 찌면 먹을 만해지는 것처럼 찬밥 공부를 더운밥 공부로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첫째 아이가 가장 잘하는 과목을 찾아 집중해서 공부시킨다.
  • 둘째 점수와 상관없이 아이가 좋아하는 과목은 수업 시간에 잘 듣게 한다.
  • 셋째 아이가 아는 것에 대해 주목하면서 “그것을 잘 알고 있네.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놀랐는걸!” 처럼 구체적으로 칭찬한다.
  • 넷째 아이가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건 잘 몰라요. 그런데 잘 알고 싶어요. 가르쳐 주세요.”처럼 표현하도록 알려 준다.
  • 다섯째 새로 알게 된 것이 있으면 ‘나의 지식리스트’를 만들어 기록하게 한다.

공부의 처음과 마무리, 재미

공부의 처음과 마무리, 재미

첫 퍼즐 조각을 놓는 기분과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는 기분은 다른 퍼즐 조각을 놓는 기분과 사뭇 다르다. 공부에서 첫 퍼즐 조각과 마지막 퍼즐 조각에 해당되는 것은 무엇일까? 이 두 가지를 경험해야 공부가 재밌어진다.
공부의 첫 퍼즐 조각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고, 마지막 조각은 계획한 양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우선 공부의 양이 너무 많지 않아야 하고, 공부하기 직전에는 아이가 멈추기 힘든 놀이나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공부하기 직전에는 엄마와 무엇인가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엄마와 간식을 먹거나 엄마가 아이에게 마사지를 해 주는 시간을 가져 보자. 또한 공부 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리도록 하여 아이가 공부 시간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해야 자발적으로 공부하기가 쉬워진다. 공부를 다 마친 뒤에는 ‘오늘 공부를 다 마무리함’이라고 쓰게 한다.
이러한 과정을 잘 받아들여 공부의 첫 퍼즐 조각과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춘 경험은 더 어려운 퍼즐도 맞출 목표를 갖게 한다. 점차 완성의 경험이 많아지면서 저절로 공부의 양도 늘게 된다. 따라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조급하게 생각하거나 점수에 얽매이지 말고 공부를 재미있게 하도록 도와주자. 아이들은 공부가 재미있으면 하루하루가 즐겁고, 공부가 재미없으면 하루하루가 괴롭다는 것을 똑똑한 부모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아니라면 지금부터 똑똑해지자. 공부는 똑똑해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백종화

백종화는 백종화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심리상담’과 ‘행복한 학습법 상담’을 하고 있다. 이화여대 대학원 아동학과 겸임교수,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전문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부모들의 육아 고민을 함께 하고 있다. 저서로는 [초등생, 성적보다 공부습관이다], [공부는 나의 힘], [셀프 공부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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