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길을 따라가 보았다

멋진 길을
따라가 보았다연세대 대학원 전기전자공학과 이준협

글. 최수인 | 사진. 정운(STUDIO 51) | 2021년 12호

2021. 12. 29 232

지난 6년여 동안의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박사 학위 취득한 이준협 씨.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 시작해
머신러닝 및 자율주행 분야까지 다양하게 연구할 수 있었으니, 최근 자율주행 전기차나 로봇, AR, VR 등이
핫 이슈로 부각된 상황을 보면 탁월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돌아보면 내 눈에 ‘멋진’ 것을 선택해 ‘남부끄럽지 않게’
해내려 노력한 결과라 생각한다. 이제는 사회에서 나만의 역할과 포지션을 찾아 길을 탐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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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여 전의 선택, 지금은 핫 이슈로

올해 12월로 준협 씨는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원 생활을 마무리했다. 준협 씨는 2015년 9월 연세대 대학원 전기전자공학과 석•박사 통합 과정에 입학해 드디어 그 과정을 모두 마친 것이다. 당초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기계의 시각에 해당하는 부분을 연구하는 컴퓨터 과학의 최신 연구 분야)에서 출발해 머신러닝, AR/VR, 자율주행 시스템 등 최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첨단 기술을 다양하게 연구할 수 있었다. 학위 논문도 머신러닝 분야로, 실제 우리 삶의 변화와 직결되는 분야라 더욱 흥미롭다.
“학위 논문은 머신러닝 기법 중 한 가지인데, 사람의 유아기 학습 방법을 컴퓨터에 적용해 스스로 학습하는 기법에 관한 연구입니다. 이외에도 머지않아 우리 실생활에서 적용될 ADAS(Advanced Driving Assistant System,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 3D 라이다 센서 같은 자동차나 로봇의 자율주행 서비스, AR, VR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 연구할 수 있었어요. 처음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는 컴퓨터 비전 쪽으로 시작했는데, 공부하면서 차츰 새로운 것에 관심도 생기고 교수님 과제나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관심사가 바뀌기도 했죠.”

해외 인턴십 통해 흥미 분야 찾아

어려서부터 레고나 프라모델 조립을 좋아했던 준협 씨는 한국항공대 항공전자정보공학부에 진학했다. 이후 지금의 전공 선택에 영향을 미친 흥미 분야를 찾은 계기는 미국에서 진행된 해외 인턴 프로그램(WEST)이었다. WEST(Work, English Study, Travel)는 어학연수와 기업에서의 인턴십을 통해 대학생들이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해외 프로그램으로, 준협 씨는 군 제대 후 1년 2개월간 참가했다.
“프로그램은 달라도 한 선배가 미국 인턴십에 참여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저도 준비하고 지원했어요. 저는 4개월 동안 어학연수를 받은 후 미국 버지니아대 부설의 한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일했는데, 그때 코딩 관련 업무도 하면서 첨단기술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일도 재미있었고, 스타트업 자체의 활기와 멋있는 사람들 속에서 일한다는 게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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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어 보이는 것에 집중

미국 인턴십의 영향으로 학부 4학년 때 ‘로봇공학과 디지털 영상처리’ 과목을 수강했고, 이후 대학 졸업 연구과제와 대학원 진학시에도 컴퓨터 비전 분야에 뜻을 두었다. 이밖에 준협 씨의 모습은 그리 다이내믹하지는 않았다고 전한다. 대학생활이라 하면 누구나 그려보듯 다양한 분야를 많이 경험하기보다는 내 눈에 좋아 보이는 것, 멋있어 보이는 것에 집중하는 쪽이었다. 학부 시절은 준협 씨처럼 제주도가 고향인 대학생을 위해 마련된 기숙사 생활이 푸근한 추억으로 남아 있고, 대학원 시절은 트레이닝복 차림에 슬리퍼 차림이 가장 편하고 효율적인 일명 연구실 지박령으로 요약된다.

꾸준히 좋아했던 수학, 실력도 인정받아

학습에서는 유아기부터 수학을 좋아해 하루도 빠짐없이 《재능스스로수학》 문제를 풀었던 기억이 있다. 재능선생님의 칭찬 스티커도 좋았지만, 문제를 풀어낸 순간의 쾌감이 가장 큰 학습 동기였다.
“한자나 영어도 함께 공부했지만 제가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수학은 늘 재미있어서 꾸준히 했어요. 생각이 필요한 문제를 혼자 골똘히 고민한 끝에 해결해냈을 때의 쾌감이 컸거든요. 그 때문인지 레고 조립도 매뉴얼대로 하는 건 재미를 못 느껴서 늘 내 맘대로 했고, 그 생각하는 방식이 전공 공부를 할 때까지도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 3학년까지 꾸준히 《재능스스로수학》과 함께 공부하면서 학원이나 과외 수업을 받지 않고도 수학 성적은 늘 최상위를 유지했다. 고등학교 입학 전에 치른 반 배치고사에서도 만점을 받아 주목을 받았으니, 수학 실력은 충분히 입증된 셈이다. 덕분에 당시의 성적 우수자들을 대상으로 입학 전 고등학교에서 보내준 중국 여행은 잊지 못할 뿌듯한 추억으로 남았다. 고등학교 시절도 별다른 반항 없이 주로 학교와 도서관을 오가면서 ‘조용하고 착실하게’ 공부한 학생이었다. 교육은 주로 어머니가 챙겼지만 언제나 아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믿고 응원해주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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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든 ‘남부끄럽지 않게’

최근 6년 반쯤 되는 연구실 생활은 겉보기에는 단순한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늘 입던 트레이닝 차림에 성능 좋은 컴퓨터만 있으면 되는 연구실 지박령.’ 준협 씨가 말한 이 한 마디에 만화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지난 시간이 압축된다. 그 속의 무늬나 움직임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정부 프로젝트나 대기업이 의뢰한 프로젝트를 1년에 1건은 기본으로 하면서 다른 그룹과 협업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어요. 컴퓨터 비전 관련 프로젝트도 있었고 자동차 ADAS 관련 프로젝트도 있었고, 작게는 2명이 진행하기도 했고 다른 랩과 함께할 때는 15명까지 참여하는 큰 규모도 있었고요∙∙∙.”

준협 씨는 물 흐르듯 순하고 부드러운 성장의 시간을 거쳐온 것 같다. 분주해 보이지는 않아도 자기가 해야 할 공부를 착실히 하면서 어느 순간 실력을 드러내 보이고,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는 누구보다 성실히 몰두하는, 조용히 강한 타입으로 수렴된다. 그런 준협 씨의 모습을 결정짓는 데는 한 가지 진중한 기준이 있다.
“무엇을 하든지 ‘남부끄럽지 않게’ 하자는 게 기본 생각이에요. 남부끄럽지 않다는 게 어떻게 보면 모호하겠지만, 축구를 하든 연구과제를 수행하든 후회 없이, 제대로 한다는 저의 다짐인 것 같아요. 뭐든 남부끄럽지 않게 해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