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게임 체인저가 되다

부모가 게임
체인저가 되다

글. 박민근(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장, 《시냅스 독서법》 저자) | 사진. 이미지투데이, 클립아트코리아 | 2021년 12호

2021. 12. 29 33

교육에서 슬로 리딩과 슬로 싱킹은 가장 중요한 지침이라 할 수 있다.
부모는 “어서 빨리 해!”가 아니라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해보렴”이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1분밖에 생각할 줄 모르면 1분 걸려 해결할 문제밖에 못 푼다는 말처럼 아이의 생각의 속도는
부모가 가장 보호하고 늦춰주어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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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할 것인가? 변화할 것인가?

휴대폰 제조사들이 비좁은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할 때, 애플은 아이폰을 내놓았다. 그리고 게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애플은 저만치 앞서갔고, 다른 제조사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교육이라고 이와 다를까? 교육학자 켄 베인의 충고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심층적 학습을 다룬 《최고의 공부》 저자이자 교수들에게 교수법을 가르치는 석학인 그는 “한국 교육이 ‘전략적 학습자’만 양산할 뿐 창의적 인재를 키우지 못하는 것 같다. 전략적 학습자는 배운 걸 달달 외워 높은 점수를 받을 줄 안다”라며 한국 교육의 현실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리고 “창의성 측면에서 최상 단계인 심층적 학습자는 ‘딥 러닝(deep learning)’이 가능하다. 기존 지식을 흡수할 뿐 아니라 그 위에서 생각하고, 분석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한다”라고 했다. 시험 결과에 신경 써야 하는 전략적 학습자로 남는다면 아이는 학습 역시 지속하기 어렵고, 미래가 요구하는 인재가 될 수도 없다. 이제 우리 아이들을 창의성 높은 심층적 학습자로 길러야 한다.

아이가 심층적 학습자인지 알 수 있는 간단한 판별법

아이가 심층적 학습자인지 아닌지는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아이의 학구열을 측정해보자. 가장 쉬운 판별법은 잔소리 없이도 스스로 공부와 독서를 즐기느냐 여부이다. 상대적으로 아이의 시험 걱정도 적어야 한다. 또 공부할 때 다른 사람에게 강의하기, 시험 자체(스스로 문제 내고 답하기)를 즐기는지, 오답노트나 학습계획표를 스스로 작성하는지 여부도 기준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차츰 심층적 학습을 할 수 있는 공부 방법, 독서법을 따라야 한다.

창의성이 자라는 슬로 리딩, 슬로 싱킹

창의성까지 키우려면 아이를 바삐 몰아세워야 할까?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는 창의성을 죽이는 근원이다. 장자의 우화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이 자기 그림자가 두려워, 또 자기 발자국이 싫어 떨쳐내려 달렸는데, 발을 올리는 횟수가 많을수록 발자국 또한 그만큼 많아져 빨리 달릴수록 그림자가 몸에서 더 떨어지지 않았다. 그 사람은 자신의 달리기가 너무 느려서 그런 거라 생각해 쉬지 않고 계속 달렸고 마침내 힘이 다해서 죽고 말았다. 그 사람은 그늘에서 그림자를 쉬게 하고 멈추어 발자국을 쉬게 할 줄 몰랐으니 참으로 어리석다.”

부모도 아이도 우화 속 어떤 사람처럼 돼서는 안 되겠다. 급한 마음을 다잡고, 아이의 생각이 좀 더 편안하고 깊이 있게 펼쳐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어서 빨리 해!”가 아니라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해보렴”이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1분밖에 생각할 줄 모르면 1분 걸려 해결할 문제밖에 못 푼다는 말처럼 아이의 생각의 속도는 부모가 가장 보호하고 늦춰주어야 할 대상이다.

창의성을 키울 가장 훌륭한 도구인 슬로 리딩, 슬로 싱킹과 관련된 지침서들이 많다. 그 중 성급한 교육관, 교육에 대한 조급증이나 불안을 다스리는 데에는 칼 오너리의 저서들, 애덤 그랜트의 《싱크 어게인》, 황농문 교수의 《슬로싱킹》과 같은 책을 권한다. 또 데이비드 F. 비요크런드의 《아이들은 왜 느리게 자랄까?》를 통해 현대사회가 초래한 양육 조급증이 가진 폐해를 고민해볼 수 있다. 특히 그랜트 교수는 이런 속도의 시대에, 오히려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성찰 능력이야말로 최선의 재능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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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놀이의 으뜸 ‘월드플레이’

아이의 창의성을 높일 다양한 방법이 있다. 물론 예술이나 창착 활동을 늘리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또 슬로 리딩과 충분한 독서 대화, 자발적인 글쓰기 역시 중요하다. 다만, 현실적으로 시험에 필요한 수렴적 사고뿐만 아니라, 창작 활동이나 상상놀이를 통한 확산적 사고도 함께 길러야 한다. ‘이 글의 주제는 무엇인가’가 수렴적 사고라면, ‘전화기와 컴퓨터를 합쳐서 손에 들고 다니면 어떨까’ 같은 생각이 확산적 사고이다. 아이폰이 탄생한 사고이기도 하다. 창의성을 증진하는 마음챙김 명상도 가르칠 필요가 있다. 아이의 주의력과 불안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창의성 놀이 가운데 으뜸은 ‘월드플레이’이다. 최근 메타버스(metaverse)가 세계적인 화두이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이다. 가상현실에서 교육, 소통, 문화, 놀이, 경제활동 등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이런 세계를 창조하는 기초가 되는 활동이 월드플레이이다. 창의성 연구의 고전인 미셸 루트번스타인,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에는 세계적 혁신가, 천재들이 즐긴 월드플레이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특히 미셸 루트번스타인가 지은 《내 아이를 키우는 상상력의 힘》을 통해 창의성을 키우는 풍부한 양육 지침과 더불어 월드플레이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상상력이 풍부한 동화책에서 시작해 차츰 다양한 SF소설, 추리소설, 판타지소설, 그리고 그 2차 저작물들을 접하게 하자. 단 SF소설의 창시자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들, 《해리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같은 작품성 높은 판타지소설이면 좋다. 다만, 감상만으로는 부족하다. 자기 세계관을 자기 공간에, 의식에 직접 펼쳐놓을 기회가 필요하다. 글로 표현하고 그려보고, 모래 놀이, 인형 놀이로 시연해보고, 자기 방을 자기 세계관으로 꾸미게 하자.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세계관을 구성하는 세부 요소들을 하나씩 구조화, 시각화해보자. 시대 순서, 나라별 연대기, 등장 인물, 종족, 초능력, 아이템, 몬스터, 도시, 계급, 시간 여행, 변신 능력, 요정 등등 세부 요소들을 하나씩 설계하며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도와주자.

상상력만큼은 오픈마켓이다

흔히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과 창의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나누기 쉽지만, 누구에게나 창의성은 존재한다. 창의성이 독점 대상은 아닌 것이다. 창의성만큼은 프리마켓, 오픈마켓이다. 석학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천재나 특별한 사람만이 뛰어난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창의성은 인류 공통의 것이며,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열정이라고 말한다.

창의성을 보다 잘 발휘할 수 있는 도구도 이미 많이 개발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인드맵이다. 부모부터 마인드맵의 능숙한 사용자가 되면 좋을 것이다. 일상 곳곳에서 마인드맵으로 표현하기를 생활화하자. 마인드맵과 함께 대표적인 열린 사고, 확산적 사고의 활성법으로 스캠퍼(SCAMPER)가 있다.

확산적 사고를 기르는 다양한 기법들

미국 교육학자 밥 에벌(Bob Eberle)이 고안한 사고기법인 스캠퍼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7가지 항목에 해당하는 단어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아이디어 발상법이다. 기존의 형태나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변형시키는 훈련으로, 익히기도 쉽다. 교체해보기(Substitute), 서로 합쳐보기(Combine), 조정해보기(Adapt), 수정하거나 확대하거나 축소해보기(Modify, Magnify, Minify), 다른 쓰임새 생각해보기(Put to other use), 없애보기(Eliminate), 반대로 해보기(Reverse), 순서 바꾸기(Rearrange)를 아이와 한 가지 주제나 대상을 정해 적용해보자.

가령 아이가 자주 쓰는 물건 가운데 하나를 골라 불편한 점을 생각하고, 개선점을 스캠퍼 기법으로 찾아보면 된다. 주변의 친근한 사물에서 주제를 찾으면 더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서로 합쳐보기 방법으로 연필과 지우개를 합친 지우개 달린 연필, 끈 달린 마스크, 슬리퍼 바닥에 걸레를 붙여 만든 청소 슬리퍼 등은 좋은 사례이다.

그밖에도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트리즈(TRIZ)’가 있다. 트리즈는 ‘창의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이론’이란 뜻의 러시아어이다. 트리즈를 금방 습득하기는 어렵다. 주요 방법만 간추려도 40가지가 넘으니,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탐구 대상이다. 믿을 만한 트리즈 참고서로 방법들을 하나씩 배우고 이용해 아이와 함께 아이디어를 만들어보자. 그 외에도 브레인스토밍, 브레인라이팅, 여섯 색깔 사고 모자 기법, 연꽃 기법 등도 함께 배우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