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길을 찾습니다

흔들리며 길을 찾습니다채널A 방송기자 김정근

글. 최지영 | 사진. 남윤중(STUDIO 51) | 2021년 10호

2021. 10. 27 137

2년 전 《Mom대로키워라》와 인터뷰할 당시 기자를 꿈꾸며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김정근 씨는 최근 텔레비전 종합편성채널 가운데
하나인 채널A에서 방송기자로 일하게 되었다. 글쓰기 재능으로 어린 시절부터 소망해온 기자의 길을 준비한 끝에 어느덧 그 길 위에 섰다.
무엇이든 ‘시작하길 잘하는’ 실행력과 책임감을 고루 갖춘 정근 씨가 흔들리며 성취해온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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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자라는 새 길로

지난 인터뷰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정근 씨는 한 통신사 시험에 합격해 2년 정도 일했고, 올해 8월에 채널A로 자리를 옮겨 11월 부서 배치를 앞두고 있다. 지금은 말하는 방법부터 카메라 기자 및 시스템과의 협업 등 방송 시스템 전반의 메커니즘을 익히는 중이다. ‘방송 기사에는 매뉴얼이 없다’는 지침을 기억하며 어떻게 하면 흥미롭게 뉴스를 전할 수 있을지, 자신만의 스토리 메이킹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 ‘나만의 새로운 글쓰기 장르를 개척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밝혀 큰 인상을 남겼던 만큼 정근 씨가 신문기자가 아닌 방송기자로 일하게 된 사정이 궁금했다.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한 경험도 있고, 영상 미디어의 영향력이 대폭 커가는 사회 흐름도 고려했습니다. 바로바로 반응도 크고 더 생동감 넘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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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은 좋은 스토리가 되어

이 길로 접어들기까지 흔들림과 고민이 많았다. 어려서부터 글 쓰는 재능이 있어 기자가 되려 언론정보학과도 선택했었지만,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그 길을 찾기란 만만치가 않았다. 그리고 아들이 꿈꾸는 길에 대한 부모님의 염려가 컸기에 정근 씨는 언론고시에 앞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적이 있다.
“기자라는 직업이 가치 있는 일이지만 미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게 부모님의 우려였어요. 그래서 좀 더 편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시는 부모님 뜻에 따라 일 년쯤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었는데, 저한테는 너무 어려웠어요. 결국 제가 원하는 대로 부딪쳐보려고 언론고시를 준비했죠. 그때는 시험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맘 편히 재미있게 공부했어요.”

그러던 중 news1이라는 민영 뉴스통신사에 합격했다. 시험의 마지막 관문인 3차 면접에서 정근 씨는 아버지의 권유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스토리로 호평을 얻었다고 했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는지 묻는 질문이 있었어요. 제 앞 응시자들의 대답이 평이했던 데 비해 저는 ‘아버지를 미워했습니다’라는 인상적인 한 마디로 시작했어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힘든 만큼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컸던 경험, 결국 아버지와 타협해 제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된 점 등을 짧은 스토리로 소개해 박수를 받았어요.”

취재 훈련 속에 복합적 책임 실감해

뉴스통신사는 기사를 전국의 신문과 방송, 정부 부처, 주요 기관과 기업,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첫 직장인 news1에서 정근 씨의 첫 근무팀은 북한팀으로, 《로동신문》을 통해 북한 사회를 이해하는 지식과 안목을 쌓을 수 있었다. 또 국방부 출입기자로 일한 약 6개월 동안은 취재의 재미와 기사 작성 훈련을 함께 경험했다. 기자는 단순히 기사를 쓰고 마감을 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기사를 읽는 입장과 취재원과의 관계, 사회적 파장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합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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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작가에게 메일을 띄우세요

돌아보면 소년 시절부터 많은 시간이 기자가 되기 위한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독서에 관한 한 책을 읽지 않으면 회초리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교육 철학이 확고하셨던 아버지와 학습에 있어서는 재능스스로학습을 고수하셨던 어머니, 이 두 분의 굳은 방침 아래 풍부한 교양과 지식을, 그리고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해내는 책임감을 함께 키웠다고 본다. “저도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보통 아이였는데, 재능스스로학습을 통해 엄마와 갈등하지 않고 매일 정해진 학습량을 먼저 해내는 습관과 책임감을 키웠고, 재능선생님의 칭찬 덕분에 자신감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었어요.”

한편 고등학교 시절에는 공부뿐 아니라 먼훗날 기자가 되기 위한 준비도 착실히 했다. 1학년부터 청소년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신문기사를 읽고 모니터링했으며, 2학년 때는 글쓰기에 관한 책을 펴낸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기자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궁금한 점, 알고 싶은 점이 많아 세 번이나 메일을 보냈더니 저자의 글쓰기 강좌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같은 길을 꿈꾸는 후배가 있다면 정근 씨는 인상 깊은 작가에게 꼭 메일을 보낼 것을 권한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오히려 흔들려보면 좋겠다

오랫 동안 뜻하던 길로 정근 씨는 비로소 접어들었고, 아직은 시작일 뿐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자신을 포함해 누구든 한 번은 힘들어하며 흔들린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원하던 일을 하고 있든, 원하지 않던 일을 하든 누구나 그러하다는 속사정을 안다. 때문에 아직 그렇지 않은 후배라면 ‘흔들려보라’고 들려주고 싶다.
“실은 언론고시를 준비할 때 저도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순간이 있었어요. 한 번쯤 흔들려봐야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현실의 두려움, 좌절감에 연연하지 말고 흔들려봤음 좋겠어요. 나중에 얘기할 거리를 얻는 거니까요.”

바쁜 중에도 정근 씨는 삶을 가꾸며 ‘멋 좀 부릴 줄 아는’ 사람이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자취 생활을 시작했던 곳에 지금도 살고 있지만,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생각과 솜씨는 달라졌다. 첫 직장에서 만난 상사의 영향을 달게 받은 탓이다. 내가 오래 살고 있고 친구들이 자주 찾아오는 그 공간에 꽃과 화분을 들여놓게 되었으며, 아보카도와 토마토를 버무린 생소한 이름의 요리도 낼 수 있게 바뀌었다.

머지 않아 내 스타일로 뉴스를 전할 날이 올 것이다. 방송기자로서 정근 씨는 정책을 개선할 수 있는 힘 있는 방송을 하고 싶다. 그것이 꼭 문제나 사건의 고발이기보다는 생생한 현장을 흥미롭게 전하면서도 좋은 개선책을 제시하는 방향타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