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긋’ 웃음 속에 ‘스스로’가 반짝반짝

‘빙긋’ 웃음 속에
‘스스로’가 반짝반짝서울대조초 정민재(6학년)

글. 최수인 | 사진. 이서연(STUDIO 51) | 2021년 10호

2021. 10. 27 88

낯선 이에게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머뭇머뭇 해도 빙긋 웃음만은 내내 유지하여 반가움을 열심히 전하는 민재.
초등학교 6학년 남자아이 치고도 말이 없는 편이지만 친근한 웃음 속에 정직한 성실함과 책임감이 반짝반짝 빛난다.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도, 가끔 새벽에 깨어났을 때도 숙제부터 해놓는 어린이, 생각할수록 웃음과 정감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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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 관리는 민재의 책임

민재네 집에는 중문 입구부터 거실과 주방 곳곳에 갖가지 화분들이 놓여 있었다. 싱싱하고 깨끗한 초록 잎들과 화분에 꽂아둔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라 적힌 귀여운 팻말에서 부지런한 누군가의 손길이 전해졌다. 식탁은 물론이고 주방 베란다 출입구 위쪽에는 조그만 화분 두 개가 나란히 걸려 있어 운치를 더했다. “커가는 모습이 예쁘더라구요.” 민재 엄마의 말에 ‘어머니는 한 집안의 영혼’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거실 탁자에도 예쁜 화분들 사이로 어항이 사이좋게 놓여 있었는데, 물이며 색돌, 모형 수초 하나하나까지 깨끗했다. 당연히 관리는 엄마 몫이려니 싶었는데, 어항은 민재 담당이라고 했다. 대개 아이들이 시작은 민재처럼 해도 실상 자기 책임을 꾸준히 다해내기가 쉽지 않기에 민재가 다시 보였다. 대견해서 엄지척을 해 보여도 민재는 빙긋 웃기만 한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했지만 대신 물고기를 기르기로 했어요. 자신이 원했던 거라 애초에 어항 관리는 민재가 책임지기로 정했거든요. 벌써 팔 개월쯤 지났는데 정말 잘하고 있어요. 물이 조금만 뿌옇게 변해도 들고 가서는 어항이며 돌 하나하나까지 솔로 닦아요. 한번 맡은 일은 잘해내더라고요.”

새벽에 깨면 ‘재능’부터 펴는 아이

민재는 무엇이든 한 가지 정하면 잊어버리는 일 없이 해내는 타입이다. 일곱 살부터 시작한 태권도도 싫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빠지지 않고 성실하게 해왔다고. 코로나로 자주 멈추다가 끝내 중단하게 된 것이 못내 아쉽다. 학습도 스스로 알아서 챙겨 엄마의 염려를 덜어준다. ‘매일 해야 하는 것을 해놓고 놀아라.’ 엄마의 이 원칙의 힘인지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에도 ‘차라리 공부하자’며 스스로학습교재를 펼친다는 것이다. “잠이 좀 없는 편이라 가끔 새벽에 깨기도 하는데, 그때도 숙제부터 해놓는 거예요. 학습이 밀리면 힘든 걸 저도 알거든요. 그런 걸 보면 맡겨진 일에 책임감은 강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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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속도와 성향에 잘 맞는 학습

민재가 재능스스로학습을 하기 전까지는 엄마의 고민이 가볍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말문이 트이지 않아 네 살까지 고심했고, 방과후 영어 수업을 하면서 민재가 상처받은 것에 내내 신경이 쓰였다고. “민재에게는 자신만의 속도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제 생각대로 영어 수업을 시킨 적이 있어요. 성장도 빠르고 활달한 친구들 속에서 오히려 상처를 받았나봐요. 민재는 반복이 좀 더 필요하다는 걸 아니까 학원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초등학교 2학년 때 본가 어머니의 소개로 재능스스로학습을 시작했는데, 아이의 학습 상태를 진단한 후 ‘매일 3장씩’ 하는 분량과 ‘스스로’ 습관 형성이 민재와 잘 맞았다. 《재능스스로국어》와 《재능스스로수학》으로 시작해 차츰 한자와 영어까지 추가해도 민재는 거부감이 없었다. 오후부터 일을 하는 엄마의 사정상 지금까지 민재의 학습 도움과 채점은 아빠의 몫이다. 학원에 안 다니는 만큼 재능스스로학습에 집중하자는 데 모두 공감하며 실천해오고 있다.

무엇이든 뚝딱 만들며 놀아요

두 살 터울의 세연이는 엄마가 없을 땐 민재가 챙겨줘야 할 여동생이지만, 무엇이든 함께하는 친구이기도 하다. 오빠의 학습 습관을 본받아 동생도 따르며, 틈만 나면 함께 만들기에 빠져든다. “엄마, 이 리본 버리는 거야? 내가 좀 쓸게”라며 빈 박스, 막대, 물통 등을 가져다 새로운 무언가 만들기를 무척 좋아한다. 바닷가에서 주워 온 조개껍질과 돌에 색칠도 하고 또다른 소품으로 창작해낸다. “어릴 때부터 물감놀이, 찰흙놀이, 두부나 밀가루 같은 재료를 가지고 놀기, 눈이 오면 눈을 담아와서 만져보고 관찰하기 등 나름대로 많이 노력했어요”라는 엄마의 말에 민재네 거실을 가득 채운 생동감과 즐거움의 근원을 알 수 있었다. 조용히 자기 할 일만큼은 분명하게 해내는 민재의 일상을 상상하니 자꾸 빙긋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