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는 마음에 세워진 탑

끈기는
마음에 세워진 탑

글. 박민근(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장, 《시냅스 독서법》 저자) | 사진. 이미지투데이, 클립아트코리아 | 2021년 10호

2021. 10. 27 8

끈기를 타고난 기질이나 습관 정도로 여겨서는 아이의 끈기를 길러주기 어렵다.
끈기는 여러 요소가 합쳐져 세워진 마음의 탑이기 때문이다. 세계적 연구가 앤절라 더크워스는 끈기를
이루는 4가지 요소로 관심, 연습, 목적, 희망을 꼽는다. 이 요소를 통해 끈기가 자라고,
동시에 끈기가 있을 때 네 가지 특징이 두드러진다. 그 관계를 생각하며 아이 마음에 끈기의 탑을 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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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아이가 좋아하는 일에서 미래를 설계한다

부모라면 내 아이가 뛰어난 능력을 갖기를 바란다. 그런데 부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능력이 더이상 쓸모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세계경제포럼은 2022년에 더 많이 필요해지는 능력과 그 중요성이 줄어드는 능력을 각각 10가지씩 정리했다. 전자로는 혁신, 능동적 학습, 창의성, 문제해결능력, 리더십, 감성지능 등을, 후자로는 손재주, 일반지능, 보편적 수학능력, 각종 관리능력, 감각, 기술이용 능력 등을 꼽았다. 물론 과거부터 중시되던 능력들이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이의 지능, 성적, 입시, 수학능력에 집중해왔다면 당황할 만한 예측이다. 내 아이가 살아갈 30년, 40년 후는 이런 변화가 더 커질 것이다.

미래가 요구하는 능력들을 길러주려면 지금과는 다른 양육,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본말이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능력을 억지로 키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능력이 자라는 원천은 아이 자신의 관심과 흥미, 적성인 까닭이다. 가장 먼저 내 아이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그리고 능력이 자라는 데 가장 요구되는 덕목이 끈기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김연아나 손흥민, BTS, 봉준호,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감독 황동혁 같은 아웃라이어들을 대변하는 한 단어가 바로 끈기이다. 관심 있는 일을 끈기 있기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한정된 경험으로 아이의 관심사, 재능을 제대로 발견하기는 어렵다.
다양하면서도 체계적인 체험 활동과 꼼꼼한 계획이 필요하다. 초등 저학년까지 적용할 수 있는 책으로
클레어 고든, 린 허긴스-쿠퍼가 지은 《하루 10분 엄마표 지능코칭》이 있다.
놀이에 바탕한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아이의 관심사나 강점, 부족한 지능을 세밀하게 발견하는 법을 안내한다.
가령 논리수학지능을 가늠할 수 있는 논리력, 창의력, 추론 능력, 숫자 능력, 셈 능력, 수리 추리력 등을
놀이를 통해 테스트할 수 있다.

연습, 꾸준히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앤절라 더크워스 교수의 집에는 ‘시련이 있거나 힘든 날에는 그만둘 수 없다’는 가훈이 걸려 있다고 한다. 힘들어도 꾸준히 연습해야 꿈을 이룰 수 있다. 아이에게 남다른 관심사가 생겼다면 그 관심사를 실현할 세부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이 연습이다. 타고난 재능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는 있지만 한 분야에서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한 1만 시간의 노력을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는 양적인 문제가 아니다. 안데르스 에릭슨 교수는 질적 노력, 의식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의식적 노력을 돕는 효과적인 도구로 계획표와 점검표가 있다. 지금 하는 일의 진척 과정을 객관화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업노트나 박지성의 초등학교 시절 일기에서 의식적 노력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계획표나 점검표도 쓸수록 활용 능력도 높아진다. 초등학교부터 연습하면, 고3 정도에 일주일 학습계획표를 작성하는 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스스로 학습 능력이 뛰어난 학습자 대부분은 자신만의 계획표, 점검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아이에게 일찌감치 연습 계획표와 점검표 만드는 법을 알려주자. 아직 어리다면 ‘만다라트’ 같은 초보적인 계획표 작성법부터 알려주면 좋을 것이다.

인터넷 검색으로도 계획표, 점검표 양식을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복잡하고 체계적인 계획표여야 할 것은 아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아이라면 계획표의 주기를 늘리고, 규칙과 형식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성하면서 스스로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끼는 일이다.
딱딱한 서류가 아닌 감상을 적는 일기에 가깝게 활용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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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보다 원대한 가치를 심어준다

진행 중인 일에서 성과나 결과를 내지 못했을 때 우리는 싫증을 느끼고 게으름을 피우기 쉽다. 지속적으로 연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좀 더 단단한 마음이 필요하다. 이런 마음을 지키고 키우는 것이 목적의식이다. 석학 윌리엄 데이먼은 현대의 젊은이들이 공통으로 앓는 ‘목적상실병’에 관해 조명한 바 있다. 그는 젊은이들이 원대한 목표를 발견하고, 좀 더 인간적이고 가치 있는 목적을 가질 것을 당부한다. 목적의식이 결여될 때, 우리는 중독적이고 충동적인 삶, 무기력하고 열정 없는 일상을 보내기 쉽다. 어떻게 아이들에게 목적의식을 심어줄까? 윌리엄 데이먼이 제시한 해결책 가운데 몇 가지를 필자가 생각한 구체적인 예와 함께 소개한다.
■ 자신의 영역에서 목적지향적인 사람들 관찰하기(책에서 롤모델을 발견하고 성취 과정을 탐색한다) ■ 목적 추구를 위해 필요한 기능 습득하기(희망 직업을 고르고, 요구되는 능력들을 하나씩 키워나가기, 필요한 자격증 따기) ■ 현실적인 유능감 증대시키기(점검표를 작성할 때 체험에서 얻은 성취감을 글로 적어보기) ■ 낙천성과 자신감 향상시키기(다양한 자기격려 기술 배우기. (예) “포기하고 싶을 땐 나에게 ‘힘내’라고 말해.”) ■ 목적에 대한 장기적인 헌신(10년, 20년 후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세분화해 로드맵 그려보기)

이는 부모의 힘만으로 어려울 수 있다. 도와줄 믿을 만한 멘토가 있다면 좋겠지만 모든 아이가 그런 기회를 얻지는 못한다. 그 대안은 독서와 글쓰기이다. 목적의식을 자라게 하는 데 명저와 양서 읽기, 일기나 에세이와 같은 자기성찰 글쓰기만큼 좋은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책보다 나은 스승, 글쓰기보다 정직한 멘토를 찾기 어렵다. 문제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스스로 책을 읽고, 즐겁게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의 독서열, 글쓰기 애호감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실제 독서나 글쓰기만큼 관련 체험도 중요하다.

독서와 글쓰기와 관련된 즐거운 기억을 심어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책 놀이, 동화 구연, 독서모임, 그림책 만들기, 독서콘서트, 저자 강연 등을 체험하면 책과 글쓰기에 대한 호감을 높일 수 있다.
윤동주문학관 같은 문학관이나 책 박물관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글쓰기 응모전, 대회에 참가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희망, 지금 하는 일에서 미래를 만날 때

우리는 어떤 일에서 자신의 미래를 만날 때가 있다. 관심과 열정, 희망이 생기는 순간이다. 그런 일이라면 좋은 일의 조건도 충족한다. 반대로 하는 일에서 미래나 희망을 보지 못한다면 그보다 불행한 것도 없다. 아이의 낙관성과 자존감을 키워주면 이런 경험을 좀 더 자주 할 것이다. 아이가 관심을 가진 일에서 연습을 통해 나름의 성취를 거뒀을 때, 새로운 목적을 발견하고 희망과 기쁨을 더 자주 느낄 것이다. 아이가 낙관적이라서 좀 더 희망을 느낄 수도 있지만, 역으로 그 일 자체가 지속적으로 희망을 줄 수도 있다.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자신의 관심사에서 좀 더 큰 희망과 만족을 느낄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으로 ‘100가지 희망 적기’가 있다. 심리학자 캐롤라인 A. 밀러가 계발한 심리 프로그램으로, 장단기 목표 100가지를 지속적으로 관리, 실천하는 방법이다. 주기적으로 갱신하며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을 정리해나가면 된다. 매년, 매 학기 100가지 목표가 달라질 수 있다. 100가지 희망 적기의 모범 답안이 있다. 존 고다드는 15살이던 1940년, 노란 종이에 ‘나의 인생 목표’를 적었다. 총 127개였는데, 47세가 되던 해 존은 그 중 104개를 달성했다. 그리고 1980년 우주비행사가 되어 달에 감으로써 127번째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이후 그의 꿈은 500개까지 늘었고, 죽을 때까지 그 꿈을 하나씩 이뤄나갔다. 이 이야기는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이라는 동화책에 잘 담겨 있다. 아이와 존 아저씨의 이야기부터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