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그 길을 따릅니다

운명처럼
그 길을 따릅니다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장현지

글. 이슬비 | 사진. 남윤중(STUDIO 51) | 2021년 8호

2021. 08. 31 48

의대 본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장현지 양은 여름방학 동안만큼은 밤새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학기 중에 누리지 못했던 망중한의 일상을 만끽했다. 신생아 때 큰 수술을 받고 어릴 적부터 가고자 했던 길,
어떤 환자든 최선을 다하며 마음까지 헤아리는 의사가 되기 위해 어느덧 다시 치열한 일상으로 돌아와 오늘에 충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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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기타의 낭만도 그 후폭풍도 지나

의대생으로서 대학생활도 어느덧 4년째 접어들었다. 시험을 한 번씩 치를 때마다 큰 산을 옮기는 기분이라고 말할 정도이니 공부만 하기에도 빡빡한 일상이다. 지금은 방학을 맞아 모처럼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특히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져 무척 행복한 나날이라고. 지난 대학생활을 돌아보면 1학년 때는 신나게 놀아서 행복했고, 2학년 땐 공부의 리듬을 회복하느라 고생했고, 본과 1학년 접어들어 다시 리듬을 타기 시작해 공부양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본과 2학년을 무사히 순항 중이라고 한다. 지금 굉장히 행복하게 느껴지는 것도 마음에 여유가 생긴 덕분이라고 했다.
“입학하니 선배들이 ‘의사가 되기로 작정한 이상 앞으로 네 인생에서 놀 틈은 1학년 때밖에 없다’고 했는데, 그게 농담이 아니더라고요. 선배들 조언대로 1학년 땐 통기타 동아리 활동에 푹 빠져 지내다가 본과 2학년이 되니 예과 때와는 달리 정말 바빠지더라고요.”

1학년 땐 열심히 논 덕분에 후유증이 적지 않아 재시험에 걸리기도 했단다. 그래도 통기타 동아리 활동은 좋은 선후배를 만날 수 있는 기회였고 대학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준 활력소였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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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린 의사, 나도 그 길을 가려

현지 양이 의사의 꿈을 꾸게 된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 태어났을 때 체중도 적었고 난소에는 혹이 있었다고 한다.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혹을 제거해야 하지만 신생아에게 상당히 위험한 수술이었다. 나중에 부모님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는 예사로 흘려보내지 못했던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이 갓난아기였던 저를 살리셨다는 말씀을 듣고 의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땐 호기심은 생겼지만 꿈을 생각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고, 좀 더 자란 후 의학 드라마를 보다가 불현듯 ‘나도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의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꿈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는데, 의대 진학을 위해 재수를 감수할 만큼 목표가 확고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성적으로 고민할 때마다 부모님의 든든한 응원이 큰 위안이 되었다고 한다. 성적이 좋을 땐 자만하지 말라고 붙들어주셨고, 좀 주춤할 땐 문제점을 알아내 고치면 다음엔 더 잘할 수 있다고 다독이며 지지해주셨다. 덕분에 운명처럼 여기던 의대 진학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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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공부, 그 시절의 리듬을 되찾은 듯

현지 양은 공부의 힘이 끈기와 책임감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선택은 신중하게, 책임은 확실하게’를 강조하시는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위해 신중했고, 한 번 선택한 것을 도중에 포기하는 일은 드물었다.
“어떤 일을 시작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한 과정을 마칠 때까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진학 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이 끈기와 책임감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취약했던 수학을 가장 자신 있는 과목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끈기 덕분이에요. 수학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켰어요.”

의대생의 공부는 녹록지 않았다. 입학 후 한동안 공부의 리듬을 잃고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고백한다. 고된 입시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 때문에 잠시 방심한 탓이었다.
“한 번 리듬을 놓치니까 벼락치기의 악순환이 이어졌어요. 마음만 조급해지고 머리에 들어오는 것도 없고요. 무엇보다 전후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핵심 내용만 외우는 건 시험을 위한 공부일 뿐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번뜩 들더라고요.”

예과 1~2학년 때의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는 중·고등학교 시절처럼 그날 배운 내용은 그날 복습하는 방식으로 공부 리듬을 회복했다. 하루 계획을 꼼꼼하게 짜놓고, 힘들어도 자신과 타협하지 않으려 노력한 덕분에 시험 기간에 밤새는 일도 줄어들었다. 어릴 적 재능스스로학습을 하면서 매일매일 꼬박꼬박 공부하던 습관을 되찾은 기분이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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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실력이 느는 습관

현지 양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꾸준히 재능스스로학습과 함께 공부했다. 초등학교 때는 거의 모든 과목을 했고 중학생이 된 후에는 과목 수를 줄여 집중했다.
“지금 생각해도 과목 수가 많았던 것 같은데, 어린 마음에도 매일매일 하지 않으면 해야 할 숙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걸 알아서 가족 휴가를 갈 때도 교재만큼은 꼭 챙겨갔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재능스스로한자』로 한자 공부를 하면서 한자능력검정시험 4급까지 합격했는데, 나중에 어휘력의 바탕이 된 것 같아요.”

덕분에 고등학교 공부의 기초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며 어린 후배들에게도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당장은 다른 게 더 욕심날 수도 있고 매일매일 해야 하는 숙제가 귀찮을 수도 있어요. 저도 그랬거든요. 하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실력이 늘어난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공부 기초를 닦은 선배로서 꾸준히 하길 강추합니다.”

마음까지 치료할 수 있기를

다시 의대생의 일상으로 복귀한 지금, 짧은 시간이지만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고 느끼는 현지 양. 이제 막연하게 의사를 꿈꾸던 소녀가 아니다. 앞으로 어떤 진료 과목을 선택할까 생각은 많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하는 의사, 마음까지 치료해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선택은 신중하게 책임은 확실하게, 어릴 적 꿈꾸던 의사로 서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그 발걸음에 믿음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