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은 몰입을 강화한다

쉼은 몰입을
강화한다

글. 김인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사진. 이미지투데이, 클립아트코리아 | 2021년 8호

2021. 08. 31 11

우리의 몰입을 방해하는 수많은 정보의 유입을 이제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도 베토벤은 오후마다 산책을 길게 나갔고, 수학자 푸앵카레는 하루 4시간만 일한 것으로 유명하다.
선천적인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조차 장시간 하나의 작업을 하는 것을 경계하였던 것이다.
의식적으로 쉬는 시간을 가져야 결과적으로 더 깊은 몰입과 성취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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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인 쉼이 필요한 시대

빅데이터, 인공지능, 머신러닝… 이 기술들은 모두 엄청난 양의 정보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현재 적용되지 않는 영역을 찾기 힘들 정도로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인터넷이 보급되었을 때 즈음부터 사람들은 우리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는 말을 하기 시작하였으나, 지금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이미 일상의 큰 부분을 이루는 매체들, SNS 등에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쉼 없이 쏟아내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들어오는 정보의 ‘인풋(input)’을 의식적으로 끊어내지 않는 이상, 중요도가 제각각인 정보들, 대부분의 경우 큰 가치가 없는 정보들을 소화하느라 우리의 정신적 리소스가 소비되고 있다. 선택적 정보의 수용 그리고 나아가 의식적 정보의 단절이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정보피로증후군(IFS : Information Fatigue Syndrome), SNS피로증후군 등의 용어가 말해주듯, 정보 피로도가 쌓이면 집중력, 판단력이 흐려지고 불안감, 회의감이 증가하며, 실질적인 두통, 구역감, 어지러움, 피로감 등의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무엇에도 제대로 집중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가 연속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생존을 위해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하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SNS를 하루 안 한다고 해서 우리의 생존이 위협받지 않거니와 우리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는다. 정보의 유입을 이제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의 양을 선택적으로 제한할 때, 우리는 더 중요한 문제 앞에서 더 깊은 몰입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의식적으로 쉬지 않으면, 우리는 정말로 쉴 수 없다.
하루 24시간 정보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하루 중에 모든 정보 자극으로부터 단절된 시간을 정해놓고 정말로 ‘쉬자’.

쉼의 뇌과학적 의미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 우리의 뇌도 쉬고 있을까? 최근의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우리가 아무런 생각이나 활동을 하지 않을 때에도 뇌 속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 : Default Mode Network)’라는 곳이 활성화된다. DMN은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으로 내측전전두엽피질, 후대상피질, 두정엽피질에 퍼져 있는 신경세포망을 말한다. 이 영역은 주로 기억, 반추, 자의식, 마음이론(타인의 마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즉 우리가 과거에 대해 생각하거나, 미래에 대해 상상하거나, 혹은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이 신경세포망은 활성화되는 것이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의 뇌에서는 DMN의 활성이 높게 관찰된다. 우울할 때 우리는 과거의 잘못에 대해 생각하고, 우리의 존재 자체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지 않는가? 뇌과학도 그렇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반대로 명상을 오래 한 사람의 뇌에서는 DMN의 활성이 감소되어 있는 것이 발견된다. 명상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라’, ‘자아를 버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즉 과거 혹은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지나치게 나 자신을 의식하지 않는 것, 현재에 집중하는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DMN의 활성도를 떨어뜨리고, 진정한 의미의 쉼을 가능케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최근에는 멍하니 불 혹은 물을 바라보는, ‘불멍’, ‘물멍’ 등이 유행하기도 한다. 어떤 방법이든, 우리 자신과 과제에 대해 과도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오롯이 존재할 수 있을 때 뇌도 쉬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쉬고 있다고 느낄 때조차 진정한 의미에서 쉬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에는 명상을 하자. 간편하게는 명상 앱을 이용해보는 방법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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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쉼, 수면

우리는 인생의 3분의 1을 잠을 자면서 보낸다. 그 많은 시간 동안 우리 몸에서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 걸까? 수면을 취하는 동안 우리의 몸에서는 실로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먼저, 신체의 재생 및 면역과 관련된 작용이 일어난다. 자는 동안 뇌에서는 성장호르몬, 항이뇨호르몬, 멜라토닌, 옥시토신, 프로락틴, 코르티솔, 알도스테론 등의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들의 복합적 작용으로 신체의 성장, 상처의 재생, 면역, 대사 작용이 촉진된다. 또한 수면은 체온 조절과 에너지 저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는 동안 뇌에서는 깨어 있을 때 축적되었던 독소들이 제거되고,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정보를 재구성하여 기억, 학습하는 과정이 일어난다. 깊은 단계의 수면에서는 뇌세포들 사이의 간격이 60퍼센트 증가한다. 이로 인해 뇌척수액이 독소 배출을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배출되는 독소 중에는 치매와 관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beta amyloid)도 포함되어 있다. 한 마디로, 자는 동안 우리 뇌는 한바탕 청소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할 수 있다. 깊은 잠을 잘 때, 즉 서파수면(SWS : Slow Wave Sleep)을 하는 동안 뇌에서는 학습 및 기억의 저장, 강화 작용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시험 전날 잠을 잘 자야 다음날 시험도 잘 본다’는 속설이 아예 근거가 없는 낭설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로 수면이 결핍되었을 때는 면역력 감퇴, 고혈압 및 당뇨 발생 위험 증가, 체중 증가 등 각종 신체적 질병의 발생 증가 및 기억력 감퇴 등의 인지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수면 결핍이 장기화되었을 때에는 환청, 망상 등의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쥐를 가지고 수행한 수면박탈 실험에서는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관찰되었다. 물론 이는 극단적인 예시이지만, 그만큼 수면이 우리가 정상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즉 잠을 잘 자는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의 몸과 뇌에 최고의 쉼을 주는 것이다. 좋은 수면은 학습, 기억과 관련성이 높고 최근의 연구들에서는 창의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깨어 있는 동안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이 더욱 필수적인 이유이다.

좋은 수면을 위한 팁! ‘수면 위생’을 지키자. 잠자리는 서늘하게 유지하고,
침대에서는 잠만 자고 다른 활동은 하지 않도록 한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관계없이 기상 시각은 일정하게 유지하자.

타임아웃은 번아웃을 예방한다

번아웃, 소진 혹은 탈진증후군으로 번역되는 이 용어는 1974년 미국의 심리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프로이덴버거는 과도한 일을 부여받은 약물중독클리닉의 자원봉사자들을 관찰하였고, 우울감, 두통, 불면, 분노, 경직된 사고 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이 자원봉사자들은 우울증 환자와 비슷한 증상들을 호소하였고, 우울증 환자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도한 업무 시간, 업무량은 오늘날으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문제일 것이다. 현대로 올수록 우리는 더 많은 일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기를 요구받는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와 비교해서 지금의 아이들은 더 많은 과목의 수업을 들으며, 더 많은 양의 과제에 파묻혀 지낸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서, 과도한 업무 시간은 오히려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보였다. 공부와 관련해서도, 책을 오래 붙잡고 있는다고 해서 공부가 잘 되는 것은 아님을 우리는 모두 안다. 과거에도 베토벤은 오후마다 산책을 길게 나갔고, 수학자 푸앵카레는 하루 4시간만 일한 것으로 유명하다. 선천적인 능력이 뛰어난 사람조차 장시간 하나의 작업을 하는 것을 경계하였던 것이다. 하물며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의식적으로 쉬는 시간을 가져야 결과적으로 더 깊은 몰입과 더 많은 성취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타임아웃은 특히 아이들에게 필요하다.
아이들의 공부 시간 중 휴식과 놀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두자.
그 시간만큼은 아이가 공부와 관계없는 다른 활동을 하게끔 장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