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음식과 삶은 계속되고

경이로운 음식과 삶은
계속되고웹툰 작가 조경규

글. 최지영 | 사진. 이서연(STUDIO 51) | 2021년 6호

2021. 06. 30 630

2010년 4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열두 번의 시즌 연재가 마무리된 웹툰《오무라이스 잼잼》은
어려서부터 무던히도 만화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작가 자신도 예상치 못한 삶을 인도했다.
좋아하는 음식과 만화로 인해 영위하게 된 지금의 삶이 무척 마음에 든다.
일러스트 작가로 그래픽 디자이너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 조경규는
7월 초부터 다시 시작될 시즌 13 연재를 앞두고 말한다. 세상은 넓고 음식은 많다.

만화 같은 일상 10년

첫화에서 작가 자신이자 웹툰 속 아버지는 토마토는 설탕을 듬뿍 뿌려 시원하게 먹어야 맛있다고 다정하게 이야기한다. 백설공주에 푹 빠진 누나의 주문대로 갖가지 시중을 드는 동생에서 이모저모 쓸모 많은 토마토를 연상했다. 신기하게도 건강에 대한 염려를 누그러뜨린다. 그렇게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마다 네 식구의 일상과 추억, 미처 몰랐던 탄생 이야기, 제대로 즐기는 레시피와 국내외의 노포 맛집 정보까지 곁들이니, 세상 어떤 음식이든 반갑고 편안해진다. 스팸이며 베이컨, 탕후루, 노란 치즈 한 장에서도 귀한 맛이 느껴진다. 음식에 관한 한 작가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식에는 이유와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0년간 다음웹툰에서 연재한 ‘경이로운 일상음식 이야기’가 시즌 12까지 총 273편이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독자는 없을 것이다. 현재 11권까지 책으로도 엮어낸 《오므라이스 잼잼》 시리즈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충분히 유쾌하고 유익하다. 10년이라는 무게감에도, 작가는 확확 달라진 건 없다며 ‘만화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혼자 취미처럼 하던 것이 이렇게···. 만화를 하면서 만화 속 캐릭터처럼 살게 되는 건 있어요. 당장 아이들이 작품과 다른 모습을 보면 바로 얘기하니까요. 지금도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들고 재밌어요. 만약 처음부터 추구해왔었다면 이런 재미는 없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조경규 작가는 모든 음식을 ‘내돈내산’, 즉 내 돈으로 직접 사 먹어보고 그렸다. 식비를 포함해 상당히 부담이 큰 해외 로케의 경우도 그렇다. 돌풍 같았던 이른바 ‘먹방’의 진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먹는 양에서만큼은 절제하는 쪽이다. 그는 ‘오무라이스 잼잼’ 이전부터 팬더와 너구리의 코믹 음식 여행기 ‘팬더댄스’, 돼지고기의 매력을 따로 담은 ‘돼지고기 동동’, 북경 광저우 등 중국 본토의 식도락 만화 ‘차이니즈 봉봉클럽’ 등에서 음식을 향한 진심과 발품과 식견을 유감없이 전해 미식가로 주목을 받았다.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삶

‘오잼’ 속 네 식구는 공동취재단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아내 혹은 아이들과 늘 함께 다녔다. 사진을 전공한 아내는 처음부터 사진을 맡았고 얼마 전 《오무라이스 잼잼 웹툰과 함께 보는 사진 앨범1》을 함께 펴냈다. 두 아이는 아이디어 제공자이자 대화 상대로 훌륭하다. 일과 공부, 영화 감상도, 딴짓까지도 거실에서 공유하는 가족이다. 음식에 대한 그의 생각은 곧 삶의 태도이자 교육 방식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만화 그리기와 먹는 것을 좋아한 터라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지금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든다.
“좋은 사람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 아닐까요. 생각해보면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20년 남짓인데, 그동안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최대한 재미있고 편안하게 지내면 된다고 생각해요. 부부도 아이도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면 갈등도 없지 않을까···. 부모 말만 안 들으면 잘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잖아요. 부모라고 해서 이끌어간다기보다는 뒤에서 지원하면서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호기심 많은 소년의 만화 사랑

특히 겨울잠에 대한 호기심이 진중했던, 과학을 좋아하던 소년은 공부를 하면서도 부모님 몰래 딴짓을 많이 하는 타입이었다. 라디오 들으면서 만화를 그렸다. 그게 장차 어떤 삶으로 이끌어줄지는 모른 채. 고등학교 때 SF소설 《쥬라기 공원》에 사로잡힌 후 공룡 영화의 미래를 꿈꾸며 생명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었다. 하지만 현실을 깨닫던 20대 초반 인터넷 태동기에 웹디자이너의 길을 잡았다. 학원에서 웬만큼 배우면 되겠지 하던 아들의 생각과는 달리, 아버지는 제대로 공부할 것을 조언하셨다. 덕분에 가장 존경하는 강익중 화백이 수학했던 뉴욕 프랫대학교에 지원해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 지금의 아내를 만난 곳이기도 하다.
“시기적으로 운이 좋아 웹디자인과 종이디자인 쪽까지 하면서도 만화는 계속 그렸어요. 그러던 중 웹툰 시장이 열리면서 제 만화를 연재하게 되었죠. 사실 ‘오잼’은 제 또래 정도가 공감하지 않을까 싶었지 부모님과 아이들이 이렇게 호응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단순하되 풍요로운 정신으로 일렁이는

스스로 생각해도 삶은 비교적 순탄했다. 자신은 운이 좋았다 말하지만, 일찍부터 쓸데없는 소모전이나 논란을 싫어해 사람 간의 이해를 우선시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는 삶의 공허함과 의미를 일찍 깨달은 편이다. 일로든 사적으로든 만나는 모든 이에 대한 그의 편안함과 배려심은 273편의 이야기 속에 잔잔히 담겨 있다. 웹툰 외에 잡지와 출판물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일러스트 작가로 그래픽 디자이너로 수많은 협업에 성실히 임했다. 하지만 변함없는 취향의 코드는 좀비물, 공포 영화, 헤비메탈 음악 쪽이다. 다양하고 풍성한 그의 세계는 《조경규 대백과》에 담겨 있다. 한 개인이 흔히 쓰지 않고 또 쓸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 재미있고 멋스러운 타이틀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겉으로는 단순하고 소박해 보여도 그 정신은 한없이 고양된 풍요로움으로 일렁이는 아티스트를 만나게 될 것이다.

진정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라면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에서 갈등이 없었다고 순순히 말할 수 있는 그는,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따른다는 것을 기억하며, 두 아이가 부디 경쟁 없는 업을 가지기를 바란다. 그의 두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갈지 다시 시작될 에피소드를 보며 짐작해보는 것도 웹툰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이다.

시즌 13 첫화는 7월 5일에 오픈될 예정이다. 시즌마다 20화 정도는 미리 끝내두는 편이므로, 연재가 시작되는 그 시점에 그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마 근래 새로 눈뜬 치킨버거를 넷이서 즐기고 있지 않을까.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그 순간 진짜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칼로리 따위는 중요치 않다. 여전히 세상은 넓고 음식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