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지도와 나침반을 준비하며

인생의 지도와
나침반을 준비하며고려대 지리교육과 남상웅

글. 오인숙 | 사진. 홍덕선(AZA STUDIO) | 2021년 3호

2021. 03. 31 42

지도 보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했던 상웅 군은 어려서부터 세계지도를 보며
각 나라의 이름과 수도를 외우곤 했다. 실제로 다 가보진 못했어도 지도로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꼼꼼히 훑었다.
그리고 지난해 고려대 지리교육과에 입학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다는
설렘과 학문에 대한 기대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서브이미지

비대면 일 년, 깊은 성찰의 시간

지난해 고려대학교에 입학한 상웅 군은 코로나19로 인해 본가인 충주에 머물며 온라인 수업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지방에 머물다 보니 동아리나 학회 활동은 엄두조차 못 냈다. 이번 학기에도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니 당분간 더 본가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이 적지 않다.
“가장 기대가 컸던 고연전을 비롯해 MT 등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는 것을 보면서 속상했어요. 지리학과는 전공 특성상 학기마다 단체로 가는 현장답사가 있는데 그것도 불가능했고요. 스무 살 새내기 생활이 너무 무기력하게 끝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지만, 가급적 낙관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는 캠퍼스에서 추억을 쌓는 대신 제 미래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전공 공부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운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고 행복했다. 특히 도시 발달이나 인구에 관한 수업에 관심이 많아 앞으로 인문지리학 공부에 좀 더 시간을 쏟으려 한다. 상웅 군은 지난 일 년의 새로운 일상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생각하며, 하루빨리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 선배들, 동기들과 편하게 만나 소통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서브이미지

공부도 마라톤처럼

상웅 군이 가장 열정적으로 생활한 시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다. 교내 각종 대회와 체험학습에 빠짐없이 참가했고, 주말마다 요양원으로 봉사활동을 다녔다. 반면, 3학년 2학기는 가장 힘든 시기였다. 수능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슬럼프에 빠지면서 모의고사 성적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두려웠지만, 최대한 낙관적으로 생각하며 여유를 가지려 노력했다. 공부하는 중간중간 짧게나마 휴식 시간을 만들어서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들으며 이 시기를 지혜롭게 넘겼다.
“마라톤처럼 공부에도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적절한 휴식이 없으면 에너지를 다 써버려서 결국 주저앉게 마련이거든요. 꾸준히 하되 적당히 쉬엄쉬엄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더불어 수능에서 최상의 결과를 낸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상상했다. 그 덕분일까, 실제로 상웅 군은 자신이 기대했던 최상의 결과보다도 더 좋은 성적을 얻었다.

상웅 군은 일곱 살 때 재능스스로학습을 시작해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꾸준히 했다.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기보다 부담은 적고, 원리 설명과 기초 다지기 등 학습 내용이 충분해 만족스러웠다. 《생각하는피자》로 키운 적절한 문장 구성력과 어휘력은 중·고등학교에서 수행평가를 하거나 대학교에서 과제를 할 때 큰 도움이 됐다. 또한 개념과 원리에 충실해 기초를 다지는 데 효과적이었던 《재능스스로수학》 덕분에 다른 교과목에서도 항상 원리와 과정을 중시하는 공부 습관을 가질 수 있었다.

서브이미지

좋은 친구이자 쉼터였던 지도책

공부를 하지 않을 때는 지도책이 좋은 친구가 됐다. 낯을 많이 가리고 내향적이었던 상웅 군은 지도를 보면서 길을 살피고 건물을 보며 종종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지도에 대한 재미와 흥미는 자연스레 고등학교 때 처음 접한 지리 과목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당연히 성적도 잘 나왔고, 지리 공부는 마치 놀이와 같았다. 국·영·수 과목을 공부하다가 지치면 지리 문제를 풀면서 머리를 식혔을 정도다.
“지금은 인터넷 지도를 자주 봅니다. 지표에서 나타나는 변화 과정을 보는 게 재미있어요. 과거 지도와 현재 지도를 겹쳐보면서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살펴보면 그 지역의 생활 모습의 변화를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어요. 워낙 지리를 좋아했기 때문에 전공 공부할 때도 거부감 없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서브이미지

많이 교류하며 본격적으로 달려갈 것

상웅 군은 지난 한 해 가장 아쉬웠던 것으로 사람들과의 관계 단절을 꼽았다. 그런 만큼 앞으로 학과 선배와 동기를 비롯해 다양한 전공과 꿈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나려 한다. 서로 정보를 나누고 좋은 영향을 주면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싶다. 올 여름방학에 참여할 계획인 교육 봉사는 그 가운데 하나다. 아이들을 만나서 배움을 나누고, 정서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서다. 그리고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충분히 답사를 다닐 예정이다.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제주도와 남극이다.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제주도의 화산 지형을 직접 밟아보고 싶은 마음이 크고, 교수님의 남극 답사 사진을 보면서 그 신비한 모습에 한눈에 반한 남극도 언젠가는 꼭 밟아보고 싶은 곳이다.
“지난해가 대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적응하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달려가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할 수 있는 한 많은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당장은 새 학기를 멋지고 보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공익’을 생각하며 가는 길

입학 초기만 해도 교사가 되어 학생들과 소통하며 사는 삶을 꿈꾸었던 상웅 군. 그동안 자신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면서 다소 변화가 생겼다. 지금은 불합리한 제도나 정책을 직접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에 국가 정책을 다루는 공무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직 뚜렷하게 하나의 목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길을 가든 ‘공익’을 위해 사는 삶이 상웅 군이 그려보는 미래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을 혁신해서 선진 교육 환경과 문화의 기반을 닦고 싶다는 꿈이 언젠가 현실로 이뤄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