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이고 적극적인 경험만이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경험만이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 박민근

글. 김문영 | 사진. 이규철(AZA STUDIO) | 2021년 1호

2021. 01. 29 98

어른 중에도 입버릇처럼 책 좀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여가 시간에도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다른 재미를 선택한다는 뜻일 것이다.
책보다 쉽고 재미있는 것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이에게 좋은 독서 습관을 길러줄 수 있을까.
박민근 독서치료연구소장은 아이의 과잉 독서를 경계하고 독서의 기쁨을 알려주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책을 왜 읽어야 하나요?

아이는 때로 질문으로 불만을 드러낸다. 공부를 왜 해야 해요? 학원은 왜 다녀야 돼요? 독서교육에 치중하는 부모라면 책을 왜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도 듣게 된다. 아이가 책 읽기를 부담스러워하거나 싫어한다면 독서교육의 방향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다. 부모가 시켜 억지로 하는 독서는 아이의 공부머리를 길러주는 것이 아니라 자칫 ‘공부상처’만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에는 지나친 공부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부모에게 이끌려 찾아온다. 한때는 수재 혹은 영재로 기대를 모았던 아이들인데 어느 순간 공부 의지가 꺾였다. 공부를 잘했던 아이가 공부를 싫어하고 책을 거부하게 된 경위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어려서부터 지나치게 많은 책을 읽도록 부모에게 강요받았다는 점이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학교에 진학했지만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는 대학생도 만났다. 이 학생은 단 한 번도 즐겁게 책을 읽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수많은 문학 작품을 읽었지만 수능 지문으로 나올 것만 생각했기 때문에 좋은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할 기회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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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얻는 위로와 기쁨

박민근 소장은 책 읽기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부터 독서의 치유 기능을 수없이 경험해왔다. 큰 사고를 당해 몸과 마음 모두 상처를 입었을 때, 미대 진학을 포기해야 했을 때와 문학비평가의 꿈이 좌절되었을 때도 우울증과 수면 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을 잡아준 책 덕분이었다. 책에서 위안을 받고 삶을 통찰하는 방법을 배우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길을 찾았다. 책을 읽는 즐거움이 곧 치유와 성장의 과정이었다. 이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문학과 심리 상담을 융합한 독서치료 분야에 발을 들였다.

많은 부모가 주목하는 독서와 학습 능력의 관계도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박민근 소장의 근간 《시냅스 독서법》은 아이의 스스로 학습 능력을 기르는 올바른 독서교육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독서는 두뇌의 신경세포 중 신경전달물질을 주고받는 부분인 시냅스를 자극한다. 즐거운 독서는 아이의 두뇌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행복을 느끼는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킨다. 독서를 즐거워하는 아이는 공부하는 과정에서도 성취감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는 경우와 비교해 ‘공부상처’를 입을 확률도 낮아진다.

‘몇 권’보다 중요한 것

좋은 책을 전집으로 들여놓고 아이에게 읽으라고 강요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하루에 열 몇 시간씩 책을 읽은 아이가 책 공포증을 얻은 경우도 있다. 아이가 즐거운 독서를 경험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교육 방식이다. 박민근 소장은 아이의 독서량이 아니라 독서하는 습관과 반응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을 많이 읽어서 공부를 잘하고 성공하는 아이는 극히 일부입니다. 독서교육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아이에게 한 시간 이상 읽히지 말라고 권합니다. 실제로 몇 시간씩 집중력을 유지하며 활자를 읽을 수 있는 아이는 거의 없어요. 부모는 아이가 오늘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검사할 게 아니라 책을 읽는 아이의 표정을 살펴야 해요. 어떤 책을 재미있게 읽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주려면 우선 재미있는 책을 찾아 권하는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명작 전집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새롭고 창의적인 작품을 찾아 읽히는 것이 좋다. 둘째로는 독서를 학습과 연관 지어 아이의 학습 부담을 늘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과학 공부에 도움 되는 책, 역사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책이 선택의 기준이 되면 아이의 관심과 흥미로부터 멀어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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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경험과 독서를 연결해야

아이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고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독서교육도 개인차를 고려해야 한다. 박민근 소장은 아무리 좋은 명작동화라도 아이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데 읽도록 강요하면 책을 싫어하게 만들 뿐이라고 설명한다. 아이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는 부모가 이미 파악하고 있다. 관심 분야의 책을 권하고 실제로 흥미 있게 읽는지 관찰하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에게 맞는 책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경험과 독서를 연결시켜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축구 선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것이고 읽으면서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겠지요. 아이가 다양한 분야의 책을 흥미롭게 접할 수 있도록 생활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게 이끌어주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자연을 자주 접하게 만들어주면 생물과 환경 관련 책에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아이는 축구나 춤, 자연을 알기 위해 꼭 책을 읽어야 하느냐고 질문할 것이다. 스마트폰만 켜면 활자보다 생생하게 각종 정보를 전해주는 영상 자료들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환경이니까. 박민근 소장은 퇴근 후 귀가하면 스마트폰을 책상 서랍에 넣어둔다. 독서에 집중할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아이의 독서교육을 위해서도 환경을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서는 영상을 보는 행위보다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경험이다.

그래서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영상을 보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재미를 선사한다. 인간의 지적 능력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사용하는 즐거움이고 반복할수록 더 깊어지는 즐거움이다. 박민근 소장은 그런 즐거움을 경험한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즐거움을 깨닫고 평생 성장하는 자기만의 길을 찾아간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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