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

글. 조선미(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사진. 이미지투데이, 클립아트코리아 | 2021년 1호

2021. 01. 29 38

세상은 한계를 극복해 최고 수준에 이른 사람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순간 이들의 삶 역시 조명을 받게 된다.
신체적 장애를 극복한 스포츠 선수가 있는가 하면, 인종차별의 벽을 넘어선 정치가도 있다.
이들은 모두 다른 사람이지만 이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요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의 시련과 그것을 감내한 자율 의지가 공통으로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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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장애, 남다른 재능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촬영장에서 스태프에게 고래고래 소지를 지르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화를 낸 이유가 스태프 두 명이 영상을 모니터링하며 2미터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아서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남다른 사회적 책임감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더욱 주목하게 되었다. 1981년 영화배우로 데뷔해 예순이 된 현재까지도 최고의 배우라는 극찬을 받고 있지만 톰 크루즈의 어린 시절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열두 살에 부모가 이혼하면서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했으며, 여러 번의 결혼과 이혼으로 상처를 크게 받기도 했다.

나는 그가 시대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십대에 영화 ‘탑건’에서 느꼈던 강렬한 매력이나 스턴트맨을 쓰지 않고 몸소 위험한 연기를 하는 담대함 때문이 아니다. 그는 정상적인 지능을 갖고 있음에도 일곱 살에 난독증 진단을 받았다. 글을 읽지 못하니 쓰기도 서툴렀으며, 발음마저 온전치 않아 학교생활이 수월하지 않았다. 배우가 된 후에도 누군가 읽어주는 대본을 외워서 연기했으며,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머릿속으로 시각화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마침내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타고난 핸디캡을 극복하고, 핸디캡이었던 바로 그 재능을 통해 성공했다는 점에 그의 탁월함이 있었다.

난독증은 꽤 흔한 장애이다. 영화 ‘E. T.’, ‘쥬라기 공원’,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누구나 한 번쯤은 그의 영화를 보았을 법한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역시 난독증으로 고통을 받았다. 또래에 비해 2년이나 늦게 읽기를 배운 그는 수업 시간에 책을 읽어야 할 때마다 수치심을 겪었고, 중학교 시절에는 지속적으로 따돌림을 당했다고 한다. 남다른 재능을 가졌지만 남다른 장애를 가진 이들을 세계 최고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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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은 동기를 부여한다

유명한 영화배우나 감독이 난독증과 같은 핸디캡을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첫째 이유는 무엇을 할지 스스로 선택했고, 목표를 향해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스스로 결정하며 나아갔다는 것이다. 자율은 다른 사람의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않고 스스로 세운 원칙에 따라 스스로를 규제하는 것으로 아무런 구속 없이 자기 뜻대로 하는 자유와는 클래스가 다르다. 다이어트를 하기로 했으니 저녁 식사량을 3분의 1로 줄인다거나 매일 아이와 20분 이상 놀아준다는 결정을 스스로 하고, 거기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결정을 실천에 옮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두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려고 애쓰는 것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할지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성인이 된 후에야 자신이 난독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가족 모두를 긴장시키는 말썽꾸러기였으며, 텔레비전을 너무 좋아해서 그 앞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여덟 살에 카메라를 만나게 되었고, 카메라에 빠져 고등학교 때까지 낙제를 면치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덕분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수업을 자주 빼먹는 아들을 끝까지 믿고 지지하는 든든한 배경이 되었다. 보통 엄마들처럼 학원에 보내거나 반복해서 읽기를 가르쳤다면 우리는 그의 뛰어난 업적을 볼 수 없었을 것이고, 스필버그 역시 평범한 사진사나 웹 디자이너로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았을지 모른다.

자율성을 키우기 위한 꿀팁

  1.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활동은 칭찬하지 않는다.
    칭찬을 받게 되면 내재적 동기가 아닌 외재적 동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시선이 없는 시간을 충분히 준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을 때 아이는 더욱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원하지 않는데도 알아서 해주는 것을 줄여라.
    부모가 먼저 해주는 것이 많으면 아이는 노력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이 주어진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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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과 시련은 가장 좋은 교사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면 천재 예술가 안토니 가우디가 만든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정 대성당)’가 있다. 개인적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세계 최고의 건축물이며, 건축과 미술, 디자인의 역사는 가우디 이전과 이후로 나눠졌다고 생각한다. 알록달록한 색색의 타일을 절묘하게 배치해 구사한 환상적인 색감, 건축물은 직선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당시의 관습을 깨는 물결치는 곡선의 디자인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한다.

가우디는 가난한 구리 세공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폐병과 류머티스 관절염이 심해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혼자 지내야만 했던 시간에 가우디는 마당에 있는 타일을 갖고 놀면서 주변의 자연경관을 관찰했다고 한다. 가장 천재적인 예술가가 정규 교육을 받지도 못한 병약한 아이였다는 것은 결핍이 실패의 원인이 아니라 성공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건강해서 또래와 같이 학교에 다녔다면 그는 타일 대신 돌을 사용한 평범한 건축물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대학교수이자 철학자, 한의사, 연출가, 시나리오 작가 등 일인다역을 소화하며 살아온 도올 김용옥 역시 병약한 몸이 자신을 공부로 이끌었다고 한다. 중·고등학생 때 무리하게 운동을 한 그는 대학생 때 끔찍한 관절염에 걸려 군대도 면제되었다. 오랜 시간 서서히 몸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철학과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 시기의 시련을 자양분 삼아 철학과 한의학, 신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섭렵하게 되었다. 결핍과 시련은 사람을 끝까지 가게끔 만드는 중요한 동인이다. 수많은 성공 이야기가 시련의 담금질이 성장에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핍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꿀팁

  1. 고장 난 장난감이나 망친 그림을 부모가 대신 완성해주는 습관은 버리는 게 좋다.
    실패에 대한 고통은 그것을 보상하려는 강한 노력을 이끌어낸다.

    심심한 시간은 상상력이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원천과 같다.
    정교한 장난감과 다정한 놀이 상대는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다.

    필요한데 없다거나 잘못됐다는 불평에 너무 빨리 반응하지 않는다.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

사람들은 세상이 정의롭고, 공정하기를 바란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 마이클 샌델 교수는 새로운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을 통해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인식이 능력주의 사회라는 또 다른 불공정의 패러다임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능력주의는 성공한 자는 내가 노력해서 얻어낸 결과라는 오만을, 패자에게 내가 못난 탓이라는 굴욕을 퍼뜨릴 수밖에 없다. 성공한 자는 덜 성공한 자를 게으르고 무능하다고 업신여겨도 사회는 그것을 공정으로 본다.

44대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영국계 미국인 어머니와 케냐 식민지 출신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오바마는 자신의 아버지가 시꺼멓고 어머니는 하얗지만 개의치 않았다고 하였다. 기회의 공정성과 상호 존중의 분위기가 인종 및 문화적 차이를 넘어 성공으로 자신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당선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나도 노력하면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다. 그렇지만 오바마가 컬럼비아 대학, 하버드 로스쿨 졸업생이라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정은 태어날 때 이미 똑같은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그렇게 명쾌하지만은 않다.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재능을 타고 났으니 태어난 대로 존중해주면 성공한다는 믿음을 가지라고 한다. 그렇지만 아이가 난독증을 가졌다면, 청력장애가 있다면, 자폐를 앓고 있다면 이들에게 세상이 공정하다는 믿음을 어떻게 주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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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를 전제로 한 유연한 사고를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다. 키와 몸무게가 다르고, 태어난 나라와 지역이 다르다. 곱슬머리와 직모를 선택할 수도 없다. 세상은 불공정하다. 기회를 동등하게 주면 능력이 성패를 가르고, 능력과 무관하게 성과물을 나눠주면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무기력감이 사회를 지배할 것이다. 그렇다고 불공정은 굳이 가르칠 필요가 없다. 달리기 시합을 하면 나보다 잘 달리는 아이와 늦게 달리는 아이를 보게 될 것이고, 똑같은 학교, 비슷한 학원에 다니면서도 1등급부터 9등급까지 나뉘는 것은 누구나 경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을 원망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바꿀 수 있는 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유연한 사고 능력을 가질 수 있으며, 노력해서 얻은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개인차를 전제로 한 기회의 균등은 그래도 이 세상이 살 만하다 생각하며, 나 자신과 타인을 공정하게 대하려 노력하는 성숙한 사람으로 이끌지 않을까.

삶과 세상에 유연한 태도를 키우는 꿀팁

  1.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다’는 말을 남발하지 않는다.

    내 아이나 우리 가족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뉴스를 보면서 남을 탓하거나 세상을 원망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