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킨과 스케치

냅킨과 스케치

글. 최도영(방송작가) | 사진. 이미지투데이, 클립아트코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 2020년 12호

2020. 12. 24 61

세기의 작품은 종종 말도 안 되는 상상에서 시작된다.
커피숍의 냅킨 한 장 위에 끄적인, 순간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가 세기에 걸쳐 영향을 주는
창의적 걸작으로 탄생한 일화가 적지 않다. 오랜 시간 다듬고 숙성시키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순간의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고 잡아두는 것도 실력. 언뜻 행운으로 치부될 수 있는 창의성은
스치는 순간까지 낚아채려 몰두하는 이에게 찾아오는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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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식객》의 작가 허영만 화백은 항상 스케치북과 메모지를 가지고 다니며 머릿속 아이디어들을 메모한다. 하지만 하필 메모 도구가 없을 때도 생기는 법. 한번은 맨몸으로 식당에 갔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으니, 그는 냅킨에 고추장으로 글씨를 써서 남겼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집어넣는다는 것은 정말 막연한 일이에요. 그래서 만화가는 ‘곳간’에 아이디어가 많아야 합니다.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바로 적고, 최대한 많은 내용을 기록합니다.”
천재들에게서 배운 우리도 앞으로는 창의력이 고갈될 때마다 한 번쯤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오늘, 우리의 곳간에는 얼마나 많은 냅킨과 스케치가 쌓여 있을지,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에 몰입했으며, 얼마나 부지런히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써왔는지. 그러면 분명 멀리 있는 듯했던 창의성도 우리에게 반갑게 찾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