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안의 창의성을 지휘하라

아이 안의
창의성을 지휘하라

글. 박민근(세종사이버대 겸임교수, 《시냅스 독서법》 저자) | 사진. 이미지투데이 | 2020년 12호

2020. 12. 24 83

부모 상담에서 자녀와 함께 봤으면 하고 추천하는 명작 애니메이션 “월 E”에는
환경 문제, 사랑, 양심, 인류의 미래 등 아이들이 꼭 느끼고 배워야 할 풍성한 주제와 내용이 담겨 있다.
“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월-E” 같은 명작 탄생에 큰 역할을 한 픽사 공동 창업자 에드 캣멀은
《창의성을 지휘하라》에서 창의성을 외부에서 들여오기보다 내부 인재들로부터 끌어내기 위해 시도했던
다양한 노력 덕분에 픽사의 성공이 가능했다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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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나무타기 실력으로 평가한다면?

아이의 창의성은 거의 대부분 부모의 지휘 능력에 달려 있다. 창의성 없이 태어나는 아이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부모라면 아인슈타인의 이 말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천재다. 하지만 물고기를 나무타기 실력으로 평가한다면, 물고기는 평생 자신이 형편없다고 믿으며 살아갈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창의성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지휘할 수도 있다.

부모가 아이의 창의성을 지휘하려면 주변 사람과 풍문에 휩쓸릴 게 아니라, 차갑게 미래를 예견하는 ‘통찰형’이 되어야 한다. 필자가 창의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인물은 ‘빨간 머리 앤’이다. 《빨간 머리 앤》에는 고아 시절 외로웠던 앤이 혼자 거울을 보며 상상 놀이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창의성 발달에 가장 좋은 활동이다. 만약 아이가 방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서 상상 놀이를 즐긴다면,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책을 읽고 앤처럼 상상 놀이에 빠져 있는 아이를 붙잡고서, 공부머리를 높이겠다며 요점을 정리해보라고 강요했다가는 아이의 상상력은 이내 산산조각 날 수도 있다.

아이에게는 책보다 놀이가 소중하다

창의성에 관한 혜안을 제시하는 스콧 배리 카우프만의 《창의성을 타고나다》는 창의적인 마음을 이끌어내는 10가지 작동 원리를 설명한다. 그것은 상상 놀이, 열정, 공상, 고독, 직관, 경험에 대한 개방성, 마음챙김, 민감성, 역경을 기회로 바꾸기, 다르게 생각하기이다. 《빨간 머리 앤》을 읽어본 이라면 필자가 왜 앤을 창의성의 화신으로 지목하는지 공감할 것이다.

필자는 독서 전문가이지만, 아이의 독서 시간이 너무 많아서도, 독후 활동으로 집요하게 아이를 괴롭혀서도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독서 시간은 10살 전 아이라면 하루 1시간 정도면 족하다. 10살 아이라면 독서말고도 놀이, 또래활동, 학습 등 할 일이 많다. 설사 아이의 꿈이 작가라고 해도 3시간 이상 책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에게는 책보다 놀이가 훨씬 소중하다. 그러니 부모는 아이에게 어떻게 독서와 공부를 지도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창의적으로 놀아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양육학자 데이비드 윌시 역시 뛰어난 부모지침서인 《스마트 브레인》에서 똑똑한 아이를 만들고 싶다면 ‘만사 제쳐두고 아이의 놀이, 특히 자유놀이를 격려하고 촉진하라’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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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로움과 놀라움을 느끼도록

석학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이제는 창의성 연구의 고전이 된 《창의성의 즐거움》에서 천재나 특별한 사람만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 사회, 문화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쏟는다면 누구라도 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그에 따르면 창의적인 결실은 어느 정도의 재능과 인내심, 집중과 몰입, 성실성과 신념, 그리고 마침 적시적소에 존재했던 행운이 결합해 만들어진다. 어느 정도 운도 따라야 하지만, 무엇보다 창의적 활동에 대한 열정이 중요한 것이다. 특히 그가 강조하는 창의성을 배양하는 4가지 원칙은 두고두고 새겨볼 만하다.

하나, 매일 무언가에 놀라움을 느껴보도록 하자. 둘, 매일 적어도 한 사람을 놀라게 해보자. 셋, 매일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기록해보자. 넷, 무언가에 흥미가 당길 때 그것을 따라가자.
혹시 아이가 학원에 쫓겨 한 번도 행복한 놀람을 경험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보낸다면 설사 대학 입시에는 성공할지 몰라도 그보다 더 오랜 삶을 좌우하는 창의적인 인재로 자라기는 힘들 것이다.

정해진 답으로 유도하지 않는다

부모가 자녀의 호기심 촛불을 꺼트리지 않는 일도 중요하다. 오랜 상담에서 과중한 학습, 수능에 초점을 맞춘 독서로 아이의 호기심을 억누르는 부모를 자주 만났다. 학습에서 호기심은 가장 소중한 동력이다. 호기심이 사라지면 곧 학습 동기도 사라진다. 아인슈타인이 “나는 별다른 재능은 없다. 단지 호기심이 왕성할 뿐이다”라고 했던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 교육 현실에서 아이의 호기심은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위태롭다. 석학 존 듀이가 “타고나기를 지적 호기심이 너무나 강해서 어떤 것도 그것을 누그러뜨릴 수 없는 사람들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호기심의 모서리는 쉽게 무뎌지고 뭉툭해진다”라고 했던 말은 우리 현실에 꼭 맞아떨어진다.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일상의 경험에서 왜 그럴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다음에 무슨 일이 생길까 같은 질문을 자주 던져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슬며시 백과사전을 꺼내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어할 것이다. 한 다큐멘터리에서 한국과 미국 아이들에게 똑같이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고 감상을 말하라고 한 장면이 있었다. 한국 아이들의 대답은 천편일률이었던 반면 미국 아이들의 답은 기상천외한 것부터 무척 정서적인 표현이 많았다. 부모가 아이에게 정해진 답을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 독서를 장려하되, 읽는 내용을 꼬치꼬치 확인하고 정해진 답으로 유도하는 일은 무척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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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읽기를 추천하는 이유

석학 로버트 스턴버그는 20세기는 IQ와 분석지능이 높은 인재가 각광 받았지만, 21세기는 창의성과 실용지능이 높은 인재들이 이끌어갈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미 현실은 여기에 상당 부분 들어맞는다. 하지만 스턴버그가 최고의 지성으로 꼽은 것은 ‘지혜’였다. 지혜는 지성과 덕성, 창의성이 모두 합쳐진 인간성의 결정체이다.

필자는 창의성을 높이는 가장 훌륭한 방법으로 고전문학 읽기를 추천한다. 관심 분야의 전공 지식을 익히고 숙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깊은 지혜를 벼리는 고전문학 읽기도 빼놓을 수 없는 성장 활동이다. 실제 필자는 수백 명 이상의 아이들이 위대한 고전을 읽고 삶에 대한 태도가 180도 바뀌는 것을 목격해왔다. 석학 윌리엄 데이먼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에서 도구적인 지식만을 가르치는 낡은 교육 탓에 지금의 젊은이들이 삶의 목적을 잃고 방황하는 현실을 신랄하게 고발한 바 있다. 감동과 전율을 안겨주는 고전문학에는 강력한 내재적 동기 형성을 돕는 뛰어난 모델링 효과가 존재한다. 큰 감명을 얻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삶의 비전과 목적을 내면화하여, 전혀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가령 18세 즈음 자녀가 《그리스인 조르바》나 《제인 에어》를 즐겁게 읽는다면 부모는 성공적인 양육을 해냈다고 봐도 좋다. 그러려면 아이의 독서애호감이 내내 잘 유지되어야 하며, 뛰어난 감수성도 겸비해야 한다. 당장의 시험에 필요한 언어지능, 독해력은 오히려 지극히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다.

창의성을 키우는 6가지 묘책들

  1. 부족한 개방성을 채워주어야 한다.
    선천적으로 개방성이 부족한 사람이 있다. 그들은 가지 않은 길을 꺼린다. 아이들에게는 처음 가보는 박물관, 천문대, 숲길, 바닷가, 다른 나라에서의 추억이 꼭 필요하다. 부모가 좀 싫더라도 기꺼이 동행할 용단이 필요하다.

    낯선 외국어를 배우게 하라
    뇌가 가장 좋아하는 것, 창의성을 높이는 길은 새롭고 유쾌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입시를 위해 영어공부도 필요하지만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라틴어 같은 외국어를 배우는 내내 전혀 새로운 경험, 문화 체험을 하게 된다. 숙달되어 해당 언어로 된 동화책, 뉴스를 읽을 수 있다면 근사한 일이다.

    최대한 백과사전을 이용하라.
    인터넷 검색 습관을 들이다 보면 아이들은 인터넷을 자신의 머리라고 착각해 호기심을 잃고 만다. 부모가 나서서 ‘모르면 인터넷 찾아봐’라고 해서는 안 된다. 창의성은 적정 배경지식을 통해서만 용출될 수 있다. 충실한 배경지식 쌓기 또한 포기할 수 없는 과제이다.

    공부와 독서를 분리하라.
    책을 읽고난 아이를 독후 활동으로 괴롭히지 않는 것이 좋다. 어차피 우리 현실에서 정교한 문제풀이 능력을 계발하는 일을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저녁 6~8시 사이에는 거실학습으로 아이의 공부에 개입하고, 8~10시 사이에는 자기만의 방에서 자유롭게 독서와 글쓰기, 낙서를 즐길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창의성은 대개 후자의 은밀한 독서에서 샘솟기 마련이다.

    뇌 기반 학습,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PBL(Problem Based Learning) 수업에 도전해보라.
    이들의 공통점은 아이가 능동적인 학습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거실학습에서는 부모가 정한 내용을 수동적으로 습득하게 하기보다는 아이가 궁금해하는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방식이 좋다. 관련 지침서가 많으니 참고한다면 충실한 거실학습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의욕을 보인다면 있는 힘껏 지원하라.
    심지어 유튜브 제작도 기꺼이 허용할 일이다. 글쓰기, 미술, 음악은 물론이고 춤이나 작사, 작곡 등 만들고 싶은 분야가 무엇이든 전폭적으로 지원하자. 직접 만들어보는 것만큼 창의성을 활성화하는 방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