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이 3배 더 많은 아이로

긍정이
3배 더 많은 아이로

글. 박민근(세종사이버대 겸임교수, 《시냅스 독서법》 저자) |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게티이미지뱅크 | 2020년 11호

2020. 11. 27 84

마틴 셀리그만은 반복해서 고문을 받은 개가 비관성을 학습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고,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학습된 무기력’ 이론을 발표했다. 아이의 비관성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저명한 심리학자 서은국, 구재선의 논문 “행복은 4년 후 학업성취를 예측한다”에 따르면 중2 때
행복한 아이는 4년이 지난 고3 때 학업성적이 더 높았고, 고3 때 행복한 청소년은 대학생이 되었을 때 학업 적응과 목표달성도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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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심한 부모라면, 아이의 낙관성지수 검사를

부모가 자녀를 인성 바르고 예의 있게 키우자면 훈육과 잔소리를 줄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지나친 잔소리와 질타에 아이 마음에는 어느새 그늘이 드리우기도 한다. 지나치게 도덕적인 부모가 자칫 우울하고 무기력한 아이를 만들 수 있다. 혹여 자신의 지나친 잔소리 탓에 아이 마음이 다치진 않았는지 걱정하는 부모를 자주 만난다. 그러면 필자는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의 아동낙관성지수 테스트를 권한다. 셀리그만의 저서 《낙관적인 아이》에 나오는 검사인데, 지금 내 아이의 낙관성 수준을 거의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나쁜 습관, 스마트폰 의존, 낮은 성적, 거친 말투, 부정적인 표정 등 많은 면이 아이의 낙관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부모의 말버릇, 가장 섬세하게 돌아봐야

만약 내 아이의 낙관성이 떨어진다면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원인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먼저 기질이 문제일 수 있다. 내향적이고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위험 회피 성향이 높은 아이는 쉽게 비관성에 물든다. 이런 아이라면 부모의 섬세한 양육이 요구된다. 또한 아이의 경험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또래에게 왕따를 당했거나 자주 체벌을 당했거나 하는 아픈 경험은 필연적으로 비관성을 키운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모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매사 부정적이고, 비난하기를 반복하고, 수치심을 느낄 만한 말을 자주 하는 부모라면 자녀의 비관성이 커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필자는 상담 온 부모들에게 종종 집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녹화하고 자신이 아이에게 어떤 말을 어떻게 하는지 관찰해보라고 권한다. 대개의 반응은 무척 놀랐다는 것이다. 자신이 그토록 아이를 질책하고 다그치는지 몰랐다는 후회의 고백을 자주 듣는다. 부모의 나쁜 말버릇이 아이가 비관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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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과 부정의 황금비율

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존 가트맨 박사는 부부 3000쌍의 대화를 분석해, 부정적인 반응과 긍정적인 반응의 비율이 5 대 1 이상 되는 부부는 이혼할 가능성이 93퍼센트라는 ‘사랑의 방정식’을 발표한 바 있다. 한 걸음 나아가 최근 심리학자 바버라 프레드릭슨이 긍정과 부정의 황금비율을 수학적으로 밝혀낸 바 있는데, 어떤 사람의 긍정과 부정의 비율이 3 대 1 이상이면 수행력이 가장 뛰어난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를 ‘확장 및 축적 이론(broaden-and-build theory)’이라 부르는데, 많은 기업과 기관이 도입, 적용하고 있다. 긍정 정서는 개인의 발전과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긍정 정서가 클수록 사고와 행동의 폭을 넓혀 새로운 도전을 하게 하고, 그로 인해 능력과 내적 자원이 쌓이면서 남다른 발전과 성장을 이룬다는 것이다. 내 아이 역시 부정 정서보다 긍정 정서가 3배 더 많아야 잠재력을 한껏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달아오른 감정부터 추스려야

아이가 3배 더 긍정 정서를 느끼게 한다는 것은, 역으로 1만큼의 부정 정서 경험은 허락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모는 이를 훈육과 설득, 금지, 지시의 말에 할애하면 된다. 단 제한 없이 잔소리하라는 뜻은 아니다. 당연히 인신공격 같은 비난은 옳지 않다. 짧고 간결하게, 또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아이의 감정 뇌보다는 이성 뇌를 자극하는 설득이어야 한다.
“진우야, 넌 정말 왜 이러니? 방안 꼴이 엉망이잖아. 너 때문에 못 살아. 다 치우기 전에는 스마트폰 금지야, 이리 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달아오른 감정을 최대한 추스르고, “진우야, 엄마는 진우가 방을 좀 정리했으면 좋겠어. 스마트폰 잠깐 멈추고 정리부터 하렴”이라고 간명하게 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부정적이고 거친 말은 아이 내면에 거부감과 반발심만 쌓고, 결과적으로 옳지 못한 행동, 거친 말, 좀 더 격한 부정 정서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부모와 아이 사이도 명왕성만큼 멀어지고, 애초 기대했던 결과와도 멀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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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의 놀라운 긍정감

뛰어난 치유서로 평가받는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빨간 머리 앤》은 긍정감이 멋진 결실로 이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 앤 셜리는 열 살까지 고아로 지내다 매튜와 마릴라 남매의 초록색 지붕집에 입양된다. 하지만 착오가 있었다. 남자아이인 줄 알고 앤을 잘못 데려온 것이다. 결국 앤은 다시 고아원으로 보내지고 낙담한다. 그런데 마릴라 아줌마와 마차를 타고 쓸쓸히 초록색 지붕집을 떠나던 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전 이 드라이브를 마음껏 즐기려고 결심했어요. 제가 즐기겠다고 마음먹으면 항상 전 그 일을 즐길 수 있었거든요.” 다행히 앤은 다시 초록색 지붕집의 일원이 되고 멋진 성장을 이어간다. 앤이 보여주는 놀라운 긍정감은 읽는 이로 하여금 번쩍 눈이 뜨이게 한다. 내 아이를 앤처럼 키울 수만 있다면, 살면서 만날 크고 작은 난관 앞에서 아이는 쉽게 굴하지 않을 것이다.

유튜브에서 보는 짧은 동영상과는 달리 《빨간 머리 앤》같은 명작 문학작품에는 뛰어난 모델링(modeling) 효과가 있다. 모델링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사고 태도 또는 행동을 관찰, 모방해 자기 삶의 긍정적 변화에 동인으로 삼는 것을 뜻한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는 이런 모델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습자가 그 모델에 집중하고, 잘 숙지하며, 모델을 따를 내적 능력을 갖추고, 그 과정을 이끌 만한 내적 동기를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문학작품 감상과 독후 활동이 자라는 아이들에게 미치는 가장 뛰어난 영향 역시 이 모델링 효과이다. 작품 속의 다양한 주인공들을 보고 느끼며, 때로는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자신만의 해석을 곁들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삶의 모델을 찾게 되고, 이는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되는 것이다.

사고의 중립성이 필요하다

아이의 긍정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의 낙관적인 사고방식이 무척 중요하다. 비관적인 사람은 이렇게 자주 말한다. “아, 또 이런 일이 생겼군. 나에겐 왜 매번 이런 일이 생기지. 이런 일이 또 일어난 걸 보면, 앞으로 내가 하는 일이 잘되기는 글렀어.”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생기는 법, 인간사 새옹지마이다. 힘든 시절이 지나면 좋은 시절이 오는 것이 삶의 순리이다. 물론 모든 일을 남이나 세상 탓으로 돌리라는 게 아니다. 사고의 중립성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다.
“이번 한 번 그런 거야. 다음엔 더 좋을 거야. 나는 노력하는 사람이거든. 늘 성장하는 사람이거든. 세상일이 모두 내 탓도 아니야. 진인사대천명. 열심히 해보고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좋은 일이 또 생길 거야.”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이에게 닥친 어려운 일을 이렇게 설명해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아이의 긍정성·낙관성을 키우는 방법


  1. 아이의 다중지능 프로파일 중 가장 우위에 있는 강점 지능과 관련된 취미 활동을 돕는다. 가령 신체운동지능이 뛰어나다면 가장 즐기는 운동을 골라 매일 연습하면서 능숙해지도록 돕는다. 성취감과 효능감을 자주 경험하게 하면서 자존감과 낙관성을 높이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아이의 다중지능 프로파일을 모른다면 검사부터 받아보자.

    좋은 내용의 글이나 영상을 많이 접하는 것만큼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내용의 영상이나 글에 대한 접근을 최대한 차단하는 일도 중요하다. 가령 미국 아이들은 18세가 될 때까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약 20만 건의 폭력물을 접하는데,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연구가 있다. 부모가 각종 스크린 미디어를 잘 통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긍정 정서를 높이는 글쓰기를 한다. 고마운 대상에게 편지를 써서 그 앞에서 읽어주는 감사편지, 매일 일어난 좋은 일 세 가지를 적어보는 축복일기, 나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고 할 일을 생각해보는 하향식 사고 글쓰기 등이 효과적이다. 장래 희망 100가지를 적는 100가지 희망 적기도 효과가 무척 크다.

    B. 마셜 로젠버그가 창안한 ‘비폭력 대화’를 익힌다. 비폭력 대화는 아이의 마음을 최대한 공감하며 상처 주는 말을 차단하는 대화법이다. 연습을 통해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의 4단계에 따라 아이와 대화해보기 바란다. 다만 비폭력 대화를 잘 배우기 위해서는 부모의 감정 연습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낙관성 사고와 낙관성 대화를 익힌다. 비관성이 학습되는 것처럼 낙관성 또한 연습할 수 있다. 마틴 셀리그만의 《낙관적인 아이》에서 자세한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낙관성 대화는 비관성을 자극하는, 어려운 일을 영구적이고 전체적인 일로 파악하며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사고 패턴을 막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