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식의 착한 쓰임을 고민합니다

내 지식의 착한 쓰임을
고민합니다SK(주) C&C 김재학

글. 최지영 | 사진. 이규철(AZA STUDIO) | 2020년 10호

2020. 10. 28 364

취업 성공의 절묘한 타이밍으로 더욱 큰 축하 인사를 받는 김재학 씨.
공부에서든 생활에서든 설정된 크기와 반경을 가뿐히 넘어 자신의 필요를 만족시키고 활약의 영토를 넓혀온 청년이다.
수많은 청년이 탐내는 ICT 전문 회사에 안착한 지금도
자신의 기술과 지식이 세상에서 보다 값지고 착하게 쓰일 방법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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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부터 출근, 재학 씨는 능동태

지난해 컴퓨터정보학과를 졸업한 김재학 씨는 국내 한 대기업의 ICT 전문 회사인 SK(주) C&C 취업에 성공했다. 전공을 살린 참 잘된 경우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여기에 “올해 1월부터 출근하기 시작했어요”라는 한 줄이 부연되자, 퍼뜩 동공이 확장되면서 안도의 탄성과 축하 인사를 다시 건네게 된다. 그 아찔한 타이밍에 누구든 같은 반응이었는지, 재학 씨는 동감의 웃음을 짓는다.
아, 진짜 잘됐어요. 비결이 뭐죠?

“일 년 휴학 중일 때 블록체인에 관해 공부한 적이 있어요. 관심 있는 사람들과 모임을 만들어 공부했는데, 책만으로는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서적에 소개된 전문가에게 이메일을 띄웠어요. 너무 궁금한 게 많아 꼭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바로 응답을 주셨어요.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많이 배웠어요. 아마 면접에서 이 부분이 좋은 점수를 얻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입사 프로세스의 마지막 관문인 면접 이전에 프로그래밍과 코딩 등 실무 능력을 확인하는 2차 테스트를 거쳤다. 여기서 재학 씨는 50대 1의 경쟁을 통과했다고 한다. 2차 시험을 준비할 때는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두 개의 스터디 모임에서 함께 대비했다. 재학 씨가 개설한 모임과 회원으로 참여한 모임을 병행했는데, 하나의 목표 아래 활동한 후 목표를 달성하면 바로 해체한다고 하니, 소위 에자일 스쿼드(소규모의 기민한 팀) 방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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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보안의 막중함 속에서

회사의 직급 체계도 예전과 달라져, 선임과 수석 두 개로 구분된다고 한다. 신입 사원으로서 정식 호칭은 김재학 선임, 직무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다. 쉽게 말해 소비자라면 누구나 잘 아는 ‘그’ OK캐쉬백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유지, 보수하는 일이다. OK캐쉬백이라니 재학 씨가 더 친숙하고 반갑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서비스의 이면에서 시스템을 관장하는 일인 만큼 재학 씨가 느끼는 일의 재미와 무게는 좀 다르다.

“지금도 여전히 많이 쓰는 서비스라서 저도 친숙해요. 다만 수많은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접하는 일이다 보니 정보 보안의 중요성을 무겁게 느낍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일하면서 클라우드를 공부하고 있어요.”

재택근무 중, 온라인 회식도 친근

올해 1월, 거주지가 있는 봉천동에서 판교까지 출퇴근한 일수는 20여 일. 코로나 바이러스로 지금까지 재택근무 중이다. 직접적인 소통 방식이 달라지면서 막막해 어리둥절했지만, 이제는 온라인 회식에도 유쾌해졌다. 회사에서 스마트폰으로 미리 발송해주는 기프티콘으로 각자 음료와 다과를 세팅해놓고 모니터를 조각조각 채운 팀원들과 반갑게 잔도 들어 올린다. 환기와 체력 관리를 겸해 도림천을 따라 달리는 따릉이 라이딩도 일상의 한 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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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식을 나누는 즐거움

소년 시절에는 재능스스로학습으로 공부했다. 솔직히 공부에만 폭 빠졌던 아이는 아니라서 뒤쪽의 학습 만화를 보려고 《재능스스로수학》을 했다고 고백하지만, 《생각하는피자》는 공부가 아닌 즐거운 활동이었음은 선명하다. 공부 기초는 그때 마련한 것으로 안다. 여러 과목을 학습하면서 밀리지 않으려면 계획과 일정 조율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중학교 시절도 스스로 성적 욕심이 있었던 터라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해나갔다. 고등학교 때는 즐겁게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나면서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게 되었고 유명 강사의 인터넷 강의로 혼자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한편으론 컴퓨터와 게임을 좋아했지만, 재학 씨는 게임을 몸소 만들어보는 재미와 욕심도 채웠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고 잘 아는 분야의 지식을 타인과 나누고 소통하는 즐거움을 알았다.
“고등학교 때 한 포털 사이트의 지식in 수학과 컴퓨터 분야에서 1000개 답변 수를 기록했어요. 수학은 질문에 답을 하려면 내가 모르는 부분도 공부하게 되니까 저한테도 도움이 됐고요. 내가 아는 지식을 여러 사람에게 알려주는 일 자체가 참 재미있었어요.”

자신의 관심사와 지식을 나누는 재학 씨의 커뮤니케이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3년 전쯤, 대학에서 정보 보안 분야를 공부하면서 시작한 블로그 활동도 그 하나. 전공 공부와 진로에 필요한 정보보안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공부 노하우와 준비 방법 등을 상세히 올려놓았다. 합격률이 한 자릿수일 만큼 쉽지 않은 자격증이라, 필요와 관심이 명확한 이들의 방문 수가 꾸준히 쌓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생 커뮤니케이션 앱에서도 후배들의 질문에 열심히 답해주고 있다. 주로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에 대한 것으로, 예전 같으면 학교에 있는 문의 센터에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지금은 온라인 문의가 더욱 활발하다고.

방황은 계속된다

세상이 위기에 놓인 지금, 어쩌면 재학 씨는 누가 봐도 푸근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자신은 ‘방황 중’이라고 말한다. 적합한 지점에 무사히 착륙했지만 온전히 자율로 책무를 수행하면 되기에 직장인으로서의 체감도가 떨어진 탓으로 돌려본다. 당장 다음 주부터 시작하도록 클라이밍 강좌에 등록한 건 조금 덜 방황하려는 작은 안전핀이랄까. 하지만 이미 방향은 잡힌 듯하다. ‘개발과 보안 분야의 융합 인재’로 자신을 세상에 보여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이미 오래전부터 남들에게 도움이 될 때 느꼈던 그 성취감을 기억한다. 내가 가진 지식과 기술로 환경 문제나 소외 계층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