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과 삶, 그 원리에 눈떠가는 즐거움

앎과 삶, 그 원리에
눈떠가는 즐거움카이스트 새내기과정학부 1학년 이진형

글. 박미경 | 사진. 이규철(AZA STUDIO) | 2020년 9호

2020. 09. 28 261

원리를 이해해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
강원과학고를 졸업하고 올해 봄 카이스트에 입학한 이진형 군은 학습의 가치를 거기에 둔다.
공식을 섣불리 외우는 건 자신의 공부법이 아니다. 답이 그렇게 나온 이유를 온전히 이해할 때 비로소 앎이 완성된다고 믿는다.
앎을 삶으로 바꿔도 되겠다. 삶이 그와 같다면, 진형 군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온라인 강의도 괜찮아!

장점을 찾아내는 눈, 관점을 바꾸는 힘. 예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감염병 시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그것인지 모른다. 상황은 바꿀 수 없지만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진형 군은 매우 뛰어난 사람이다. 단점보다 장점에 집중하며 이 시기를 보내고 있으니까. 처음 해보는 일과 가슴 뛰는 날이 많아야 할 대학 새내기, 그 시기를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보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장점을 발견한 지 이미 오래다. 혼자 조용히 공부하니 다른 일에 에너지를 쓰지 않아서 좋고, 녹화 강의의 경우 이해가 쉽지 않은 부분을 반복해 공부할 수 있어서 좋다. 주어진 환경 안에서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것. 우리 나이로 겨우 열아홉 살에 진형 군은 벌써 그것의 위대함을 알고 있다.
“2학기에 접어들면서 온라인 강의가 제법 익숙해졌어요. 실시간 강의든 녹화 강의든 각각 재미가 있더라고요. 수업을 듣다 궁금한 게 생기면 해외 전문 사이트를 찾아보는 즐거움을 알게 됐어요. 해외 대학 강의들을 찾아보면서, 대면 강의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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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가는 1년

진형 군은 지금 카이스트 새내기과정학부에 재학 중이다. 1학년 학생들은 전공을 정하지 않고 기초 필수 과목을 수강하며 한 해를 보낸다. 1년간 학문의 기초를 다지면서 장차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것이다. 요즘 진형 군이 공부하는 과목은 미적분학, 일반물리학, 일반화학, 일반생물학, 기초영어 등이다.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체육 과목은 코로나19로 인해 신청하지 못했다. 제대로 만나본 적 없는 동기들과 학교 운동장에서 함께 땀 흘릴 그날을 덤덤히 기다린다.
“카이스트에선 ‘논리적 글쓰기’가 필수 교양 과목이에요. 이과 전공자들에게도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듣게 될 그 수업에 기대가 커요.”
2학년부터는 주전공 하나와 부전공(또는 복수전공) 하나를 선택해 공부해야 한다. 아직 결정하진 못했지만, 지금 진형 군이 관심을 갖는 분야는 수리과학과, 전산학부, 전기및전자공학부다. 무엇을 선택하든 그 학문의 장점을 찾아내며 즐겁게 공부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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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을 키운 시간

진형 군은 초등학교 시절을 ‘사고력을 기른 시간’으로 기억한다. 중간고사도 기말고사도 없었으므로 학교 성적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신 재능스스로학습의 여러 교재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웠다. 저학년 때부터 《생각하는피자》, 《재능스스로수학》, 《재능스스로한자》를 3년쯤 학습했는데, 세 과목 모두 지금 하는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된다. 《생각하는피자》와 《재능스스로수학》 덕분에 사고력과 논리력이, 《재능스스로한자》 덕분에 문장 독해 능력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성적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중학교 때부터예요. 지금 생각하면 좀 심했던 것 같아요. 시험을 앞두면 제가 모르는 게 하나도 없도록 시험 범위 안의 문제들을 반복해서 공부했거든요. 그 과정을 통해 알게 됐어요. 암기 과목보다 수학이나 과학 과목이 훨씬 재미있다는 것을요. 수학이나 과학도 공식을 암기해 정답을 맞히는 건 재미가 없더라고요. 같은 문제를 반복해 풀면서 계산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문제의 개념이나 원리를 확실히 이해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외워서 풀어도 되는 문제를 일일이 증명하면서 풀어나갔죠. 그게 큰 자산이 됐어요. 암기한 건 금세 잊어버리지만, 이해한 건 끝내 남으니까요.”

원리를 이해해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 학습의 의미를 일찌감치 거기에 둔 진형 군은 그 가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길로 과학고를 택했다. 중학교 시절 내내 지역의 과학 축전을 찾아다니며 과학이론을 하나의 ‘쇼’로 펼쳐 보이는 일에 큰 흥미를 느꼈던 터였다. 마침 진형 군이 살고 있는 원주에는 강원과학고등학교가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 위주로 공부한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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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으로 미래 산업에 기여하고 싶어

“기숙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게 전 좋더라고요.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을 언제든지 서로 물어가며 공부할 수 있었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강원과학고의 필수 활동인 ‘탐구논총’이에요. 동아리별로 탐구 주제를 정해 함께 연구하는 과정인데, 결과를 논문으로 완성하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려요. 제가 속한 화학동아리에서는 용액의 삼투압을 측정하는 학생용 키트의 오차 발생에 관해 연구했어요. 오차 발생 값을 구해 삼투압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공식을 만들거나, 키트의 구조 자체를 변형시켜 오차가 최대한 덜 발생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나갔죠. 팀원들과 함께 실험하던 밤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어요.”

만족스런 결과에 다다를 때까지 실험과 토론을 거듭하던 순간들. 그때의 즐거움이 여태 생생하다. 카이스트를 선택한 건 그 즐거움을 더 깊이 이어갈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었다. 2학년 때 실시한 ‘영재성 검사’에서 카이스트에 지원할 자격이 진형 군에게 주어졌다. 남들보다 1년 일찍 대학에 입학한 것이다. 이른 출발이 ‘좋은 시작’이 되도록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학문은 과학보다 수학이에요. 수학과 통계학을 착실히 공부해서, 훗날 데이터 분석 전문가로 활약하고 싶어요. 제가 분석하는 데이터들이 미래 산업 발전에 힘이 됐으면 해요.”

집중력이 뛰어난 진형 군도 바로 공부를 시작하진 못한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엔 30분 이상 ‘딴짓’을 하고, 공부하다 지치면 잠깐씩 피아노와 기타를 친다. 잠시 쉬고 있는 배드민턴도, 부쩍 관심이 생긴 요리도, 이 시국이 지나면 몸소 해보려 한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드는 공부의 숲에서 진형 군은 오늘도 쉼표를 찍으며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