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함은 습관으로 나타난다

탁월함은
습관으로 나타난다

글. 박민근(세종사이버대 겸임교수, 《공부호르몬》 저자) | 사진. 이미지투데이, 클립아트코리아 | 2020년 9호

2020. 09. 28 18

습관은 지능이나 재능을 넘어선다. 실제 상담에서 이를 확인할 때가 많다.
5년 전 지능 검사를 받았던 시연이와 준서는 중학생이 되어 최근 다시 상담을 받았다.
전에는 시연이가 준서보다 지능도 10점 이상 높고 공부도 훨씬 잘했지만 5년 만에 상황은 역전되었다.
준서는 공부는 물론이고 여러 면에서 향상되었지만, 시연이는 스마트폰 좀 그만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달고 사는 아이가 되었다.
상담해보니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 시연이는 공부만 하면 방만하게 일과를 보내도 됐지만,
준서에게는 규칙적인 일과가 먼저였다. 준서는 공부하기 전에 책상과 방 정리부터 하는 습관을 지녔다.

좋은 루틴 만들기, 기본이 힘이다

최근 집 정리, 건강한 루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해야 할 일에 앞서 자기 방부터 정돈하고, 매일 루틴을 따르는 사람이 심리 면에서든 실제 성과 면에서든 앞서기 때문이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 아직 습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이라면 부모가 기준이다. 부모가 좋은 일과를 따르는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 초등학생이라면 가장 먼저 자신의 일과와 계획을 꼼꼼히 적고 따르는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 수면 습관을 제대로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시험이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하루 7~8시간 숙면은 자기관리의 금과옥조이다.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습관 역시 중요하다. 글쓰기 시간, 독서 시간이 매일 정해져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당연히 공부 시간도 정해서 하는 것이 맞다. 이밖에 양치나 목욕, 산책 같은 일상도 일정한 기준이 있으면 좋다. 취미 생활 역시 내키는 대로 할 것이 아니라 주간 계획에 따라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대한 습관도 한 걸음부터

아리스토텔레스는 “내가 반복해서 행동하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러므로 탁월함이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라고 했다. 과학, 의학, 정치 등 다방면에 업적을 남긴 벤저민 프랭클린은 좋은 습관이 바로 그 사람임을 대변하는 위인이다. 그는 엄격한 자기관리로 유명한데 독서나 운동, 수면 등 일상을 기계처럼 지켰다. 가령 숙면을 위해 항상 저녁에는 간소하게 식사했다. 그가 남긴 존경, 겸손, 자기절제, 중용 등의 13가지 덕목은 지금까지 귀감이 되며, 일과를 지키기 위해 매일 썼던 다이어리 역시 이상적인 자기관리 방법으로 회자된다. 그가 남긴 위대한 업적은 많은 부분 좋은 습관에서 비롯되었다. 매일의 작은 습관이 위대한 성취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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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습관이 가져다줄 훗날의 이득을 가르친다

부모라면 아이가 평생 가져갈 좋은 습관을 몸에 익히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무척 조심스럽게 접근할 일이다. 자칫 아이를 다그치다가 나쁜 습관으로 흐르거나 영영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심리학자 에드워드 L. 데시는 자기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려는 ‘자기결정 욕구’야말로 성과를 극대화하는 동기의 근원이라고 했다. 통제된 실험을 통해 돈이나 상벌, 칭찬 같은 것으로 끌어내는 외적 동기보다는 자기 일을 스스로 해나갈 필요성을 느끼고 내면화할 때 건강한 의욕이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이는 양육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 아이가 좋은 습관을 갖기를 바란다면 스마트폰이나 음식 같은 선물 공세, 허세를 키우는 칭찬 남발, 혹은 명령, 지시, 강요의 말은 당장 멈춰야 한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습관을 통해 훗날 얻게 될 이득을 함께 이야기 나누며 스스로 그 일을 하도록 인도해야 한다. 글쓰기를 귀찮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은우야. 이렇게 매일 조금씩 글을 쓴다면 네가 자라서 자기소개서나 논문같이 꼭 글을 써야 할 때 무척 도움이 될 거야. 어쩌면 네 이름으로 된 책을 낼 수도 있고”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건강한 마음이 습관을 조율하는 것

그저 어떤 일을 계속하니까 습관이 배는 것이 아니다. 좋은 습관을 유지하는 건강한 마음이 습관을 조율하는 것이다. 좋은 습관을 이끄는 마음 역시 여러 층위를 형성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마음 틀이 ‘성장형 사고(Growth Mindset)’이다. 심리학계 석학 캐럴 드웩에 따르면 성장형 사고는 타고난 조건들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능력과 기술이 꾸준한 노력을 통해 나날이 성장한다고 여기는 믿음이다. 성장형 사고를 하는 사람은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고, 또한 자신의 재능이나 지능에만 의존하지 않고 좀 더 나은 성취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반면 ‘고정형 사고’는 노력해봐야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믿음이다.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많은 한국인이 성공의 요인으로 부모의 배경이나 재산을 꼽는다. 사회 현실에서 굳어진 고정형 사고이지만, 이런 생각이 마음을 차지하면 당사자에게는 무척 불리하다. 어떤 일을 열성적으로 하고픈 의욕이 쉽게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정형 사고는 게으름을 키우는 사고이다. 그러니 부모가 아이에게 가장 먼저 심어줄 마음도 성장형 사고이다. 아이에게 “그렇지 않아. 꾸준히 노력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라고 격려해야 한다. 성장형 사고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성적이나 등수 같은 단기적인 결과가 아닌, 그 일에 들인 노력과 과정에 관해 이야기하고 격려하는 대화가 중요하다. 또 고정형 사고를 부추기는 대중문화 정보들을 차단하고, 위인의 삶이나 그들의 노력이 담긴 매체로 아이를 인도하는 꾸준한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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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면을 학습하는 길, 부모의 긍정

좋은 습관은 성격과도 관련이 깊다. 건강한 루틴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주요 성격 요인이 바로 ‘성실성(conscientiousness)’이다. 성실성은 학업 성취나 경제적 성공을 견인하는 원천으로, 지능을 뛰어넘는 중대 변인이다. 그런데 이는 개인차가 크다. 타고나는 면이 강한 것이다. 즉 기질적으로 성실성이 높은 아이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에게 “넌 누굴 닮아 이렇게 게으르니?”라고 무심코 던지거나 속단하는 순간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간다. 아이의 천성을 탓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천성도 부모가 물려준 것이다. 비록 타고난 성실성은 부족하나 이를 높일 방법이 없지는 않다. 심리학자 로버트 아이젠버거는 연습을 통해 근면성이 학습될 수 있고, 이를 ‘학습된 근면성(Learned Industriousness)’이라 불렀다. 근면성을 높이는 견인차도 부모의 긍정적 대화에서 시작된다. 만약 아이가 장난감 내부가 궁금해 분해했다면, “못 살아, 얼마 주고 산 건데 이렇게 다 부셔놓았어”라고 탓할 게 아니라 “그래, 도현아. 로봇 속에 뭐가 들어 있었니?”라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마틴 셀리그먼이 완성한, 사물의 밝은 면을 보려는 낙관성 대화는 근면성을 높이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집안 환경과 일상을 구조화한다

한편, 아이는 환경에 더 많이 지배받는다. 부모가 환경을 잘 통제하면 아이의 고통도 그만큼 덜 수 있다. 통제력의 상실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가령 과체중인 아이에게 냉장고에 가득 찬 음식을 참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아직 통제력이 부족한 아이를 마트에 데려가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따라서 부모가 세심한 잣대로 집안 환경과 아이의 일상을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아이를 탓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공부하기 좋은 집안 환경부터 꾸며야 한다. 가령 유혹을 차단하려면 아이가 인터넷 강의를 혼자 듣도록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방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혼자 보는 것은 금지하는 가족 규칙이 필요하다.

아이와 함께 연습해요. ‘톡톡! 즐거운 습관 만들기’

  1. 매일 정리하는 시간을 갖자.
    서툴더라도 자기 방은 스스로 치우게 격려한다. 부족한 부분은 조금 도와주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리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다. 책꽂이 정리, 학용품 정리, 가방 챙기기 등 항목을 나누어 매일 조금씩 알려주는 것이 좋다. 단 잔소리를 늘어놓는 시간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2. 일과를 적는 기록장을 쓰게 하자.
    통제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이다. 글로 하루 일과를 표현하면 수행력과 통제력이 성장한다. 아침에 계획표를, 저녁에는 점검표를 정리하도록 하자. 일과를 적는 수준을 넘어 자기관찰 일기가 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아이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므로 초등학교까지는 부모가 돕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록의 끝에 매일 부모가 다정한 격려의 말을 적어준다면 멋진 소통 창구가 될 것이다. “우리 준수가 미술 과제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구나. 엄마도 준수 그림을 보면서 똑같이 생각했단다”라고 정답게 적어보자.

  3. 습관 지도를 만들면서 습관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부모나 조부모, 아이 본인의 이야기도 좋지만, 위인의 전기를 요약해 적을 수도 있다. 로드맵, 스토리보드, 만화 등 여러 형식으로 어떤 습관들이 모여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는지 추적해보는 것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진리를 가르치는 가장 이상적인 도구가 된다. 가령 ‘이순신 장군은 부족한 군사력을 보충하기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했다’를 상세하게 적어보는 식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의 습관 지도를 함께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