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힘은 욕심과 초집중

나의 힘은 욕심과 초집중고려대 자유전공학부 1학년 이재열

글. 최지영 | 사진. 현진 (AZA STUDIO) | 2020년 8호

2020. 08. 28 435

코로나로 인한 제약은 재열 군에게도 마찬가지였지만, 온라인으로나마 밴드부와 학술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고 친구들을 찾아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그런 중에도 독서를 빠뜨리지 않으며 뜻밖에 주어진
여유를 의미 있게 채웠다. 바깥의 어떤 방해에도 자신이 지켜야 할 궤도를 기억하며
과제에 집중하고 여유를 누리는 모습이 믿음직하다.

동아리 활동과 독서 등으로 의미있게

온라인으로나마 학부 밴드부에 가입해 기타를 연주하고, 학술 동아리에서 활동했으며, 같은 학번 친구들을 만나려 자주 약속을 잡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한 제약은 재열 군에게도 마찬가지였지만, 뜻밖에 주어진 시간을 의미 있게 채웠음을 짐작한다. 계획대로라면 기숙사에 입주하거나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며 대학생활을 충분히 만끽했을 텐데. 난데없는 복병을 만났지만, 재열 군은 수원 본가에서 나름 그려보던 대로 생활하려 했다. ‘공간만 바뀌었을 뿐’이라 여긴 마인드가 돋보인다. 아무려면 좀 더 여유로웠을 일상의 계획 속에서 늘 빠뜨리지 않은 것이 독서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같은 고전소설과 러시아문학 등 주로 호흡이 긴 작품을 좋아한다. 또 한 번의 공백기인 여름방학도 그렇게 지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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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초등학생 시절부터 그리던 길

자유전공학부는 1학년 때 전공을 정하지 않는다. '공공거버넌스와 리더십'이라는 융합전공 과정을 통해 법학, 행정학, 경제학 등 사회과학적 기초 소양과 융합전공에 관한 다양한 전공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1년 동안 스스로 탐색하고 설계한 계획과 적성에 맞추어 심화된 전공 공부는 2학년부터 하게 된다. 재열 군은 로스쿨을 염두에 두고 있다. 어려서부터 인기와 주목을 받고 싶은 욕심이 강했던 재열 군이 막연하지만 이미 초등학생 시절부터 그려온 길이다.

“네 선택에 후회하지 않겠니?”

작은 질문에도 차분히 풀어놓는 재열 군의 대답에는 매번 재미난 이야기와 진지한 고민이 배경하고 있다. 자식은 부모를 비추는 거울, 그 부모님이 궁금해지던 차에 재열 군도 엄마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늘 말씀하시기를 ‘너의 선택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라며 제 생각과 선택을 존중해주셨어요. 그리고 한 가지는 꼭 물어보셨어요. ‘네 선택에 후회하지 않겠니?’ 라고. 묵묵하고 차갑게 열정적인 분이라고 할까요,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면이 있는 저의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아시고 늘 뒤에서 보완해주셨어요.”
그리고 늘 주문처럼 귓가에 울리는 엄마의 목소리가 있었다. “너는 잘할 거라 믿는다.” 한쪽에서는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아들의 공부와 진로에 대해 함께 조사하고 고민하면서 암묵적으로 지원하는 엄마의 모습이, 다른 한쪽에서는 자상한 미소로 시간이 되면 아들을 깨워주고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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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재미도 알았고, 욕심도 컸던

“저는 되게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해요.” 듬직한 어깨와 눈가에 친근한 웃음을 머금은 재열 군의 한 줄 자평이다. 초등 고학년 때 엄마가 일을 시작하면서 입문한 재능스스로학습이 그 발판이라고 본다. 그 전에는 시험 때만 반짝 공부했다면, 재능스스로학습으로 학습의 틀과 습관을 잡았다고. 《재능스스로수학》은 가장 학습 효과가 컸던 과목이다. ‘난 진짜 열심히 했는데’ 수학 점수가 낮으면 울음이 나던, 욕심 많은 아이가 공부의 맛을 알아버린 것이다. “개념을 정확히 알게 되니까 점수가 오르면서 순수한 공부의 재미를 느꼈어요.”

중학생 재열 군의 공부 욕심은 계속되었고 소위 우등반에 속했지만, 선행 학습이 강한 친구들에게 두터운 벽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던 2학년, 재열 군이 다니던 중학교 선배이자 명문대 출신의 교생 선생님이 부임해오면서 그를 선망하게 되었다. “저도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 듣고 싶어 선생님을 찾아갔다가 딱 한 마디를 들었다. “(그 점수로는) 넌 못 가.” 이런 경우 스르르 접고마는 아이가 있다면 불끈 오기에 휩싸이는 아이가 있을 텐데, 재열 군은 지기 싫어하는 타입이었다. 그 속상함을 집으로 돌아가 엄마와 나누면서, 재열 군은 처음으로 아들에 대한 엄마의 욕심도 확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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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완전한 노력형, ‘초집중’ 경험

실상 그때부터 공부에 ‘초집중’한 셈이다. “완전히 집중할 때는 주변의 아무 소리도 안 들렸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 끝나는 종소리도 듣지 못할 만큼 몰두해서 ‘공부하는 기계’로 유명했다. 친구들의 놀림과 감탄을 한몸에 받은 모양이다. “인간미가 없었어요.(웃음) 2학년이 되어 반 친구들이 재미있어졌고 그때 많이 사귀었어요.”

공부하는 기계, 재열 군이 귀띔하는 학습법으로 중요한 부분은 ‘자신에 맞는 공부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해봐야 하는데, 독후 활동과도 연결된다. 독후감을 쓸 때 재열 군은 책 내용과 자기 생각의 비율을 2 대 8 정도로 비중을 나눈다. 책 내용이 중심이 되면 복습일 뿐이지만 자기 생각을 위주로 하면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공부를 해보면 내가 집중력이 부족한지 어떤지, 자신의 강점과 단점이 모두 드러나요. 저는 기억력이 부족한, 완전히 노력형이에요. 그래서 과목별, 시간별로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서 공부했어요. 처음에는 휴식 시간까지 정했는데, 차츰 시간보다는 학습량 위주로 하게 됐어요.”
기억력이 부족하다는 재열 군의 보완 방법은, 백지에 내용을 모두 받아적은 후 내가 편한 방식으로 다시 정리하는 것. 이때 ‘파란펜 공부법’도 귀띔한다. 노트 정리를 할 때 파란펜이 더 오래 기억에 남고, 글씨 크기를 달리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여름방학에도 할 일이 많다. 컴퓨터 활용 능력과 한국사와 관련된 자격증을 얻기 위해 공부할 것이고, 꾸준히 독서하고, 기타와 음악을 즐길 것이며, 조깅도 빠트리지 않을 생각이다. 밖으로부터 어떤 방해가 닥쳐와도 자신이 지켜야 할 궤도를 기억하며, 과제에 집중하고 여유를 누리는 재열 군이 믿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