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계속 성장하기를

당신, 계속 성장하기를마음 치유 안내자 박상미

글. 김문영 | 사진. 남윤중(AZA STUDIO) | 2020년 7호

2020. 07. 29 159

모든 부모는 아이의 단점을 안다. 재능이 없거나 노력이 부족한 것을 걱정하며 고칠 방법을 찾는다.
마음 치유 전문가 박상미 교수의 눈에는 아이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는 부모의 문제가 보인다.
그런 부모는 자녀와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자녀를 의존적으로 키우기 쉽다.
아이의 행복을 바란다면 부모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며 성장해야 한다고, 행복해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이다.

치유가 필요한 청소년에서
타인의 상처를 돌보는 이로

소년원의 아이들과 마음 치유 교육을 시작한 게 7년 전이었다. 강당에 모인 아이들은 전문가 타이틀과 화려한 커리어를 소개받고 단상에 오른 박상미 교수를 경계했다. 늘 듣던 훈계나 늘어놓는 똑같은 어른이라고 여긴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교도소 제소자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스로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과 달리 처음부터 마음의 장벽을 높이 세우는 이들에게 어떤 말로 다가갈 수 있을까. 박상미 교수는 우울하고 고통스러웠던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시작했다.

유복한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란 아이, 공부 잘하고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던 아이의 삶이 바뀐 것은 중학교 때였다. 아버지의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서 하루아침에 가세가 기울었고 가정의 평화는 무너졌다. 부모님이 밤마다 싸울 때 아이도 밤새 불안에 시달렸고 밝았던 아이의 성격은 점점 어두워져갔다. 아픈 마음이 몸의 병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그렇게 고통스러웠던 청소년기의 경험은 지금 박상미 교수가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토대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의 상처 받은 마음을 돌보고 싶다는 꿈을 품고서 여러 가지 일들을 시작했다. 치유, 회복, 공감, 소통을 주제로 글을 쓰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는다. 경찰대학에서 문화심리학을 강의하지만 횟수로 치자면 소외 계층을 위한 무료 강연이 훨씬 많을 것이다. 마음 치유 수업을 체계적으로 해나가기 위해 ‘더공감마음학교’를 만들었다. 교도소와 소년원에서 영화치유수업, 문학치유수업을 진행하고 일반 대중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을 병행한다.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강연이나 《박상미의 고민사전》 등의 저서를 통해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접하는 사람들도 지속적으로 늘어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원격 수업과 상담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아이가 우울하거나 무기력한 이유

부모, 자녀 관계를 상담하다 보면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 특히 자신의 결핍을 자녀를 통해 보상받으려는 부모를 종종 목격한다. 지속적으로 자해를 하던 고3 학생의 엄마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에 못 간 상처를 안고 있었다. 아이에게 명문대 진학만을 요구하고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아이의 인생을 위해서라고 합리화했다. 아이는 엄마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자신을 벌주려 했고, 뒤늦게 문제를 깨달은 엄마가 후회하고 폭력을 멈췄어도 아이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박상미 교수는 자녀를 불행하게 만든 것은 엄마의 상처였다고 설명했다.

“불안, 우울, 강박 같은 증세를 겪는 아이를 보면 그 엄마는 두 배로 심각한 증세를 보입니다. 아이는 엄마의 작은 상처까지 적나라하게 비추어 보여주는 거울이에요. 상처받은 부모는 자신의 결핍을 아이의 삶을 통해 보상받으려 하고 아이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합니다. 아이는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깨닫기도 전에 부모의 요구에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되지요.”

서브이미지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많은 부모가 아이를 보는 자신의 기준을 맹신한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에게 부족한 재능과 게으른 기질을 탓하는 것은 제법 객관적인 태도라고 여긴다. 하지만 박상미 소장이 소년원의 아이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세상 모든 아이가 자기만의 재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바뀌어야 할 것은 아이들의 100가지 재능을 성적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재단하는 어른들이다.

아이의 단점은 보기에 따라 장점이 될 수 있다. 다른 장점을 크게 키우면 단점은 자연 소멸되기도 한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가능성을 전폭적으로 믿어주는 일이다. 박상미 교수는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을 포함한 여러 저서를 통해 꾸준히 이 메시지를 강조해왔다. 고교 진학에 실패하고 수없이 자살을 생각했던 자신의 재수생 시절에 글을 쓰고 작가를 꿈꿀 수 있도록 지탱해준 것은 아버지의 믿음이었다. 아버지는 딸의 성적이 떨어진 것을 혼내는 대신 딸이 쓴 글을 가장 먼저 읽어주고 출판사에 보내주는 사람이었다.

스스로 성장하는 부모이길

“좋은 부모가 되려면 자기검열이 필요해요. 내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아이에게 대물림하고 있진 않은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나는 내 가족에게 무조건 믿어주는 한 사람인가.”

박상미 교수는 행복한 엄마, 스스로 성장하는 엄마가 좋은 엄마라고 말한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쉬운 일부터 찾아야 한다. 맛있는 것을 먹거나 필요할 때 휴가를 갖는 일, 짧게라도 산책을 하며 몸을 움직이고, 배울 것을 찾아 자신을 채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엄마가 직접 가르쳤고 그 덕에 줄곧 전교 1등을 해온 아이를 상담한 적이 있다. 아이는 자기를 가르치느라 공부하고 고생하는 엄마가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고 엄마를 가족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아이는 제 부모의 결핍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습 전체를 꿰뚫어보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사례였다.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는 길

박상미 교수가 시도하는 마음 치유의 한 갈래는 ‘의미 치료’이다. 의미 치료의 핵심은 왜 살아야 하는가를 질문하고 답을 찾는 것이다. 아무리 무기력한 사람이라도 내면에는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마음 치유 안내자가 그 이유를 찾도록 도울 수 있다. 박 교수는 그렇게 돕는 과정이 자신의 고통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길이며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녀를 행복하게 키우고자 하는 세상의 모든 부모가 삶의 이유를 찾아 자기의 상처를 치유하며 계속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