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기댈 수 있도록

누군가 내게
기댈 수 있도록부산대 의예과 1학년 강한결

글. 오인숙 | 사진. 남윤중(AZA STUDIO) | 2020년 7호

2020. 07. 29 49

강한결 군은 제주의 자연 속에서 성장했다. 밤늦게 학원을 마친 후에는 자전거로 해안도로를 달렸고,
방학 때는 한라산을 오르며 학업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올해 의사가 되기 위한 배움의 첫걸음을 부산에서 내디뎠고
머지않아 정든 이곳을 떠나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계획해야 하는 생활.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환경, 사람, 배움에 대한 기대가 훨씬 크다.

건강한 몸 만들며 내일을 대비

한 해의 절반이 지나도록 코로나19는 잦아들지 않았다. 1년을 더 공부해서 원하던 의대에 진학했지만, 대학 생활을 제대로 맛보지 못한 채 기말고사와 함께 한 학기를 끝냈다. 한결 군은 1학기 내내 고향인 제주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보냈다. 의사의 기본 역량과 환자와의 소통을 배우는 전공필수 과목 ‘의사와 리더십’, 의학 공부의 바탕이 될 필수교양 과목인 물리, 화학, 생명과학을 비롯해 영어와 글쓰기 등 교양 과목 위주의 수업이었다. 6월 말 기말고사를 치르기 위해 학교에 간 것이 대학 캠퍼스와의 첫 만남이었다. 지금은 비록 많은 것이 유예돼 있지만 이것저것 새로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앞으로 악기 연주나 보컬 등 취미를 하나 만들려고 합니다. 축구와 농구 같은 구기 종목을 좋아해서 운동 동아리 활동도 하고 싶어요. 꼭 그런 운동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헬스를 하면서 몸도 좀 만들고 싶고요.”

한결 군은 실제로 수능 점수가 발표된 후 꾸준한 운동과 식습관 조절로 한 달 만에 몸무게 10킬로그램 이상을 감량했다. 당분간은 그렇게 만든 지금의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서브이미지

내가 마음먹은 선택과 집중으로

어려서부터 습관이 되었고 주변의 의견에 따라 했던 공부. 그 생각이 바뀐 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다. 중학교 친구들과 나중에 무엇을 할지 이야기하다 보니 ‘나는 나중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됐다. 특별히 잘하는 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는 주도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니 성적이 오르는 게 눈에 보이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니 더 열심히 하게 됐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부모님과 큰 갈등을 겪었다. 부모님과 선생님이 수시를 권했지만, 한결 군의 생각은 달랐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모범생도 아니었고, 여러 과외 활동도 맞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피곤하고 번거롭게 느껴졌다. 내신보다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왔기에 수능을 보고 정시로 입학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많이 다퉜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만, 당시의 제게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습니다. 목표로 한 대학에 내신 성적을 맞추기가 어려웠는데, 정시를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면 할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에는 학원도 그만두고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했다.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하고, 혼자 식사했다. 쉽지 않은 그 시간 속에서 찾은 탈출구가 하루 동안의 충분한 휴식이었다. 일요일 하루는 충분히 쉬면서 몸과 마음을 충전하고, 다시 새로운 한 주를 활기차게 시작하니 한결 나아졌다. 그 해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와 공군사관학교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실패했다.

서브이미지

나를 믿고 두려움 없이 전진

한결 군은 부모님께 다시 한 번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부모님은 질책 대신 “네가 선택했으니 책임지고 끝까지 해보라”고 독려해주셨다. 덕분에 1년 간 마음 편히 입시를 준비할 수 있었다. 재수를 하면서부터 의대로 방향을 틀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아 학부 선택에 대한 고민이 컸는데, 최종적으로 의예과를 선택한 것이다. 일 년을 허투루 보내지 않은 덕분에 올 초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어떤 일을 하든지 자존감과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수할 때 부담감 때문에 무너지는 친구들이 가끔 있는데,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게 중요해요. 저는 시험을 못 보면 ‘어차피 수능이 아니니까’, 시험을 잘 보면 ‘수능 잘 보겠다, 잘 될 거야’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크지 않았어요. 시험이나 혹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하고 두려움 없이 나아갔던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서브이미지

고집 있던 소년의 학습 A to Z

초등학교 때의 한결 군은 지금보다 훨씬 말수가 적고 소심한 아이였다. 중학교에 들어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공부는 어려서부터 잘하는 편이었고 독서량도 많았다. 그래서 노력한 것보다 늘 성적이 잘 나왔다. “공부를 잘했다기보다는 시험 운이 좋았다”고 한결 군은 겸손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아이는 아니었다. 고집도 있고 가끔은 속도 썩이는 아이였다고 한다.

네 살 때 《생각하는피자》로 시작한 재능스스로학습은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이어졌다. 거의 모든 과목을 수료할 때까지 대부분 지속했다. 워낙 어려서 시작했기 때문에 재능스스로학습은 어느새 일상이 돼 있었다. 일주일에 학습해야 할 분양이 정해져 있어 의무적으로 시간을 들여 공부했다. 그날 정해진 스스로학습교재를 모두 끝낸 후에야 놀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재능스스로학습을 오래 지속한 만큼 학원 수업은 또래보다 늦게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학원에 갔지만, 큰 어려움 없이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재능으로 공부의 기초를 제대로 다진 덕분이다.

누군가의 힘든 삶을 돕는 것에 관심이 많은 한결 군. 최근에는 ‘국경 없는 의사회’에 대해 자세히 알게 돼 의사로서 하고 싶은 일이 더욱 많아졌다. 주변 환경에 힘들어하고 자존감이 낮아진 이들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사람, 환자와 주변 사람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사람, 언제든 마음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한결 군이 더없이 훈훈하고 믿음직하다.

연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