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가지 진짜 효능감이 필요하다

1만 가지
진짜 효능감이 필요하다

글. 박민근(세종사이버대 겸임교수, 《공부호르몬》 저자) | 사진. 이미지투데이, 클립아트코리아 | 2020년 7호

2020. 07. 29 65

반복은 지루하기만 한 일은 아니다. 반복은 창조의 원천이다. 반복은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해준다.
7000번의 실험을 연이어 실패하며 기어이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은 자신의 삶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실패한 적이 없다.
작동하지 않는 1만 개의 방법을 발견한 것뿐이다(I have not failed. I've just found 10,000 ways that won't work).”
이 말은 창조자들의 공통점이자 능력을 알려준다. 자신이 이루려는 일을 반복할 때 비로소 우리는 탁월해질 수 있다.

눈으로, 머리로만 익혀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영재를 단지 지능이 높은 사람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영재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과제집착력이다. 이는 주어진 과제나 흥미를 느낀 일에 집착하는 특성, 특정 과제에 에너지를 쏟는 특성을 말한다. 영재 교육의 권위자 조지프 렌줄리(Joseph S. Renzulli)는 영재가 ‘세 가지 고리’, 즉 평균 이상의 지능, 창의성, 과제집착력의 공통점을 지닌다고 했다. 그는 영재의 여러 특성 가운데 과제집착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사실 과제집착력은 영재만의 특성은 아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 사람의 수행력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과제에 집착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그 과제를 반복 수행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어느 순간 과제와 연결된 거의 모든 것에 통달할 수 있다. 이를 숙련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숙련자가 되기 위해서는 단지 눈으로, 머리로만 익혀서는 안 된다. 직접 해보아야만 한다. 아무리 동영상으로 피아노 연주를 감상해도 피아노 실력이 늘지 않는 이치이다. 실제로 위대한 피아니스트는 뛰어난 음감이나 음악적 재능보다는 무수한 반복 연습을 통해 탄생한다. 반복의 힘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서브이미지

간접 체험에 익숙할수록 가장 경계할 것

지금 우리 사회는 간접 체험, 가상 체험의 세계로 진화하고 있다. 어떤 일을 직접 하지 않고도 경험할 수 있는 세상에 점점 친숙해지고 있다. 발달한 스마트 기기들은 타인의 일을 대리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그 편리성만 보아서는 안 된다. 특히 자녀 양육에서 이는 가장 경계해야 할 측면이기도 하다.

정신분석학자 도널드 위니컷은 아기들은 ‘주관적 전능감(omnipotence)’을 가진다고 했다. 자신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는 거의 모든 것들이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는 환경에서 얻게 되는 심리 기제이다. 하지만 자라면서 이로부터 차차 벗어나야 한다. 주관적 전능감은 반복되는 실패 경험으로 깨지기 마련인데, 무수한 실패로부터 세상일이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다는 진실을 체득하는 것이다.

최근 아이들을 상담하면서 이 주관적 전능감이 제대로 깨지지 않은 채 연장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간접 체험, 가상 체험에 익숙한 나머지 정작 자신에게 그만한 능력이 없음에도 그 일을 쉽게 해낼 수 있으리라 착각하는 것이다.

진짜 효능감을 키우는 것이 부모의 역할

주관적 전능감과 정반대가 숙련자가 느끼는 효능감이다. 효능감이 진짜이다. 효능감은 특정 상황이나 일을 자신이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자기신념이다. 실제로 잘하지 못한다면 결코 가질 수 없는 감정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실력과 자부심이 결합해 만들어내는 심리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에는 낯설고 잘하지 못해 싫어하고 두려워하던 일도 아이가 여러 번 직접 반복해보고서 자신을 갖게 되는 상황을 자주 목격한다. 그러니 아이가 가상적 허세가 아닌 진짜 실력으로 자기효능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눈으로만, 머리로만 대하지 않고 직접 도전해볼 수 있게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만큼 힘든 일도 없다. 처음 미끄럼을 타게 할 때, 처음 구구단을 외우게 할 때 아이들은 잘하지 못하는 일이라 마냥 꺼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이가 어떤 일을 지속해서 반복하게 하려면 부모에게 고도의 심리 전략이 필요하다. 부모가 심리전략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브이미지

위험 회피 성향, 그 심리적 불안감부터 다독여야

우선,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정당한 이유와 가치를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가령 동영상만 보려 하면서 ‘요즘 같은 세상에 책을 왜 읽어?’라고 반문하는 아이에게 문자로 된 텍스트를 잘 이해하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일은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언제나 필요할 능력이며, 어떤 전문 분야에서나 가장 우선 요구되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일일수록 쉬운 단계부터 잘게 쪼개 차근차근 도전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구구단을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 무턱대고 9단까지 한꺼번에 외우게 할 수는 없다. 처음에는 2단만으로 몇 날 며칠 반복하면서, 이해하기 쉽게 동전이나 공기돌 같은 사물로 구구단의 원리를 충분히 이해시켜야 하듯 말이다.

때로는 두려워하는 마음, 싫어하는 마음을 잘 다독일 필요도 있다. 아이마다 타고난 성격이나 기질이 다르기에 다른 아이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도 좀처럼 시작하기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위험 회피 성향’이 높은 기질이라고 한다. 매사 조심하고 불안이 많은 아이를 가리킨다. 이런 경우는 불안감을 충분히 해소하는 게 우선이다. 좋아하는 놀이나 예술 활동,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 그림책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려가며 천천히 시작할 필요가 있다.

서브이미지

일상 속 건강한 루틴을 함께

좋은 생활 습관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 이는 가장 바탕이 되는 일이다. 기상 시간, 식사 시간, 잠자는 시간, 양치질, 독서 시간, 자습 시간 등을 가족이 함께 정하고 잘 지킬 필요가 있다. 중요한 롤모델인 부모부터 건강한 루틴을 잘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반복의 중요성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도 꾸준히 할 일이다. 어떤 일을 직접 해보지 않고서 능숙해질 수는 없다는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또 반복해 익숙해짐으로써 가지게 되는 힘을 알려주고, 무엇이든 몸에 배면 그만큼 하기 쉽다는 점도 깨우쳐줄 필요가 있다. 가령 매일 규칙적인 운동의 중요성을 알려준다고 해보자.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에게 이것만큼 귀찮은 일도 없다. 하지만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아 체력이 떨어지고, 체육 시간에 어려움을 겪고, 자주 감기에 들다 보면 그 중요성을 자신도 깨닫는다. 그리고 꾸준히 운동하면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는 것도 느낀다. 부모가 운동 전후의 변화를 짚어주고, 그 이유를 잘 설명하면 더 큰 동기가 생긴다. 게다가 연습을 통해 몇 종류의 스포츠에 점점 능숙해지는 것만큼 아이들에게 효능감을 주는 일도 없다. 계획표를 짜 아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운동부터 하나씩 가짓수를 늘려보자.

작은 지렛대로 행동을 이끈다

큰 행동을 하도록 이끄는 작은 지렛대들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비만 아동에게 의지를 갖고 밥을 적게 먹으라고 한들 소용이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예쁜 식기를 새로 사주며 전보다 작은 밥그릇으로 바꾸면 쉽게 식사량을 조절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이용한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전해야 할, 꾸준히 연습해야 할 일을 좀 더 쉽고 효과적으로 배우고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잘 알려주는 일이다. 세상에는 전문가의 조언이나 코치가 도와줄 일이 아닌 부모가 직접 알려줘야 할 일도 많다. 아이 고유의 성향과 기질에 맞게,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줄지 세심하게 고민하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쉽고 작은 반복 활동 3가지’

  1. 하나. 저녁마다 정해놓고 ‘글쓰기’ 시간을 함께 가진다
    가장 좋은 글감은 그날 했던 일에 관한 자기 관찰이다. 축구선수 박지성이 초등학교 시절 매일 썼다는 ‘축구 일기’가 좋은 예이다. 자신이 한 일을 글로 적다 보면 그 일에 관해 좀 더 냉정하고 입체적인 분석과 판단이 가능해진다. 아이의 글쓰기 실력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2. 둘. 매일 규칙적으로 ‘자유놀이’ 시간을 가진다
    자유놀이는 아이 스스로 규칙을 정해 행하는 놀이를 말한다. 연구자들은 자유놀이만큼 효능감과 잠재력을 향상하는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특히 신체 효능감 향상에 도움이 된다. 또래나 형제와 함께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적어도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이보다 더 효과적인 두뇌 계발 방법이 없다.

  3. 셋.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미리 ‘계획표’를 작성한다
    사소한 일이라도 계획표부터 써보면 부담감과 걱정을 한결 덜 수 있다. 실수도 줄여준다. 또 계획표를 적는 습관이 잘 갖춰지면 나중에 학습계획표나 학습점검표도 잘 쓸 수 있게 된다. 다만 계획표 쓰기는 꽤 많은 기술이 필요한 만큼 전문가나 부모가 지속해서 알려줄 필요가 있다. 부모가 가르쳐야 한다면 관련 내용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