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묻고 아이는 꿈꾼다

나는 묻고
아이는 꿈꾼다

글. 김진성(작가) | 일러스트. 김지영 | 2020년 6호

2020. 06. 26 121

내가 원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발견한 것이 하브루타라는 유대인 독서 토론법이다.
아이들의 꿈을 만들어가는 데 책을 읽어주고 질문을 하는 것으로는 부족한 듯했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 행동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큰아이가 일곱 살 때부터 꿈 점검표를 적기 시작했다.
스스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면 적어도 한 번은 실행하지 않을까 싶었다.

대한민국에서 꿈꾸며 살아가기

아이가 커가면서 늘 하게 되는 고민이 우리 교육 현실이다. 친한 선배는 아들을 사립 초등학교에 보내다가 그것도 마음에 안 들어서 체코로 이민을 가버렸다. 술자리에서 항상 하는 이야기가 “너도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봐라. 교육 현실에 한숨이 나올 거다”였다. 나 역시 교육 현실과 삶의 질 문제로 이민을 준비한 적이 있다. 2년 간 영어능력평가(IELTS) 시험 공부도 하고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서 현지 분위기를 파악해봤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포기했다.
그렇지만 포기만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이곳에서 아이들이 꿈을 꾸고 생각하고 질문을 하려면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홈스쿨링도 알아보고 버츄프로젝트도 공부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하브루타라는 유대인 독서 토론법이다. 내가 원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것만 해도 대한민국의 교육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서브이미지

네 꿈은 뭐야?

종종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보는데, 매번 바뀐다. 동화책을 많이 읽을 때 딸의 꿈은 공주였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할 때는 만화가였다. 엉뚱한 행동에 아빠가 좋아할 때면 미녀 개그우먼이 되고 싶다 하고, 상냥한 선생님을 만났을 때는 선생님으로 변해갔다.
어린이집에서 만들기 상을 받은 아들은 만드는 일이 꿈이었다. 어린이집을 졸업할 때는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했는지 로봇 과학자가 되려고 마음먹었단다.
“오, 멋진데. 아빠한테도 로봇 만들어 줄 거지?”
“그럼, 아빠는 청소하는 로봇을 만들어 줄게. 그거 만들어서 돈도 억 조 원 벌 거야. 크크.”
아이들의 꿈을 만들어가는 데 책을 읽어주고 질문을 하는 것으로는 부족한 듯했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 행동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큰아이가 일곱 살 때부터 꿈 점검표를 적기 시작했다. 스스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면 적어도 한 번은 실행하지 않을까 싶었다.
꿈을 구체적으로 그리려면 어떤 질문이 필요할까? 나는 쉽게 접근하기로 했다. 대답하기 쉽고 실천하기도 쉬운 것들이어야 아이들도 성취감이 있을 테니까. 처음 A4 종이에 꿈 점검표를 만들 때는 다섯 가지 질문을 적었다. 먹고 싶은 음식, 아빠랑 가장 하고 싶은 높이, 가장 재미있는 놀이, 엄마랑 놀러가고 싶은 곳, 커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각각 2개씩 적도록 했다.
사실 아빠가 물어보고 싶은 궁극적인 것은 ‘내가 커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무척 귀찮아했다. 곰곰이 생각하고 적어야 하니 힘들어했다. 그래도 다 적고 나서 하나씩 함께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성취감을 느끼는 듯했다. 딸은 가고 싶은 곳에 방글라데시를 적었다. 왜냐고 물어봤더니 학교 수업 시간에 배웠단다. 아빠도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인데, 그래! 언젠가는 같이 가보자. 아들은 아빠와 함께 하고 싶은 놀이에 ‘싸움 놀이’라고 적었다. 왜 아빠랑은 매번 과격한 놀이를 하고 싶은 건지? 엄마한테는 ‘안아줘’라고만 하면서 말이다.

왜? 어떻게? 그러려면 무엇을?

당초에는 분기마다 하는 게 목표였는데, 바쁘고 피곤해서 이제는 매년 1월 1일과 7월 1일에 두 번 하고 있다. 그동안 해오면서 무언가 부족해 고개를 갸웃하곤 했는데, 생각해보니 ‘왜’ 또는 ‘어떻게’라는 내용이 없어서 그랬던 것이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질문을 업그레이드해봤다. 2019년에 가장 행복했던 일 3가지, 내가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일 2가지, 그러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커서 가장 하고 싶은 일 2가지 이상, 그것을 이루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작년 질문보다 어려우니 아이들이 짜증을 낸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엄마, 아빠도 함께 하기 시작했다. 적는 걸 싫어하는 아내도 아이들을 위해 함께 식탁에 앉았다. 함께 이야기하고 작성해가니 가족회의를 하는 기분이다. 결혼 전에 막연히 꿈꾸던 가족의 모습이랄까? 뿌듯하면서 따뜻하다. 그리고 매번 끝까지 따라주는 아이들과 아내가 고맙다.

서브이미지

아빠, 나 수영 대회에 나가고 싶어!

처음 딸의 꿈 점검표에는 ‘커서 운동 선수가 되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몇 번 만들면서 수영 선수라는 구체적인 꿈으로 바뀌었다. 꿈 점검표를 보면서 딸에게 물어보았다.
“수영 선수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수영을 열심히 해야지.”
“수영도 열심히 하고, 선수니까 대회도 나가야 하는데?”
“아빠, 나 수영 대회 나가고 싶어.”
“대회에 나가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
“그럼, 내가 수영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렇게 딸은 몇 개월 뒤에 있는 구청장배 수영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다. 일주일에 두 번 하는 연습량으로 순위에 들기는 어렵겠지만, 아이가 스스로 정한 도전이었다. 대회 연습은 평소와 조금 다르기에 다시 이야기했다.
“대회에 나가려면 출발하는 방법하고 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해. 수영 선생님께 직접 이야기해. 알았지?”
“내가 이야기해야 해? 아빠가 말해주면 안 돼? 나 창피하단 말이야.”
“아빠가 여자 탈의실에 들어갈 수 없어서 선생님을 만날 방법이 없어.”
딸이 쑥스러워하면서도 수영 선생님에게 이야기했나 보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대회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대회 한 달 전쯤 글루건으로 만들기를 하던 딸이 손바닥에 큰 화상을 입어 연습도, 대회 출전도 어렵게 되었다. 그러자 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 대회 나가고 싶단 말이야. 훌쩍훌쩍.” 그 마음이 기특해 의사 선생님과 상담해봤다. 손바닥에 흉터가 생길 수 있으니 수영은 안 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 한 달쯤 지나니 상처가 잘 아물어서 잠깐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정도는 괜찮단다. “선생님이 물에 잠깐 들어가는 건 괜찮대. 그런데 연습을 별로 못해서 잘하지는 못할 것 같은데 괜찮겠어?” “괜찮아. 나 대회에 나가고 싶어.”
결국 딸은 손바닥에 메디폼을 덕지덕지 붙인 채 출전했고,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았다. 50미터 기록이 59초대, 끝에서 세 번째다. 그렇지만 아이 자신이 꿈을 꾸고 어려워도 노력해서 끝까지 해봤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 올해도 출전하기로 했는데 코로나19로 다음 도전은 오리무중이다. 그래, 수영은 이 사태가 지나가고 다시 고민해보자.

오늘도 정답 없는 질문을

부모는 아이들이 스스로 꿈을 꾸고 세상을 헤쳐나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처음부터 스스로 하는 아이는 없다. 부모도 완벽한 부모가 아니지 않은가. 그러기에 질문과 대화를 통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질문을 통해 방향을 정해보고, 스스로 하고 싶은 동기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가족이 그동안 작성한 꿈 점검표가 어느덧 여러 장 쌓였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질문도 꿈도 달라질 거다. 그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꿈을 적어보고 이야기할 생각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딸은 꿈을 이루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만화를 그리고 있고, 아들은 사발면 용기로 토끼 모자를 만들고 있다. 아이들에게 하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대답이 있을 뿐이다. 오늘도 나는 정답 없는 질문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꿈꾸고 세상을 헤쳐나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김진성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작가, 강연가, 칼럼니스트로 일하는 대한민국 대표 육아 아빠다. 블로그(행복덩이 아빠의 즐거운 하루)를 통해 ‘꿈 점검표’를 비롯한 하브루타 실천 이야기 등 두 아이와의 일상과 교육 방식들을 전하고 있다. 《하브루타 질문 육아》, 《아빠, 오늘은 어디 가요?》 등의 육아서를 집필했고, 아빠가 진정한 가족이 되는 행복을 이제야 알았다며 억울해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