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크게 되려 하지 않아도 돼

너무 크게 되려
하지 않아도 돼신원초 황서현&황승현(5학년) 남매

글. 이슬비 | 사진. 정운(AZA STUDIO) | 2020년 6호

2020. 06. 26 167

쌍둥이 남매 서현과 승현네 집 현관문 앞에는 자전거 네 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주말이면 자전거 여행을 다니는 가족이다. 한 켠에는 야구방망이와 축구공도 사이좋게 놓여 있다.
누나 서현은 축구광이고 동생 승현은 야구광이라고 한다. ‘너무 크게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엄마,
아빠의 응원 속에서 자유롭게 꿈꾸는 남매의 행복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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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고 놀며, 평소처럼 자유롭게

“누나랑 같은 반이었을 때는 하도 잔소리를 해서 친구들이랑 놀 때도 누나 눈치를 봤어요.”
“나는 체육 시간에 너랑 같은 팀 됐을 때 호흡이 잘 맞아서 좋았어.”
쌍둥이라고 밝혀도 사람들은 안 믿는다는 남매. 4학년을 제외하고는 5학년인 지금까지 같은 반이다. 같은 반이 되어 좋으냐고 물었을 때 서로 다른 대답을 내놓긴 했지만 티격태격하는 듯해도 오가는 말에는 우애가 묻어 있다.
개학을 해도 비대면 수업을 병행하는 요즘, 아침에 1시간 30분쯤 온라인 수업을 끝내면 이후는 자유 시간이다. 너무 많은 자유 시간이 주어진 것 같지만 남매의 일상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평소에도 학교 끝나면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했다. 아파트 운동장에서 축구도 하고 아빠가 일찍 퇴근 하는 날이면 함께 야구도 하고 킥보드나 자전거도 타며 보냈다.
남매는 요즘의 일상이 오히려 더 좋다고 말한다. 준비물을 못 챙겨 선생님에게 혼나는 일도 없고 수업 시간도 줄었다며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다. 친구들을 자주 못 만난다는 것이 제일 아쉽다. 주로 스마트폰으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가끔 아파트 단지 운동장에서 만나 함께 운동을 한다.
“승현이는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해요. 아빠가 늘 ‘너는 야구에 최적화된 몸매’라고 하니까 더 자신감을 갖는 것 같아요. 서현이는 축구를 좋아해요. 단지 내에서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끼리 모여 자주 노는데, 서현이 홍일점이에요.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혼자 공을 가지고 나가기도 해요.”
서현은 축구가 뜸해진 틈을 타 인형 디자이너나 동물 조련사라는 새로운 꿈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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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

엄마는 아이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엄마는 어릴 때는 가족과 함께 좋은 추억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주말이면 온 가족이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한강까지 달린다. 남매를 자유롭게 두는 것 같아도 성적표를 보면 잘하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공부에 매달려 일류 대학에 가고, 치열하게 경쟁해서 대기업에 입사하는 삶을 사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지 않아요. 저의 지난날도 그렇게 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넉넉한 삶은 아니어도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어요. 내 아이들도 그런 삶을 살면 좋겠어요.”
처음 얼마간은 잔소리를 했었다. 그런데 3학년 때 남매가 함께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잔소리는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선언했단다. 그때부터 아이들을 믿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모두 다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스스로학습교재도 금요일까지는 다 끝내놓는다. 엄마 눈에 좀 밀린다 싶을 즈음이면 어느새 나란히 앉아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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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채점하며 미소 짓는 이유

남매가 재능스스로학습을 시작한 때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무렵이었다.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시키고 싶어 네 살 무렵에 다른 학습지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입학을 앞두고도 한글을 떼지 못했더라고요. 부랴부랴 재능스스로학습으로 바꾸고 다시 시작했어요.”
학습지 선생님을 탓하기보다 엄마로서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걸 깨달았다. 바쁘다고 아이들 학습을 선생님에게 너무 맡겨두었던 것이다. 재능스스로학습을 시작한 후로는 무엇보다 채점을 중시한다. 간호사로서 병원 야간 근무를 할 때는 밤 10시에 출근해 다음날 아침 8시에 퇴근하지만 학습지 채점만큼은 꼭 챙긴다. 채점을 하다 보면 빙그레 미소를 지을 때가 있다. 특히 《생각하는피자》에서 독특한 문제에 남매가 기발하고 창의적인 답을 적어놓았을 때이다. 그럴 땐 동그라미를 두 개씩 진하게 그려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채점을 해보면 아이들이 문제를 이해했는지, 어떤 것을 어려워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제가 직접 가르쳐주기도 하지만 어려운 부분은 재능선생님께 말씀드리면 좀 더 신경 써서 설명해주세요.”
이 정도면 엄마의 역할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 평범한 삶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엄마의 바람을 읽은 것일까. 이번 주말에도 한강으로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남매의 표정에 여유로움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