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공식, 보상의 함정

기쁨의 공식,
보상의 함정

글. 박민근(세종사이버대 겸임교수, 《공부호르몬》 저자) | 사진. 이미지투데이, 클립아트코리아 | 2020년 6호

2020. 06. 26 43

언택트 시대로 갑작스럽게 진입하게 된 지금, 일상의 모든 면에서 아이가 챙기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
커지면서 ‘스스로’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자기주도'와 '동기'라는 면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때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학습 부문이 중요할 것인데, 아이의 건강한 동기를 일깨우고 유지시키기 위해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피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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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아이 자신의 동기가 더 중요해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불쑥 찾아온 언택트 시대,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고 다양한 체험도 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한정된 동선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이 상황은 마뜩찮을 것이다. 어쨌든 비대면 수업이 갑자기 전면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아이의 상태나 학습 태도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에도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아이가 챙기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 커지면서 일상의 모든 면에서 ‘스스로’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졌다. 부모 입장에서는 특히 ‘자기주도 학습’과 ‘학습 동기’ 부분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시기이다.
공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 학습 동기다. 아이들을 상대로 학습 검사를 해보면 동기가 확실하게 구분된다. 세밀하게 분류하면, ▶무기력 단계(학습 동기가 거의 없는 상태) ▶외적 강압 단계(누가 강제할 때나 구체적 지시를 할 때만 공부한다) ▶내적 강압 단계(자발적 동기가 아닌 외적 보상 때문에 공부한다) ▶유익 추구 단계(특정 목적이나 이득을 위해 공부한다) ▶의미 부여 단계(자기 가치에 따라 공부한다) ▶지식 탐구 추구(지식 탐구의 즐거움 때문에 공부한다) ▶지적 성취 추구(공부 효능감을 느낀다) ▶지적 자극 추구(공부가 즐겁다) 단계로 나뉜다.
필자를 찾는 아이들 대부분은 무기력 단계나 외적 강압 단계, 내적 강압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고 그 아이들이 모든 일에 무관심하지는 않다. 동기와 욕구, 욕망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겠지만, 공부 동기는 낮아도 컴퓨터 게임, 친구와의 소통이나 놀이, 정크푸드, 쇼핑, 화장과 패션에는 놀랄 만한 집착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의 한숨이 깊어지는 일이다. 부모라면 아이가 그런 쪽보다는 공부와 독서, 글쓰기 같은 건전한 활동에 관심 갖기를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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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동기―기쁨’ 공식을 기억할 것

사실 아이들 대부분은 유년기에 배움과 독서에 왕성한 동기를 보인다. 부모의 그림책 읽어주기를 싫어하는 유아는 거의 없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며 여러 이유로 그 동기가 점점 퇴조한다. 대신 자신을 자극하고 즐겁게 해주는 다른 것에 빠져든다. 이때 부모가 가장 놓치기 쉬운 것이 ‘건강한 동기’를 구성하는 핵심이 ‘기쁨’이라는 사실이다. 즐겁지 않다면 그 무엇이라도 하기 싫은 법이다. 좋아하는 일을 더 하고 싶은 것은 인간이 가진 보상회로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우리 뇌에는 강력한 호르몬인 도파민, 세로토닌 등이 관여하는 보상회로가 존재하는데, 특정 대상이나 행위가 이 부위를 자극해 쾌감을 느끼면서 그 일을 좀 더 좋아하고, 몰두하게 만든다. 도파민의 힘은 어마어마해서 도박이나 마약 같은 무시무시한 대상마저도 거부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건전한 활동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감정을 느끼고, 강한 동기를 형성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동기를 갖는 과정을 도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시행착오 끝에 제대로 하게 된다→발전한다→칭찬이나 성취감 등 대가가 주어진다→도파민이 분비되어 쾌감을 얻는다→어떤 행동과 쾌감이 연결된다→ 뇌가 이를 인지하고 기억한다→또다시 같은 행동이 하고 싶어진다→시행착오 끝에 제대로 하게 된다.

부모라면 이 공식을 잘 기억해야 한다. 노력한 일에서 흡족한 결과를 얻었을 때 성취감을 느끼고, 그 성취감이 동기를 키운다. 성취의 기쁨이 건강한 생각과 어울려 ‘동기’로 뇌리에 새겨지는 것이다. 부모라면 그 어떤 행동이 공부나 독서이기를 바랄 것이다. 그것이 아이의 마음속 깊이 유익하고 즐거운 일로 새겨지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컴퓨터 게임이나 동영상 감상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독서나 글쓰기, 학습에 강한 동기가 생기기는 무척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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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보상 제시의 함정

자칫 부모는 공부는 힘든 일이니, 그 대가로 달콤한 보상을 제시하자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힘든 공부를 두 시간 했으니 딱 한 시간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렴’ 같은 식이다. 하지만 이는 오래 가지 못할 방법이다. 동기 연구의 대가 에드워드 L. 데시는 이런 당근책은 가장 실패하기 쉬운 동기 유도 방식이라고 말한다. 데시 교수는 두 집단에게 퍼즐을 풀게 했다. 한 쪽은 성공할 때마다 1달러를 주고, 다른 쪽은 아무 보상도 하지 않았다. 보상 없이 퍼즐을 즐긴 쪽이 훨씬 흥미도와 몰입도가 높았다. 자기결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근이나 채찍이 아니라 자기결정성을 높이는 ‘자율성’, ‘(주변사람과) 관계 맺기’, ‘능력’을 채워주어야 한다. 섣부른 당근은 오히려 자율성을 해치는 원인이 되기 쉽다. 그의 저서 《마음의 작동법》에는 어떤 방법이 건강한 동기를 형성하는지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동기는 ‘몰입’과 ‘숙련’에 의해 커진다고 말한다. 특히 몰입은 동기가 약해지지 않게 해주는 필수 도구이다. 몰입은 기쁨이나 즐거움보다 한층 차원이 높은 감정이다. 우리가 어떤 일에 몰입할 때, 그 일을 하고자 하는 욕구도 커진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몰입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숙련’이다. 잘하지 못하는 일에서는 만족감을 얻지 못한다. 머릿속으로 한번 그림을 그려보면 좋을 것이다. 어떤 일을 반복 연습해 그 일을 잘하게 되는 ‘숙련’과 일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몰입’이 두 마리 용처럼 서로를 감싸고 회오리춤을 추는 모습 말이다.

부모의 단단한 심리적 책략도 필요

공부는 더 말할 것이 없다. 먼저 부모가 아이의 공부 습관이 갖춰지기까지 매일 일정 시간 공부하도록 돕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이는 몇 달, 아니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부모가 단단히 결심하고 굳건하게 밀고 나가야 할 일이다. 아이의 거부감은 다양한 심리적 책략을 통해 고쳐나가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부를 열심히 했던 위인들의 전기를 통해 아이가 믿고 따를 모델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퇴계 이황이나 다산 정약용, 세종대왕, 그리고 마리 퀴리나 토머스 에디슨 같은 위인의 삶을 통해 공부의 가치와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혹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하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체피토, 뭐하니?》, 《왜 국어 공부 안 하면 안 되나요?》)을 통해서도 건강한 동기를 심어줄 수 있다.
이미 잘 알고 있듯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를 충분히 느끼게 하는 일이다. 아이가 몰입하려면 무엇보다도 공부하는 과정이 긍정적이고 재미있어야 한다. 그러니 부모는 항상 아이가 지금 공부를 재미있게 하는지, 싫은 공부를 마지못해 하고 있지는 않은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학습 교재, 동영상 강의, 선생님의 교수 능력, 아이의 학습 기술 등 다양한 학습 요소를 살펴서 재미없는 공부가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도와야 한다.

아이의 ‘스스로’ 동기를 일깨우는 부모 독서 가이드 3편

  1. 학구열은 독서열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이에게 건강한 학습 동기, 자제력, 도덕성, 언어 능력을 한꺼번에 키워줄 수 있는 마술 같은 활동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 바로 독서이다. 독서 역시 숙제나 강제 사항이어서는 아무 효과가 없다. 석학 스티븐 크라센은 《읽기 혁명》에서 아이의 잠재력을 키우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 ‘자발적 독서’라고 말한다. 연구에 의하면 일찌감치 자발적 독서를 시작한 아이들의 읽기 능력과 언어 지능이 월등히 높다.

  2. 인생 목표가 건강한 동기를 만든다
    아이가 큰 꿈을 갖도록 고취하는 일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자신만의 인생 목표나 로드맵을 일찌감치 계획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동기는 가치와 의미에 근원하기 때문이다. 인생 목표 없이 강요된 학습에 노출된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깊은 방황에 빠지기 쉽다. 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지침서는 교육학 석학 윌리엄 데이먼의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이다.

  3. 공부하는 법을 알아야 공부 동기도 생긴다
    스스로 학습의 핵심인 시간 관리 기술, 학습 스케줄 작성과 점검 요령 등을 꼭 가르쳐주는 일도 중요하다. 좋은 낚싯대가 있어야 고기도 잘 낚는 법이다.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도록 일지를 쓰게 하거나 스케줄을 스스로 만들고 매일 체크할 수 있도록 학습 관리 능력과 기술을 숙달시켜주어야 한다. 초등 저학년이라면 고희경이 지은 《공부법을 알려줘!》 같은 책을 함께 읽으며 가르쳐주면 좋다. 부모는 학습법 연구의 권위자 헨리 뢰디거의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통해 큰 윤곽을 그려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