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은 여행과 독서로 풍부해진다

호기심은 여행과
독서로 풍부해진다

글. 김수린(중학교 교사) | 일러스트. 김지영 | 2020년 2호

2020. 02. 26 100

우리집의 서로 다른 두 아이, 그리고 서로 다른 흥미와 호기심.
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해결하고 유지시키는 힘은 바로 여행과 독서다.
아이들은 여행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배우고,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는 다시 책을 통해 풍부해지고 깊어진다.
부모로서 우리 부부는 꽤 과장된 호응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응원한다.
함께 여행하고 책을 읽으며 세상이 우리 가족에게 다가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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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아이, 다른 호기심

“엄마, 이 나뭇잎 색깔이 너무 예뻐서 가져왔어.”
“이 조개껍질 봐봐. 작은 구멍이 생겼어. 어떻게 여기만 구멍이 생겼을까?”
첫째 아이는 꽃과 나무, 모래 등 자연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다. 네 살 무렵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때는 가방 앞주머니에 온갖 종류의 꽃잎과 돌을 채워 오곤 했다. 열한 살이 된 지금도 부산 할머니 댁에 가면 꼭 바다에 들러서 모래와 조개껍질을 주머니에 잔뜩 채워서 돌아온다. 여행지에서 함부로 돌을 가져갈 수 없다고 주의를 주니 이제는 꼭 사진을 찍어둔다. 사진으로 보면 똑같은 나무와 돌인데도 아이는 언제, 어디서, 어떤 날씨에 찍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까지 기억한다.
“엄마, 저 애가 엘사 양말을 신었어.”
둘째 아이는 지나가는 아이들의 옷이나 가방을 눈여겨보는 편이다. 바지 밑으로 살짝 보이는 양말의 캐릭터까지 파악했다. 동네 가게의 간판 색깔은 알아도 글자에는 관심이 없다. 글자를 가르치려고 책을 읽어줘도 아이는 책 속 그림의 미묘한 색깔 변화만 알아챌 뿐 도통 문자는 보질 않는다. 글자보다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는 게 훨씬 흥미로운가 보다. 초등학교 입학을 한 달 앞두고도 받침 없는 글자만 띄엄띄엄 읽는 정도라 내심 속이 탄다. 이런 엄마의 마음도 모르고, 아이는 ’겨울왕국’ 이후 디즈니 애니메이션 공주 시리즈에 줄줄이 입문했다. 공주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생김새와 변화를 다 기억한다.
같은 뱃속에서 나온 게 신기할 정도로 다른 두 아들의 관심사에는 공통점이 전혀 없다.

호기심을 발전시킨 영국 생활

영국에서 생활하면서 첫째는 자연에 대한 관심이 더욱 확장되었다. 꽃과 나무에 이어 아침마다 지저귀는 새, 저녁 무렵 앞마당에 나타나는 토끼, 밤마다 울어대는 올빼미에 관심을 가졌다. 토끼를 쫓아다니며 토끼굴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어 했고, 어떤 새가 우는지 궁금해 했다. 해가 지는 노을, 깜깜한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며 하늘 너머에 어떤 세계가 있는지 물어봤다. 매일 바뀌는 달의 모양에 관심을 가진 것도 그즈음이었다.
둘째도 더욱 신이 났다. 첫째가 집 근처 자연을 탐험하는 동안 둘째는 조용히 잔디에 자리를 펴고 앉아 그림을 그렸다. 주변이 모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었고, 주위의 모든 꽃과 동물이 그림 친구가 되었다. 학교생활은 더욱 즐겁게 했다. 같은 반 여자 친구들이 모두 디즈니 공주 같은 머리 색깔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여자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며 매력을 뽐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여자 아이들이 저마다 좋아하는 공주 캐릭터를 파악하여 생일 선물을 마련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서로 다른 호기심을 마음껏 펼치고 키우며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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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묻고 크게 호응해주기

영국에서 우리 가족이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면 바로 ‘책’이다. 작은 시골 마을이어서 돌아다닐 곳이 마땅치 않기도 했고, 주위에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게임을 하는 친구들이 없으니 주말에 갈 만한 곳은 동네 도서관뿐이었다. 도서관에 가면 나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보다 내 책을 골라 읽는 편이다. 똑같은 경험을 해도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내가 특별히 해줄 것은 없었다. 나는 자연에 관심이 없고, 그림에는 더더욱 재능이 없다. 그냥 아이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바라볼 뿐이다.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아이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이 새소리는 어디서 나는 거지?”
그러면 아이는 신나게 대답한다.
“엄마, 로빈이야. 저기 봐. 나무에 오렌지 색깔의 작은 새 보이지? 쟤가 우는 거야.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봤는데, 저 새가 영국에 많대.”
“그래? 우리나라에는 참새가 많은데, 여기는 로빈이 많구나.”
관찰력이 뛰어난 둘째 아이에게도 마찬가지다.
“엄마, 이 책 봐봐. 여기 벨이 있어!”
“벨? 신데렐라 아냐?”
“아니야! 신데렐라는 눈이 파란색인데, 벨은 갈색이야. 벨은 머리 색깔이랑 눈 색깔이 똑같거든!”
드레스 모양이나 색깔로 구별하는 줄 알았더니, 눈동자 색깔이라니. 다시 생각해도 둘째의 관찰력은 대단하다. 글을 읽지 못해 형처럼 지식을 얻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그림책을 보면서 아이의 관찰력과 색감은 더욱 풍부해졌다.

경험으로 넓어지고 독서로 깊어지고

4년여 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보니 아이들과 나는 주변의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음을 느꼈다. 그리고 한국의 환경과 인프라에 감사하는 마음도 생겼다. 첫째 아이는 주변의 식물은 물론 우주와 기상 변화에 더 많이 관심을 가졌다. 과학관에 방문했을 때 눈여겨보는 전시관이 점차 늘었고, 도서관에서 골라오는 책도 다양해졌다.
‘공주 사랑’이 더욱 깊어진 둘째 아이는 도서관에서 모든 종류의 디즈니 책을 가져왔다.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공주를 넘어 용감한 여자 주인공에도 관심을 가지고, 관련 OST를 섭렵했다. 동네 도서관에는 디즈니 영어책은 물론 다양한 그림이 있는 책이 많았다. 시설이나 분위기는 오히려 외국 도서관보다 훨씬 아늑하고 깨끗했다. 대출 서비스가 외국보다 편리한 동네 도서관에서 아이는 많은 그림책을 만났다.
두 아이 덕분에 남편과 나도 많이 배운다.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과학과 그림은 전혀 관심을 가지지도, 알지도 못했을 분야다. 과학에 관심이 많은 첫째를 위해 우리는 과학관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둘째를 위해 디즈니 특별 전시회를 눈여겨보게 되고 디즈니 음악 페스티벌 표를 예매했다. 엄마, 아빠에게 자신이 좋아하고 아는 것을 알려준다는 생각에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났다. 가족이 모두 함께하니 첫째도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음악에, 둘째도 식물에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점은 ‘아이는 누구나 자신만의 호기심이 있다’는 것이다. 그 호기심을 지속시키는 데 필요한 것은 부모의 적극적인 호응과 관심인 것 같다. 부모가 바라는 분야의 관심이 아니라고 실망하거나 부모가 원하는 분야로 아이의 관심을 돌릴 필요는 없다. 아쉽게도 아이는 부모가 바라는 분야에 흥미가 없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내가 나름 신경 쓰는 부분은 각자의 호기심에 관심과 호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침마다 ‘오늘의 날씨’를 읊어대는 첫째에게 고마움을 크게 표시하고, 다양한 색감으로 공주를 그려내는 둘째에게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공주네‘라며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보다 크게, 열렬하게 호응을 보여주려고 한다. 아이들의 호기심이 늘어날수록 우리 가족의 대화는 더욱 풍부해진다.

김수린은 남편의 주재원 발령으로 4년여간 베트남에서 생활했고, 영국에서 4개월 아이들과 지냈다. 영국에서의 경험은 《영국에서 아이들과 네 달 살기》라는 책으로 펴냈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하는 힘은 독서와 여행이라 생각하기에 그 두 가지는 늘 함께하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