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길에 대한 믿음

내가 가는 길에
대한 믿음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1학년 배슬빈

글. 김문영 | 사진. 남윤중(AZA STUDIO) | 2020년 1호

2020. 01. 29 692

학습량과 성적이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많은 수험생들을 좌절하게 한다.
배슬빈 양도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 실망하고 좌절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실망을 희망으로, 좌절을 의지로
바꿔 꿈꾸던 대학 신입생이 되기까지, 치열했던 수험생활을 견디게 한 것은
지금 남들보다 늦더라도 결국은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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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으로 배운 복습의 중요성

자전거를 타고 흙먼지 날리는 시골길을 신나게 내달리던 소녀가 있었다. 사계절 변화무쌍한 자연과 순박한 동네 친구들이 항상 함께했다. 부모도 아이가 맘껏 뛰놀며 건강하게 자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쪽이었다. 그러다 노는 것도 시들해진 아이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게 사춘기 때였을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혹은 6학년 즈음에는 놀러 나갈 때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사색하며 필요한 공부를 찾아서 하던 시기였다. 슬빈 양은 공부가 부담스러웠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즈음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를 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엄마 권유로 시작한 《생각하는피자》는 공부보다 놀이에 가까웠다. 학습지라고 생각했으면 거부감이 먼저 들었을 텐데 여러 모로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안내서 같은 느낌이었다. 재미있게 공부하다 보니 영어와 한자에도 자연스럽게 흥미가 생겼다. 누르면 소리가 나오는 재능스스로펜으로 공부하는 게 재미있었고 매주 학습 내용과 분량을 점검해주는 재능선생님의 방문도 기다려졌다.
슬빈 양에게 재능스스로학습은 반복 학습의 중요성을 깨닫고 습관을 들이게 해준 계기이기도 하다. 하루하루 공부한 분량이 쌓이면 한 주 혹은 몇 주 단위로 전체를 반복 학습하는 시스템에 어려서부터 익숙해진 덕분이다. 중학교 때보다 훨씬 힘들었던 고등학교 공부도 성실하게 복습하는 습관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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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더라도 나의 힘을 믿으며

중학교 때는 공부하는 만큼 좋은 성적을 얻는 게 당연했다. 공부한 성과가 눈에 보이고, 좋은 성적이 더 열심히 공부하는 동기가 되고, 다시 성적이 오르는 선순환이 일어났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달랐다. 자신감을 갖고 진학한 외고에는 슬빈 양만큼 공부에 욕심을 내고 실력도 좋은 친구들이 즐비했다. 외국에서 살다 와서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 학원을 꾸준히 다닌 친구들과 경쟁하려니 힘에 부쳤다. 어려운 원서를 독해하는 영어 수업은 진도를 따라가기도 벅찰 정도였다.
문제를 맞혀서 점수를 얻는 데 치중하는 공부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욕심내기보다 차근차근 실력을 쌓으라는 선생님의 조언을 귀담아 들었다.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이 설명하는 모든 내용을 다 받아 적겠다는 자세로 집중했고 혼자 공부하는 시간에는 영어 명작 시리즈를 찾아서 읽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공부한 결과가 나타난 것은 1학년 기말 시험에서였다.
“처음에는 성적이 안 나오니까 불안하고 초조하더라고요. 부모님은 공부를 잘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는데 제가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며 이해하지 못하셨어요. 결국 혼자 이겨낼 수밖에 없는데,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학습 방법, 능력, 성과 모두 개인차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나는 내 페이스대로 가면 된다고 믿는 거죠. 느리더라도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믿음이 필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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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함보다 보람 있는 삶을 찾아

경쟁이 치열한 외고에서 성적으로 일희일비하지 않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슬빈 양은 자신이 성적에 예민한 이유를 돌아보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근본부터 다시 고민하며 마음을 다잡곤 했다. 어느 대학에 진학하느냐보다 꿈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성적에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했다.
보건정책관리학부를 선택한 것은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고 싶은 꿈이 있어서다. 중학교 때 우연히 굶주리는 아이들에 대한 자료를 접한 것이 계기였다. 처음에는 막연히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었다. 국제 분쟁을 중재하거나 분쟁 지역의 고통 받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구상에서 출발해 굶주린 아이들을 직접 돕는 구호 활동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의 학생부종합전형에 응시하느라 자기소개서를 쓸 때쯤에는 더 구체적인 꿈을 갖게 되었다. 구호 활동 같은 일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개도국의 자립을 돕는 개발 협력에 함께하고 싶다는 꿈이다. 추상적인 관심으로 출발해 점점 꿈을 구체화한 과정이 입학사정관에게 진지하고 열정적인 지원자로서 긍정적인 인상을 준 것 같다고 슬빈 양은 설명했다.
“현실적인 이유로 제가 희망하는 진로를 걱정하는 분들도 많아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식이 좀 더 편한 직장을 가지길 원하시는 게 당연하고요. 그런데 저는 운이 좋아서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에 태어난 걸 감사하고,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을 못 누리는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요.”
지난 1년 동안 신입생으로서 전공 맛보기 수준의 수업을 들었다.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전염병, 사회에 우세한 질병, 그 질병의 사회적 요인 같은 내용이 흥미롭기도 했지만 앞으로 하려는 일에 필요한 지식을 쌓는다는 생각에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슬빈 양이 바라는 행복은 혼자가 아니라 다 같이 잘 사는 데서 느끼는 행복이다. 안락한 삶보다는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삶을 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히는 이 대학생,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와도 자신의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으로 꿋꿋이 걸어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