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 창의는 어디에서

새로운 시대, 
창의는 어디에서

글. 최재정(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 사진. 이미지투데이 | 2019년 12호

2019. 12. 27 146

미래학자 R. 커즈와일에 의하면 향후 2045년 즈음이면 인간의 두뇌로는
미래를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할 것이라고 한다.
그 이후로 우리의 삶은 온통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로 가득 찰 전망이다. 그 미래에는 문제해결 역량이
곧 생존 역량과 동의어가 된다. 문제해결 역량이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 역량,
시스템적 사고 역량과 함께 ‘창의성’이 가장 중요한 열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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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 창의적인가?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 예측 불가의 미래를 맞이하면서 문제해결 역량, 특히 창의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잘 준비되고 있는가? 최근 Y세대라 불리는 90년대생이 사회로 진입하는 사이, 이미 Z세대가 등장했다.
Z세대는 압축 성장에 힘입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나 게임기와 스마트폰을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며 자란 아이들이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디지털 기기들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기에 Z세대는 언뜻 미래를 맞이할 준비를 잘 갖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창의성, 창의력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현대 테크놀로지의 발달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하드웨어의 개발 속도를, 그 기기들을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속도가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기의 게임 중독, 스마트폰 중독 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실정이다. 뇌 기능이 한창 발달, 형성되는 시기에 게임기, 스마트폰 등에 중독될 경우, 특히 전두엽 발달이 더디어지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창의력을 포함하여 인간이 살아가면서 수행하게 되는 고등 정신 차원의 대부분의 역량들은 전두엽이 제대로 발달하여 원활하게 기능할 때에야 비로소 잘 발휘될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바라볼 때 Z세대의 미래는 결코 밝지만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미래 역량에 있어서 창의성, 창의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창의적’이라는 말의 반대말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고정관념에 빠진’, ‘천편일률적인’, ‘식상한’, ‘틀에 박힌’ 등의 형용사는 미래의 우리 아이들을 수식하는 단어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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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에 대한 오해와 편견

전 세계적으로 창의성에 대한 연구는 1950년대 이후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후 7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창의성’이라고 하는 키워드는 아직도 제대로 규명되고 있지 못하다. 그만큼 실체가 불분명하고 모호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를 둘러싼 오해와 편견들이 난무한다.
첫째, ‘창의성’은 ‘창의력’과 종종 혼동되어 사용되는데, 이 두 개념은 분명히 다르다. ‘창의성’은 상식을 깨는, 참신한 어떤 것 자체의 특성을 의미하며 보통 한 개인의 타고난 본성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똑같이 미술 공부를 했어도 P. 피카소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창의성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창의성은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적 영역에서의 천재성과 오버랩 되는 부분이 많다. 반면 ‘창의력’은 창의성을 발휘하여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역량까지 포괄하는 의미이다. 어떤 아이가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행동을 할 때 그 모두가 창의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떤 아이디어나 행동이 새롭고 다를 뿐 아니라 그것이 문제 상황을 극복하는 데 유용하고 관련성이 깊을 때에야 비로소 창의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창의성은 타고나는 것으로 교육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결코 그렇지 않다. 창의성은 인위적으로 가르치고 배울 수 없으나, 창의력은 충분히 교육 가능하다. 1950년대 창의성 연구의 1세대를 연 저명한 심리학자 J. P. 길포드는 창의적인 인간의 특성을 5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즉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인식해내는 ‘민감성(sensitivity)’, 짧은 시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사유의 ‘흐름성(flow)’, 사고의 전환에 있어서 경직되지 않는 ‘유연성(flexibility)’, 아이디어를 현실에 능숙하게 연결시킬 줄 아는 ‘정교성(elaboration)’,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독창성(originality)’이 그것이다. 흔히 우리는 이 가운데 독창성만을 창의성과 동의어로 인식하지만, 실제로 창의성이 창의력, 즉 창의적 역량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민감성, 흐름성, 유연성, 정교성을 함께 갖추어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독창성은 가르침과 배움을 통해서 쉽게 획득될 수 없지만 민감성, 흐름성, 유연성, 정교성은 충분히 교육 가능하다.
셋째, 창의성, 창의력은 시간의 차원에서 볼 때 급작스럽게 발현될 것이라는 생각 또한 옳지 않다. A. 케쿨레는 벤젠의 분자 모형이 고리 모양인 것을 발견하여 과학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화학자로 일컬어진다. 그는 벤젠이라는 물질의 본질을 밝히는 연구에 몰두하던 중 잠이 들었고, 꿈속에서 뱀이 자기 꼬리를 무는 모습을 보고 기존의 직선이 아닌 고리 모양의 분자도 있을 수 있다는 독창적인 생각을 해냈다고 한다. 케쿨레의 예에서 보듯이 창의력이란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꾸준하게 오랜 시간 노력하는 태도까지 포괄하는 개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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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교육 선진국의 창의 교육

창의력 교육은 국가의 문화, 역사, 전통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일반적으로 획일적, 수직적 주종 관계의 시스템과 문화가 지배적인 아시아 쪽보다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수평적인 네트워킹을 중시하는 서구 쪽에서 상대적으로 잘 발달되어 있는 것 같다.
미래를 위한 준비에서 가장 앞선다고 하는 독일의 경우 음악, 문학, 철학 등에서 세계적으로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한 나라답게 언어를 포함한 논리적 기능 및 체계성에서의 창의력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매우 이른 나이부터 음악 교육을 실시한다. 하나의 악기를 가지고 정해진 악보로 반복 훈련을 시키지 않도록 하며, 놀이를 통해 다양한 악기를 경험하면서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도록 한다. 또한 자연 친화 교육도 독일 창의력 교육의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프랑스는 문화, 예술, 특히 미술 부문의 창의 교육에서 세계 선두라 할 수 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문화 예술에 중점을 두고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교육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으며, 이는 가정 교육으로까지 이어진다. 이탈리아도 패션, 음악, 건축, 미술 등 세계 예술 분야를 강력하게 리드하는 나라답게 일찍이 1950년대부터 미술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유치원 단계의 미술 교육을 중요시하는데, 실제로 현장에 가 보면 놀이 시간이라 여길 만큼 자유로운 표현을 유도한다. 최근 들어 가장 앞선 교육으로 자주 회자되는 핀란드의 경우도 핵심은 ‘놀이’라 할 수 있다. 학교 정규 과정을 ‘유희’ 학습법을 중심으로 운영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쉬는 시간에는 하루에 네 가지의 자유로운 놀이를 하도록 정해져 있다. 특히 핀란드 부모는 방과 후 친구들과의 야외 놀이를 중시한다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하며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열정적으로 집중하는 아이야말로 성인이 되어서도 맡겨진 과제에 몰입하여 수준 높게 완성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 창의 교육의 핵심은 ‘창의 행동력’이다. 특히 실리콘밸리로 대변되는 IT산업과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문화산업의 근원지인 캘리포니아의 학교들에서는 ‘창의 행동력’을 키우는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창의 행동력’이란 온몸으로 미지의 길을 탐사하여 새로운 지식과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모든 학습을 아이들이 주도하여 이끌어가도록 유도한다.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그 세부 요소인 ‘행동호기심’, ‘행동발견력’, ‘행동결정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지금 당장 시작하는, 지속 가능한 창의력 훈련

  1. 첫째, ‘자연’과 자주 접하게 하라!
    독일의 예에서 보듯이 창의력 훈련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자연과의 접촉이다. 단지 일회적인 이벤트로 여행을 떠나는 방식이 아니다. 일상적으로 늘 흙과 나무, 풀, 동물들을 접할 수 있는 생생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좋다.

  2. 둘째, 독립심, 자립심에 초점을 두라!
    창의성, 창의력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독립성과 자립심을 키워주는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A부터 Z까지 모두 가르치려 하거나 이미 만들어놓은 것을 단순히 모방하는 교육은 타고난 창의성마저도 고사시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방법이다.

  3. 셋째, 예술 교육을 시켜라!
    아주 어릴 때부터 음악, 미술 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다. 각별히 유의할 점은 획일적, 반복적인 훈련으로 일관된 방법은 절대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악기를 가르칠 때도 늘 재미있게 놀이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아이가 음악 자체를 사랑하고 맘껏 표현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미술도 집에서 핑거프린트나 찰흙놀이처럼 아이의 표현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창의력 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

  4. 넷째, 단어 연상 놀이, 은유 놀이를 하라!
    창의력이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미 있던 것을 조금 다르게 응용, 재창조하는 역량까지 포괄한다. 특정한 단어를 제시하고, 그것으로부터 연상할 수 있는 단어들을 최대한 많이 생각하게 하는 연상·은유 놀이는 사유의 유연성, 흐름성, 민감성을 높일 수 있는 매우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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