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시간이 깨달음을 안겨줍니다

때로 시간이
깨달음을 안겨줍니다동국대 한의학과 본과 4학년 강지원

글. 이슬비 | 사진. 이서연(AZA STUDIO) | 2019년 11호

2019. 11. 27 221

어릴 때부터 ‘의사감’이라는 칭찬을 듣다 보니 자연스레 그게 자신의 꿈인 줄 알았다.
대학 진학 당시에는 성적이 가장 큰 요인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한의학과를 선택한 것은 행운이었다.
7년의 긴 대학생활 끝에 졸업을 앞둔 강지원 양.
하루빨리 좋은 한의사가 되는 것이 꿈인 예비 한의사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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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의 끝에서 웃으며

지원 양은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대학생활을 지나고 보니 자신에게 잘 맞는 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터놓고 말해 한의학과는 선택 당시의 성적을 고려한 차선의 진로였기에 더욱 다행스럽다.
“어릴 때는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특별한 사명감보다는 ‘공부 열심히 해서 의사가 되어라’라는 말을 많이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었어요. 사실 이과생이 지향할 수 있는 최고 목표 중 하나가 의대잖아요. 고등학교까지만 해도 목표를 향해 달리느라 내 꿈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여유도 없었던 것 같아요. 대학 입학 후 의대에 다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의대에 갔으면 좀 힘들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한의학이 제 적성에 맞다는 건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졸업 후에는 대형 병원보다는 한의원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10년쯤 임상 경험을 쌓은 후 개원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한의원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자신의 성격 때문이다.
“물론 한의학 의술로 중증 환자를 치료해보고 싶다는 친구들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환자들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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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원전을 암기하며 한의학에 빠져들어

한의학을 처음 접하면서 《동의보감》 등 원전을 읽는 즐거움이 컸다고 한다. 1학년 때는 학술 동아리에서 한의서 원전을 읽는 합숙 훈련에 참가하기도 했다.
“신입생들이 원전을 읽고 암기하는 합숙 훈련을 하는 게 동아리의 전통이었어요. 서당에서처럼 매일 아침 일어나 원전 구절을 읽고 암기했는데, 2주 간 거의 잠을 못 잤던 기억이 나요. 그땐 선배들이 괴물로 보일 만큼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때 원전을 가장 많이 읽었으니까요.”
지난해에는 LA캠퍼스에서 한 달 간 수업을 받기도 했다. 또래의 서양 학생들이 한의학을 배우고 침을 놓는 것이 신기하게 다가왔다. 음기, 양기 등 한의학 용어를 자기들의 언어로 번역해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의학이 글로벌 학문이라는 것도 새삼 느꼈다고.
올해는 임상 실습으로 무척 바빴는데 지난 10월에 모든 과정이 무사히 끝났다. 이제는 내년 1월에 있을 한의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국가고시가 마지막 관문으로 남아 있다. 좋은 성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기에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작정이다.
“1년 휴학했으니까 무려 7년 간의 대장정이 이제 끝이 보이는 것 같아요. 졸업을 앞두고 있으니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요. 긴 과정 동안 함께 마음고생을 하셨을 텐데 이젠 짐을 덜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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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받으며 공부하는 게 좋았던 어린 시절

지원 양은 자신을 조기교육 1세대라고 터놓고 말한다. 부모님이 교육열은 강했지만 집안 여건상 딸에게 집중할 수 없어서 사교육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엄마가 굉장히 바쁘셔서 저를 끼고 공부를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엄격하셨던 것 같아요. 엄마가 챙겨줄 수 없으니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시면서 ‘공부를 할 것이라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지원 양은 일찍부터 영어를 비롯해 꽤 많은 종류의 사교육을 받았다.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사립초등학교에 입학해 상당한 학습 강도를 소화했다. 다행히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며 칭찬받는 어린이였고 중학교까지도 칭찬받으면서 공부하는 것이 좋았는데, 고등학교 진학 후에 슬럼프가 찾아왔다고 한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너무 쉼 없이 달려온 것이 화근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제가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성적도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아 속상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의사가 되겠다는 당초 진로를 수정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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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게도 권하고 싶은 학습 습관

지원 양이 재능스스로학습을 시작한 때는 다섯 살 무렵이었다. 《재능스스로국어》, 《재능스스로영어》, 《재능스스로수학》 세 과목을 했는데 처음에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의류 매장 한 귀퉁이에서 관리를 받기도 했다. 학원 숙제에 학습지까지 더해져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선생님의 방문 시간을 피해 귀가한 적도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가 몰랐을 리 없었을 텐데 눈감아주신 듯하다고. 다행히 그런 숨바꼭질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재능선생님과 금세 친해진 덕분이다.
“선생님이 굉장히 좋은 분이셨어요. 제가 한꺼번에 몰아서 숙제를 했는데도 선생님께서는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칭찬을 해주시더라고요. 저를 많이 이해해주셨던 것 같아요.”
덕분에 공부 습관을 잡는 데는 재능스스로학습이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요즘도 종종 엄마와 그때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도 나중에 내 아이에게도 학습지부터 시킬 것’이라 말하곤 한다.
“학습지는 강도 높은 공부는 아니지만 차곡차곡 쌓이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꾸준히 하다 보면 선행 학습 효과도 있어요. 흔히 선행 학습의 부작용을 많이들 얘기하지만, 저는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나중에 내 아이에게도 똑같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요.”

어릴 적 엄마가 했던 재능스스로학습을 자식이 한다! 그때가 되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가 가끔 거짓말을 해도 눈을 질끈 감아줄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는 그렇게 크는 것이라는 걸 스스로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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