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를 수없이 고쳐 쓰며

자기소개서를
수없이 고쳐 쓰며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 4학년 손지희

글. 김문영 | 사진. 정운(AZA STUDIO) | 2019년 10호

2019. 10. 24 80

지난 여름에 치른 로스쿨 시험 결과가 기대보다 좋았다.
내년에 도전하려고 생각했던 입시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면접과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다 보니 학생으로 살아온 16년이 정리되는 듯하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려 하는가. 손지희 양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막막했던 자기소개서를 한 줄 한 줄 채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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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과 열망으로 달려온 시간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 내려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를 찾아가는 길. 정문을 지나 대학 건물로 향하는 언덕길 오른편에는 오랜 세월 고아한 자태를 간직해온 성균관이 자리 잡고 있다. 매일 아침 지나치면서도 시간을 내 방문한 기억은 까마득하다. 설렘으로 캠퍼스 이곳저곳을 누비던 신입생은 어느덧 졸업을 앞두고 있다. 16학번으로 글로벌리더학부에 입학해 7학기 만에 졸업을 하게 된 지희 양은 빠르게 지나간 시간을 실감하며 명륜당 경내로 발을 들여놓았다.
다른 세상인 듯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오백 년을 살았다는 은행나무는 아직 잎이 푸르다. 바람이 이미 시원하니 조금만 기다리면 금빛으로 물들 것이다. 로스쿨 입시로 해서 바쁘고 초조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대학생활을 돌아봤다. 전공 공부와 대외 활동, 교환학생으로 중국에서 보냈던 학기까지 정신없이 달려왔다. 굳이 조기 졸업을 하려던 것은 아닌데 계절학기도 놓치지 않고 듣다 보니 졸업 요건이 갖춰졌다. 덕분에 7학기를 앞두고 한 학기 쉬어갈 여유가 생겼다. 휴학하는 동안 여행을 다녀왔고 지친 몸과 마음을 쉬었다.
어렸을 때는 공부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학습지만큼은 꾸준히 학습하는 습관을 들인 덕분인지 다행히 중학교 입학 성적이 좋았다. 그때부터는 등수를 유지하고 싶다는 욕심에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희 양은 어려서부터 매일 조금씩이라도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고 기초를 쌓게 한 재능스스로학습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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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소극적이던 아이의 공부 습관

매주 집으로 찾아오는 재능선생님께 새 교재를 건네받고 즐거워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생각하는피자》와 《재능스스로수학》을 오래 학습했는데 두 교재 모두 디자인이 예뻐서 받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교과서와 달리 얇고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 좋았고 내용도 재미있었다. 특히 《생각하는피자》는 다양한 유형의 문제들이 나와서 지루할 새가 없었고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솔직히 수학은 재능선생님이 오시기 직전에 부랴부랴 숙제를 끝낼 때도 있었는데, 《생각하는피자》만큼은 선생님이 가시자마자 새 교재를 펼쳐 보고 단숨에 풀곤 했다.
“재능스스로학습은 공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공부 습관을 들이기 좋은 학습 시스템이에요. 일단 학원처럼 다니기 부담스럽지도 않고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익힐 수 있으니까요. 《재능스스로수학》으로 수학의 개념 정리뿐만 아니라 반복 학습도 충분히 할 수 있었어요. 공부하는 습관이 잡히고 꾸준히 하다 보니 자연히 실력도 늘었고요.”
실력이 쌓이면서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더욱 커졌다. 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겠다는 욕심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해서는 좀 더 근본적인 이유와 목표가 필요해졌다.지희 양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어렸을 때 고민하지 않았기에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야 방황한 시간이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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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와 가정폭력 피해자를 돕는 일

글로벌리더학부에는 법무 트랙과 정책학 트랙이 개설되어 있다. 지희 양은 2학년 때 법무 트랙을 선택하고 법학을 공부하면서 로스쿨 진학을 결심했다. 사회 과목을 가장 좋아했고 사회 제도에 꾸준히 관심이 있었던 만큼 법 공부가 적성에 맞았다.
“저는 비교적 빨리 목표를 찾고 학점 관리를 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던 경우예요. 성적 자체가 목표가 되면 공부가 너무 힘들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신을 성찰하면서 뚜렷한 목표를 정하면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 4년 간 가장 열심히 참여한 아시아법학생연합 활동은 지희 양이 삶의 목표와 졸업 후 진로를 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아시아 16개 국 학생들이 함께하는 이 연합 동아리에서 지희 양은 다양한 국제 행사와 봉사 활동을 경험했다. 지난해 2월에는 연합 동아리 지부의 친구들과 함께 법무부 법령경연 학술대회에도 참가했다. 전국 대학생, 대학원생, 법학전문대학원생이 직접 만든 법률안을 발표하는 이 대회에서 ‘임신 여성에 대한 지원 및 익명 출산에 관한 법률안’으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익명출산법은 법률상담소에서 봉사 활동을 할 때 느낀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만든 법률이다. 현행법은 여성이 출산하거나 입양을 선택할 때 신분을 밝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혼모를 향한 편견과 신분 노출을 두려워하는 여성들이 신생아 유기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끊이지 않는다고.
“익명출산제 도입까지는 장벽이 높아요. 사회 구성원의 합의가 쉽지 않기도 하고요. 당장 실현되지 않더라도 진지하게 입법을 논의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계기를 만드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미혼모와 가정 폭력 피해자를 돕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지희 양은 누구나 자기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다. 약자의 편에서 싸우는 변호사란 결코 쉬운 길이 아닐 것이다. 익명출산제처럼 다수가 우려하고 선뜻 동의하기 힘들 주장을 당당히 펼친다는 것은 무척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런 용기는 어디에서 나올까. 수없이 고쳐 쓰는 자기소개서의 주제는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예비 법조인의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