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절제력, 근육처럼 키우고 관리하라

자기 절제력,
근육처럼 키우고 관리하라

글. 최재정(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 사진. 이미지투데이, 클립아트코리아 | 2019년 10호

2019. 10. 24 134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시멜로 실험으로 밝힌 만족지연 능력은 30년이 지난 후에도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한다.
평생 의지력을 연구한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수많은 인생의 성공을 실현시킨 개인적 특성의 하나로 자기 통제력을 꼽았다.
중요한 것은 자기 통제력, 곧 의지력은 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우듯 어려서부터 일정 기간 동안 완전히 체화될 때까지 반복함으로써 키우고,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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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 없어 걱정인 요즘 아이들

계획을 세울 때는 불처럼 의욕이 활활 타오르다가도 사흘이 안 돼 언제 그랬냐는 듯 포기해버리는 아이, 책상 앞에 5분 이상 앉아 있지 못하는 아이, 미세한 자극에도 바로 참견하며 주의가 산만해지는 아이, 해야 할 숙제는 저만치 미뤄 두고 텔레비전부터 켜는 아이···. 시대가 변해서인지 아니면 아이들의 유전자가 아예 변질돼버린 것인지, 요즘 아이들은 좀처럼 차분하고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게임하느라 날밤 새는 만큼 제발 그렇게 끈질기게 공부에도 매달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나 잘 알려진 마시멜로 실험을 통해서도 밝혀졌듯이 실제로 끈기, 의지력, 즉 자기 절제력이 강한 아이들은 학업 성적도 우수하다고 한다. 일찍이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마시멜로 실험을 이끈 스탠퍼드대학 W. 미셸 교수에 의하면 어릴 때 ‘만족지연 능력’, 즉 자기 절제력이 강한 아이가 나중에 공부도 더 잘하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한다는 것이다. 미셸 교수는 이후 1988년, 1990년에 후속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연구에 따르면 유혹을 좀 더 오래 참을 수 있었던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인지 능력과 학업 성적이 우수했으며, 좌절과 스트레스도 잘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심리학자, 특히 교육학자들이 이 마시멜로 효과에 크게 주목한 것은 당연지사. 학자들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제력, 의지력을 키우도록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힘, 의지력

과연 의지력이란 무엇인가? 일생 동안 의지력을 연구 주제로 삼아온 플로리다 주립대학 사회심리학과 R. F. 바우마이스터 교수에 의하면 생각, 감정, 충동, 수행 능력 등 인간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대부분의 요소들을 조절할 수 있는 원천이 모두 의지력이라는 ‘특별한 힘’이다. 그는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을 통하여 직장 일부터 가족·친구들과의 좋은 유대, 다이어트, 운동 등 각기 달라 보이는 행동들에 요구되는 자기 조절력이 모두 의지력이라는 동일한 힘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마시멜로 실험에서 언급하는 만족지연 능력 또한 의지력에 의해 제어되는 것이 분명하다. 만족지연 능력은 단지 학교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만족지연 능력이 강했던 아이들은 심지어 30여 년 후인 2012년에도 건강 상태에서 더욱 양호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경제적 부, 사회적 명성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인생의 모든 성공 시나리오를 실현시킨 개인적 특성을 구분할 때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지적 능력과 자기 절제력(self-control)이다.
미켈란젤로는 당시 12가지 걸작 중 하나인 ‘최후의 심판’을 8년 간의 고생 끝에 완성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최후의 만찬’을 10년 동안 그렸는데, 때로는 너무 열중한 나머지 하루 종일 식사하는 것도 잊어버렸다고 한다. ‘끈질김만 있으면 바늘로도 우물을 팔 수 있다’는 속담을 인생 전체를 통하여 증명한 사례들이다.

의지력 높은 아이들이 자존감도 높다

바우마이스터 교수에 의하면 자기 절제력이 강한 아이들은 단지 유혹에만 강한 것이 아니라 자존감도 높다. 자기 절제력이란 단지 잘 참고 견디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이든 일단 목표와 계획을 세우면 그것을 지키고 끝내 달성시키는 순간까지 자신과 한 약속을 어김없이 지킬 수 있는 책임감과 성실함을 동반하는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다. 온갖 시련과 유혹을 이겨내고 마침내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했을 때 밀려오는 형언하기 힘든 뿌듯함은 이후 닥쳐올 그 어떤 어려움도 능히 이겨내도록 하는 튼튼한 자긍심, 자존감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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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처럼 훈련하고 만들어야

스탠퍼드대학 심리학과 K. 맥고니걸 교수에 의하면 의지력은 뇌가 나타내는 하나의 반응이다. 이때 의지력이란 결코 어느 날 갑자기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대뇌란 엄연히 육체의 일부이기 때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마치 운동을 통하여 근육을 키우듯 일정 기간 동안 완전히 체화될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에 바우마이스터 교수 또한 아이들에게 자제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의지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부모가 규칙을 제시하고 아이가 그 규칙을 잘 따르도록 하는 훈련의 과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커서 자율적인 사고가 가능해지면 스스로 목표와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그 계획을 완수할 때까지 부모는 곁에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부모는 규칙을 잘 지키거나 계획을 한 단계씩 완수할 때마다 가시적인 보상을 해줌으로써 그 행동을 강화해야 하며, 반대의 경우에는 적절한 수준에서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한다.
이때 보상이나 처벌에 있어 중요한 두 가지 원칙은 ‘신속함’과 ‘일관성’이다. 어떤 성과, 혹은 잘못이 드러난 후 최대한 빨리 그에 대한 반응을 보이되, 늘 일관된 태도로 임해야 비로소 의지력이 제대로 형성된다.

아껴 쓰고 피로해지지 않도록 주의할 것

의지력이 근육이라는 말은 다른 한편으로는 의지력도 피로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바우마이스터 교수에 의하면 의지력의 총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에게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지력을 항상 아껴 써야 한다. 그뿐 아니라 의지력이 오랜 시간 건강하게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서 마치 건강 관리를 하듯 의지력 관리를 잘해야 한다. 예컨대, 매일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이 의지력을 강화시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포도당 결핍은 침착한 아이조차도 좌불안석 신경질쟁이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빵이나 패스트푸드처럼 혈당 지수를 높이는 음식을 먹으면 자기 절제력의 주기가 짧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천천히 흡수되면서 열량을 꾸준히 내주는 견과류, 사과, 치즈, 생선, 고기, 올리브 오일 등 몸에 좋은 건강식이 의지력 강화에도 매우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충분하고 적절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의지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잠이 부족하면 포도당 활성화 과정이 현저히 방해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고, 매일 성찰 일기 쓰기 등 지속적인 습관을 들이는 것이 의지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 의지력이란 일단 형성되기만 하면 전파력이 강한 특징이 있다. 어느 한 분야에서 자기 절제가 강해질 경우 어느새 ‘성장형 마음가짐(growth mindset)’이 형성되어 삶의 전 분야에 걸쳐 의지력이 발휘되는 효과가 있다.

일상 속 ‘꾸준한’ 자기 절제력 향상법

  1. 첫째, 만족지연을 높이는 습관을 들인다.
    일종의 마시멜로 실험의 응용 활동들을 일상생활의 아주 작은 일들에서도 쉽게 수행할 수 있다. 예컨대, 놀이동산에 가고 싶은 아이에게 그 욕구를 참고 이겨내어 보다 가치 있는 특정한 과제를 먼저 달성하도록 훈련하자. 아이는 눈앞의 유혹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자기 절제력을 차차 키워갈 수 있을 것이다.

  2. 둘째, 끈기 향상을 돕는 놀이와 악기를 익히도록 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끈기를 키우는 놀이들을 하도록 인도한다.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등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악기 레슨을 꾸준히 받도록 하여 악기 연주를 놀이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비용 등 여건상 악기 레슨이 부담스럽다면 가장 쉽고 가성비가 좋은 놀이로 퍼즐 맞추기를 추천한다. 단, 퍼즐 문양을 반드시 아이가 선택하도록 해야 하며, 처음에는 피스 수가 적은 것으로 시작해서 차차 늘려가야 아이가 흥미를 잃지 않을 것이다.

  3. 셋째, 강도 높은 육체적 활동을 함께 즐긴다.
    의지력이란 전파력이 강하며, 마치 근육과도 같음을 잊지 않는다. 끈기, 자기 절제력이 강해야만 목표를 완수할 수 있는 육체 활동을 평소에 꾸준히 하도록 이끄는 것이 좋다. 예컨대 등산이나 트래킹 등 장시간의 활동이 도움이 된다. 이때 부모가 함께 활동하면서 모범을 보여주어야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하니 이 아름다운 가을, 아이와 함께 근처 명산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