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희열과 여유

스무 살의 희열과 여유성균관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1학년 이상후

글. 이슬비 | 사진. 정운(AZA STUDIO) | 2019년 9호

2019. 09. 26 293

공부의 기초를 재능스스로학습으로 닦았다는 이상후 군.
대구과학고를 졸업하고 올해 성균관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4년 장학금을 보장받은 데다 졸업 후에는 입사도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목표를 다 이루었다고 할 수는 없다.
더 많은 것에 도전하면서 재미있고 잘하는 일을 제대로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스무 살 청년의 참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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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학문의 매력에 푹 빠져

상후 군은 성균관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S전자에서 반도체 핵심 인력을 키우기 위해 개설한 학과이다. 일정 학점을 유지하면 4년 간 전액 장학금이 주어지고 졸업 후에도 규정된 채용 절차를 거치면 입사가 보장돼 있는 경쟁률이 상당히 높은 학과이다.
“과학고에 다닐 때 대학에서 교수님과 연구 활동을 하고 논문을 쓰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때 나노소자 분야를 연구한 적이 있는데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분야라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단위의 세계에 관해서도 이미 많은 기술이 개발돼 있어서 놀랐거든요. 대학에 가면 꼭 반도체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고 그때 생각했어요.”
사실 지원했던 몇 개 관련 학과에서도 합격통지서를 받고는 고민에 빠졌었다. 스펙트럼이 넓은 학문을 다루는 기계공학과 반도체공학을 함께 두고 망설였던 것이다. 남들은 배부른 고민이라 여겼을 테지만 흥미를 느끼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다행히 1학기를 보내면서 자신의 선택에 크게 만족할 수 있었다.
“고민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만족하며 보냈습니다. 우리 과는 1학년부터 전공 과목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성적이라는 건 잊어버릴 정도로 푹 빠졌어요. 완전히 생소한 분야지만 공부를 할수록 앞뒤 맥락이 연결되는 듯해 희열을 느끼고 있어요. 2학기 전공 공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의 첫 여름방학도 알차고 만족스러웠다. 특히 여름방학과 함께 전체 학과생이 일주일 간 미국 연수를 다녀왔는데, 인텔 등 해외 유수의 반도체 기업들을 탐방하며 견문을 넓힐 수 있었다.
“저는 대기업 대신 벤처기업을 선택했어요. 전체 직원이 열 명도 안 되는 작은 회사였는데 놀랍게도 우리 학교 선배가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더라고요. 선배 덕분에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어요. 우리 학과는 정해진 입사 코스도 있지만 해외 기업 진출과 유학 등 선택의 폭이 아주 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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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들도 기초가 없으면 무너질 수 있어요

과학고 출신이니 공부의 비결도 남다르지 않을까 싶었지만 의외로 단순했다. 첫째는 열심히 성실하게, 둘째는 기초 쌓기를 꼽았다. 고등학교 시절 상후 군은 거실에 책상을 꺼내놓고 공부방처럼 썼다고 한다. 덕분에 부모님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거의 듣지 않았다고.
“방에서 공부하다 보면 자칫 나태해지기 쉬울 뿐만 아니라 부모님을 불안하게 만들어요. 공부방에서 밤새 공부해도 부모님 입장에서는 제가 공부를 했는지 만화책을 읽었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불안하시니까 잔소리도 하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고인 만큼 난이도 높은 문제를 많이 접해야 했다. 상후 군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어려운 문제를 척척 푸는 친구들이 있어서 부러워하기도 했단다. 그런데 처음에는 두각을 나타내다가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어려운 문제에 집착하다 보면 개념을 소홀히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마치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라는 말처럼 공허하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상후 군도 공부에 어려움을 느낀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원서로 된 일반물리학이 무척 어려웠는데, 문제풀이는 시간 싸움이라고 여겨 문제 유형을 떠올리거나 공식을 쓰려고 할 때 선생님이 조언을 해주었다고.
“답지를 보며 생각을 끼워 맞추려 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만의 논리로 접근해보라고 하셨어요. 실제로 대부분의 문제는 푸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그런데도 우리는 문제 유형에 맞는 풀이 연습을 하고 있었던 거지요. 특이한 문제들을 많이 접해보고 생각하는 습관을 키운 것이 공부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어릴 적에 했던 《생각하는피자》도 저에게는 상당히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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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부터 기초 다지고 사고력 키워

초등학교 1학년 무렵부터 재능스스로학습을 시작했다는 상후 군. 수학, 국어, 한자 등 대부분 스스로학습교재로 공부의 기초를 닦았다. 당시 과목이 꽤나 많아서 책상에는 늘 한 뭉치의 학습지가 쌓여 있었지만 하기 싫다고 꾀를 부리거나 힘들다고 여긴 기억이 없다고 한다.
“학습지는 당연히 내가 해야 할 하루 일과 중 하나라고 받아들이고 꼬박꼬박 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선생님과 함께 공부했던 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상후 군은 일대일 학습을 장점으로 꼽았다. 학원에서는 궁금한 게 있어도 그때그때 물어보기가 쉽지 않은 반면, 학습지는 선생님과 일대일로 생각을 주고받으며 공부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교재는 《생각하는피자》. 고등학교 때도 수많은 유형의 문제를 풀어보았지만 《생각하는피자》만큼 특이하고 재미있는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시절 어려운 문제를 접해서도 공식을 떠올리거나 문제 유형을 찾는 대신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생각하는피자식’ 공부가 초석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대학에서 완전히 새로운 학문을 접하면서도 당황하지 않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생각하는 힘이 든든히 받쳐준 덕분이라고 여긴다.
긴 여름방학을 마치고 캠퍼스로 돌아온 상후 군. 입시를 준비하느라 늘 쫓기던 마음에 방학 동안 여유를 많이 되찾았다고 한다. 더 많은 경험에 도전하며 내 길을 찾아보겠다고 말하는데, ‘이제 겨우 스무 살’이라며 미소 짓는 얼굴에 여유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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