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은 제2의 천성, 재능과 성향에 맞게

습관은 제2의 천성,
재능과 성향에 맞게

글. 최재정(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 사진. 이미지투데이, 클립아트코리아 | 2019년 9호

2019. 09. 26 128

결국 인간이 타고난 천성에 더하여 제2의 천성이라 할 습관을 얼마나 잘 다스리느냐에 따라
삶의 성공 여부가 갈리게 될 것이다. 좋은 습관도 타고난 천성과 재능, 관심을 바탕으로 들여야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론의 핵심이며,
그 실천의 출발이 작을수록 목표에 도달하기 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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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습관’의 동물

서양 속담에 ‘요람 속에서 기억한 것은 무덤에서까지도 잊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우리 속담의 서양 버전쯤 되리라. 두 속담 모두 습관, 버릇이 얼마나 끈끈한 점성과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우리 삶을 지배하는지 잘 나타낸다. 미국 듀크대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 행동의 약 45퍼센트가 습관으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인간을 ‘호모 하비티쿠스(Homo Habiticus)’ 즉 ‘습관의 동물’로 명해도 될 법하다. 그러기에 프랑스 근대의 최고 지성 B. 파스칼 또한 습관을 ‘제2의 천성’이라 칭했던 것 같다. 결국 우리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제1의 천성에 더하여 제2의 천성인 습관을 얼마나 잘 다스리느냐에 따라 삶의 성공 여부가 갈리게 될 것이 자명하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자녀 교육에서도 좋은 습관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좋은 습관은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들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아이들이 저마다 가지고 태어나는 제1의 천성, 특히 학습의 바탕이 되는 기본 능력인 ‘지능’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아이의 개성과 지능에 대한 오해

스위스가 낳은 세계적인 교육사상가 J. H. 페스탈로치는 교육을 이루는 핵심적인 3요소를 머리(Head), 손(Hand), 마음(Heart)으로 나누고 있는데 보통 이를 3H 이론이라 부른다. 이 3H는 교육목표분류학의 대가 J. S. 블룸이 나누는 지식, 기술, 태도라는 세 영역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곧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머리와 손, 마음 모두를 아울러야 한다는 의미이며, 지능은 실제로 이 세 영역 모두와 관련된 것이다.
반면 우리는 흔히 ‘지능’에 대해 이야기할 때 세 가지 요소 중 머리, 지식만이 관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흔히 알고 있는 IQ(Intelligence Quotient) 테스트는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A. 비네라는 심리학자가 개발한 이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다듬어 탄생한 ‘스탠퍼드-비네 지능검사’이다. 이 검사에서 주로 측정하고자 한 부분이 언어, 수리-논리 등 주로 학교에서 ‘공부’하는 데 필요한 인지적 영역에 국한되어 있다. 이후 지능은 인지적 학습 능력 전체와 동일한 것이라는 사실상 잘못된 등식이 성립되어 지금까지 고정관념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 고정관념은 다시 ‘학교 공부’를 잘하려면 ‘지능’이 높아야 한다는 단순 논리로 탈바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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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별만큼 다양한 아이들의 개성

그러나 A. 비네가 사망한 지 100년을 넘어선 현대의 지능 이론은 그동안 흐른 시간만큼이나 달라져 있다. 비네 이래로 상당히 오랫동안 지능은 수리-논리 능력으로 대변되는 단일적인 정신 능력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이후 EQ(Emotional Quotient)라는 개념이 등장해 관점이 다양해지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다중지능 이론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 이론을 창시한 하버드대 교수 H. 가드너에 따르면, 인간의 지능은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능력, 또는 하나 이상의 문화권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물건을 창조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지능을 이와 같은 시각에서 바라보면 자연히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와 과업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지 언어, 논리-수리 능력만으로는 결코 충분할 수 없으리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가드너에 따르면 인간의 지능은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음악지능, 신체운동지능, 공간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성찰지능, 자연친화지능, 실존적지능의 9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그는 원칙적으로 9개 지능이 상호 독립적이라고 가정하지만, 특정 영역에서 여러 지능이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모든 사람은 9개 지능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9개의 지능이 모두 우수한 전지전능한 경우는 존재하지 않으며, 반대로 어떤 장애를 가진 이라 할지라도 모든 면에서 열등한 것이 아니라 특정 영역의 지능이 우수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한다. 즉 인간이란 애초에 특정한 기준에 따라 1등부터 100등까지 1열로 줄 세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며, 하늘의 별만큼이나 다양한 재능과 개성을 지닌, 하나하나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지극히 소중한 존재이다.

성향과 재능에 맞는 습관 계획 세우기

다중지능 이론에 근거하여 볼 때 아이의 재능과 성향, 관심이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인하였으니, 제2의 천성인 ‘습관’을 좋은 방향으로 형성하기 위해 어떠한 일들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이미 나온 셈이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 아이에게 내재된 제1의 천성인 지능이 위의 9가지 영역에서 어떤 양상으로 분포되어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성향과 적성, 재능, 관심 등을 정밀하게 분석한 후 그에 맞추어 역량 향상을 위한 ‘좋은’ 습관 계획을 정교하게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이의 진학, 진로의 방향도 잡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학습 관리 방법도 없을 듯하다.
예컨대, 논리수학지능 지수가 높게 나타나는 아이라면 장차 수학자, 과학자, 엔지니어, 논리학자가 될 확률이 높은데, 숫자 세기, 수와 복잡한 계산 다루기, 표로 정보 정리하기, 컴퓨터 수리하기, 난제 생각하기, 미스터리 해결 등의 활동을 즐겨 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아이가 즐겨 하는 활동들을 바탕으로 습관 계획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공간지능 지수가 높은 아이는 미래에 건축가, 조종사, 항해사, 체스 선수, 외과의, 조각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에는 그림 그리기, 낙서, 색칠하기, 각종 모델 만들기, 지도 읽기, 착시나 미로 연구하기 등의 활동 위주로 습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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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게 시작해 강하게 키우기

물론 공간지능 지수가 높은 아이가 항해사나 건축가가 되는 일은 말처럼 결코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반드시 ‘좋은 습관’이 제2의 천성으로서 자리잡아야 저 하늘 위에 자리한 건축가라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 《습관의 재발견》의 저자 S. 기즈에 의하면, 목표가 아무리 높아도 100쪽짜리 화려하고 복잡한 계획서를 쓰기보다 아주 사소하더라도 바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실제로 근력과 체력을 키우고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갖고자 마음먹은 그는 제일 먼저 하루에 팔굽혀펴기를 딱 한 번씩만 했다고 한다. 너무나도 쉽고 짧게 끝나서 당최 운동이랄 수도 없는 이 ‘한 번’의 팔굽혀펴기는 계속되었고, 조금씩 강도를 높여 30분의 근력운동으로까지 늘어났으며, 1년 후 한 번에 16회를 연속으로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두가 부러워하는 탄탄한 복근까지 갖게 되었다고 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노자의 명언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작고 사소하게 시작하는 한 번의 행동이 적어도 21일, 3주 정도는 매일 지속해야 습관으로 자리잡게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성공의 법칙》의 저자 M. 몰츠에 의하면, 21일은 인간이 완전히 새롭고 낯선 것을 시작한 이후 의심, 고정관념을 담당하는 대뇌피질과 두려움, 불안을 담당하는 대뇌변연계를 거쳐 습관을 관장하는 뇌간까지 가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다.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한 5단계 실천방침

  1. 1. 가장 먼저, 아이의 다중지능 지수를 확인하자
    ‘정승도 저 싫으면 못 한다’라는 속담을 기억하자. ‘습관 계획’은 아이마다 다른 재능,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그 결과에 근거하여 수립해야 최고 효과를 낼 수 있다.

  2. 2. 아이 스스로 습관 계획을 세우도록 하자
    습관 들이기도 일종의 학습 활동이기 때문에 내재적 동기 없이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므로 습관 계획을 세울 때도 적성에 맞는 활동을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한다.

  3. 3.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하자
    인생의 기적이 매일 밤 팔굽혀펴기 한 번으로 시작될 수 있다. 목표로 삼는 좋은 습관이 있다면 그 시작은 아주 작고, 사소하고, 가볍게 설정할수록 좋다.

  4. 4. 습관의 추이를 명료하게 시각화하자
    습관 계획을 달성해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흔히 구할 수 있는 달력이나 다이어리 등을 활용해도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아이와 함께 그런 달력이나 다이어리를 손수 만드는 것이다.

  5. 5. 잘할 때는 확실하게 보상하라
    실행 단계에서 아이가 순조롭게 잘해나갈 때는 적절한 시기를 택하여 반드시 ‘상’을 주도록 하자. 그러한 ‘강화(reinforcement)’가 큰 격려가 되어 점점 더 잘하도록 이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