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공부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진정한 공부가
시작되는 시점에서이화여대 의과대학 1학년 최수경

글. 이슬비 | 사진. 현진 (AZA STUDIO) | 2019년 8호

2019. 08. 28 258

학점에 매달리지 않고 자유롭게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면서 대학 첫 학기를 고3보다 더 치열하게 보냈다는 최수경 양. 여름방학을 맞아 종강과 동시에 배낭여행도 다녀왔다. 네 살 무렵부터 초등학교까지 스스로학습교재로 공부한 이후로는 별다른 사교육 없이 스스로 공부해서 대학에 합격했다고 하니 그 인연이 각별해 보인다. 어려서부터 스스로 학습이 당연했고,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공부의 길에 접어든 수경 양에게 공부와 공부 습관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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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한 대학생활, 결국은 자신의 몫

“처음에는 진로를 생명공학이나 생화학 쪽으로 고려했었는데, 궁극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할 자격은 의사에게만 있고 활동의 폭도 연구의가 훨씬 넓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의대를 선택했어요.”
수경 양은 미국의 암센터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모의 조언에 따라 진로를 선택했다. 대학에 입학한 지 어느덧 한 학기가 훌쩍 지났다. 학점에 매달리는 대신 자유롭게 생활하며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는 시간이었다고 돌아본다. 종강하자마자 친구들과 떠났던 배낭여행도 낯선 것에 대한 도전이었다. 여행지는 물론이고 숙소와 일정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면서 부딪치고 즐긴 여행이었다.
“지금이 지나온 날들을 통틀어 가장 자유롭게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좋은 때라고 생각했어요. 그동안은 대학 입학을 위해 바빴고 앞으로 학년이 올라가면 학과 공부에 집중해야 하니까요.”
이화여대 의대 1학년. 이 짧은 프로필만으로도 고등학교 3년을 얼마나 치열하게 지냈을지 짐작하고도 남지만 수경 양은 오히려 지금이 훨씬 더 치열하다고 말한다.

“대학에서는 ‘교수님은 설명을 하시지만 이해는 학생들의 몫’이라는 말이 있어요. 공부는 결국 학생들이 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선생님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두 번 세 번 설명도 해주시고 공부하라고 채찍도 드셨잖아요. 하지만 대학교에서는 누구도 챙겨주거나 강제하지 않아요. 스스로 찾아서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치열할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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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에 흔들리지 않는 공부 습관

부모님은 두 분 다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딸의 공부를 꼼꼼하게 챙길 만한 물리적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수경 양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고 회상한다. 눈앞에 있는 숙제만 끝내면 그게 공부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은 공부의 빅 픽처에 대해 말씀하셨다. 특히 100점을 받아와 자랑스러워하는 딸에게 ‘성적보다 더 중요한 건 공부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내가 하는 이 공부는 성적 몇 점을 올리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부모님께서는 아주 중요하게 말씀하셨어요. 그 말씀이 제가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내적 동기가 된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는 늘 성적에 좌우되는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공부는 끊임없는 시행착오의 과정이므로 당장 성적이 안 나왔다고 낙담하거나 잘 나왔다고 자만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이 말씀 덕분에 흔들림 없이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화여대 의대에 입학할 성적을 내려면 분명 사교육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수경 양은 초등학교 시절 2년쯤 영어학원에 다닌 것을 제외하고는 학원에 다닌 적이 없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서 강조하신 ‘공부 습관’ 덕분이었다. 공부의 가치를 이해하고부터는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생겼고 혼자 공부하는 습관이 드니까 오히려 학원 수업이 맞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려면 스스로 공부해봐야 해요.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때 진짜 공부가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학원에서는 무조건 가르치기 때문에 무엇을 모르는지 생각할 여유가 없잖아요.”
고등학교 시절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때도 개념 부분만 들었을 뿐 실제 문제 풀이는 반드시 혼자 했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남이 풀어주는 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스스로 하는 공부 습관에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초등학교 시절에 했던 재능스스로학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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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한자 학습지의 효과

“가장 이상적이고 좋은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공부 습관을 들이고, 스스로 자신을 점검하면서 지식을 완벽하게 습득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여기에 학습지의 숨은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학습지는 1대 1 수업이라 어릴 때 학습 습관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거든요.”
수경 양이 학습지를 시작한 것은 네 살 무렵이었다. 국어, 수학, 한자 등을 거쳐 초등학교 6학년 때 《생각하는피자》 마지막 단계까지 학습했다고 한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초창기의 기억은 남아 있지 않지만, 부모님께서는 늘 ‘네가 학습지로 한글을 뗐다’라고 말씀하신다. 수경 양의 공부의 시작은 재능스스로학습이었던 것이다.
“사실 제가 《재능스스로한자》를 힘들어했던 기억이 남아 있어요. 꽤나 많이 힘들었던지 선생님께서 ‘공부라 생각하지 말고 그림이라 생각하고 그리라’고 달래실 정도였어요. 그런데 중학교 진학 후 한자 기초 테스트를 한 적이 있어요. 따로 준비한 적이 전혀 없는데 어릴 적에 학습지를 하며 한자를 그리던 기억이 남아 있더라고요. 좀 어려운 한자도 글자의 생김새를 보며 비슷하게나마 뜻을 유추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때 학습지의 효과에 소름이 돋았어요.”

누구도 강제하지 않는 도전의 시간

의대생들에게 예과 2년은 비교적 자유로워서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학생들의 재량에 달려 있다. 마음껏 자유를 만끽할 수도 있고 본과를 준비하며 전공의 기초를 다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수경 양은 그동안 해보지 못한 다양한 것들에 도전하면서 화학, 생물, 생리학 등 기초과학 공부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폭풍처럼 몰아칠 본과 기간을 견딜 수 있는 버팀목을 지금부터 만들어갈 생각이다. 그 누구도 일정이나 공부 내용을 가지고 강제하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할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