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불안과 행복은 반복된다

엄마의 불안과
행복은 반복된다

글. 이현정(작가) | 일러스트. 김지영 | 2019년 7호

2019. 07. 25 182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거야.’ 나의 교육관이 완벽하다는 착각에 빠질 즈음이면
어김없이 큰 숙제를 받아든다. 아이의 성장에 따라 엄마의 시행착오는 반복되는 것이다.
그럴 때면 변함없이 초조하고 불안감이 밀려오지만 이제는 더 이상 당황하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한다면 분명 최적의 답이 나올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이와 보내는 엄마의 매일은 특별할 것 없이 반복적으로 흘러간다. 유아 시절만 지나면 아이를 향한 고민들도 졸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초등학생이 되고 또 시간이 흘러도 엄마의 고민은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되풀이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내가 나서서 더 나은 길을 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닌지 엄마의 고민은 깊어지고, 끊임없이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따라 산책하듯 평온한 지금에 여유를 부릴 때면 어김없이 또 다른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시간. 나에게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그런 순간의 연속이다. 나는 그런 시간들을 편하고 힘듦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자라는 과정 속에 만들어가는 수많은 추억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아이의 생각이 자라고, 엄마가 성숙해지면서 우리는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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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시간에 찾아오는 고민

처음부터 기본 생활 습관이 잘 갖춰지면 아이의 초등학교 생활은 문제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일상생활에서 자신감이 있다면 학교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나는 공부를 잘해’라는 생각의 바탕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입학 후 아이는 매일같이 맘껏 뛰어놀았고 학교 도서관을 전세 낸 듯 남은 시간은 책읽기에 빠져 지냈다. 그렇게 자신의 시간을 맘껏 쓰고나면 체계적인 학습을 해야 하는 시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우리의 매일은 늘 여유로웠다. 다행히 받아쓰기를 비롯해 수학 교과 평가에서도 아이는 ‘매우 잘함’을 유지해주었다. 저학년부터 학습지를 하거나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아이는 “나는 엄마랑 공부하는 게 제일 재밌어. 난 학원 안 갈 거야”라고 분명히 말했었다. 그렇기에 하교 후 아이와 간식을 함께 먹으며 갖는 30분의 공부 시간은 둘만의 달콤한 데이트 같았다.
그렇게 안정된 시간에 익숙해져 있던 즈음, 3학년이 되더니 아이는 수학만 보면 ‘어렵다’, ‘재미없다’, ‘하기 싫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기 시작했다. 연산은 결국 반복해 풀이한 만큼의 실력이 나타나는 부분인데 친구들보다 풀이 속도가 늦어지고 오답이 늘어나니 ‘나는 수학을 못해’라는 생각이 아이의 머리에 자리잡았다.
지금껏 긍정적으로 공부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키워왔기에 온갖 고민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또다시 초심으로 해법을 찾고 실천하기

‘학원에 보내지 않아서 수학에 자신감을 잃은 걸까?’
‘내가 너무 아이의 의견만 듣고 다른 엄마들처럼 엄하게 시키지 않아 아이를 더 힘들게 하는 걸까?’
‘강제로라도 문제집을 더 많이 풀게 해야 하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에 힘들었지만 결국 답은 다시 초심을 찾는 것이었다.
아이가 알아서 잘할 거라는 방심은 내려놓고, 기초 계산법부터 꾸준히 매일 풀이를 시작했다.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자신 있는 분야에서는 두세 배 이상 성장했던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아이의 맞춤 일과표를 다시 정했다. 즐거운 공부라고 인식하는 ‘공부감정’을 위해 아이와 함께 서로 수학 문제를 내주고 채점하는 방식부터 시작해, 하루 한 장 연산과 좋아하는 책읽기를 묶어 칭찬스티커를 상으로 주었다. 그렇게 50일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는 매일 성실하게 칭찬을 받았고 스티커 50개를 모두 채운 날에는 갖고 싶은 선물을 소원으로 말하며 환호했다.
짧지 않은 50일 간 아이는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매일 반복적으로 문제풀이를 하면서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닌 ‘내가 선택해서 하는 공부’, ‘내가 좋아하는 공부’라는 인식의 변화를 체험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밥을 먹듯 아이의 일상이 된 것이다.
엄마의 기준이 아닌 아이의 기준에서 생각하고 아이의 생각에 귀 기울이는 것. 아이를 믿는 마음! 언제든 확신이 흔들리고 마음이 약해질 때면 나를 단단히 잡아주는 그 마음을 생각한다. 욕심보다는 격려를, 재촉보다는 기다림을 통해 아이가 더 많이 웃게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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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마음으로 엄마도 성장합니다

이렇듯 나의 교육관이 완벽하다는 착각에 빠질 즈음 어김없이 큰 숙제를 받아든다. 아이의 성장에 따라 또 다른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다. 그럴 때면 변함없이 난감하고 초조해지며 불안감이 밀려오지만 이제는 더 이상 당황하거나 힘들어하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한다면 분명 최적의 답이 나올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학원도 다니지 않는 아이가 영어 말하기 대회에 지원하더니 낙방한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연습해 두 번째 연속 출전해 수상했던 일도 있다. 또 단지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영재교육원에 지원해 그 나이에 경험하지 못할 시험과 면접의 생생함을 맛보기도 했다.
아이의 그런 도전들에 아낌없이 격려할 수 있었던 건 결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고 함께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 덕분이다.
친구들과 노는 게 너무 좋고, 쉬는 시간이 제일 신난다는 아이.
해가 질 때까지 친구들과 노느라 숙제를 까맣게 잊어 엄마 속을 태울 때도 있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아이는 조금씩 더 나은 자신을 찾아가고 있다.
나이를 더할수록 아이의 학교생활은 물론 친구관계까지 스스로 해내는 일들이 대부분이라 엄마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일투성이다. 엄마라고 직접 나서서 방법을 찾아주고 함께 노력할 수 있는 그때 그 시간들이 어쩌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일일이 그렇게 챙길 수도 없을 테니 말이다. 바로 그럴 때일수록 한결같이 ‘자신을 믿고 응원하는 엄마가 있다’는 마음을 방패삼아 앞으로 나아갈 아이를 위해 나는 ‘한결같이’ 아이와 걸음을 함께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이현정은 《기다림 육아》의 저자이자 파워 블로거로 활동 중이며 다양한 강연을 통해 많은 엄마들과 소통하는 육아 및 부모교육 강사이다. 2010년부터 육아 정보와 엄마의 에세이를 담은 블로그(알프스하이디)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브런치 작가(https://brunch.co.kr/@hj2ywith) 매거진을 통해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