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아나 팔라치를 생각하며 가는 길

오리아나 팔라치를
생각하며 가는 길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김정근

글. 이슬비 | 사진. 이서연(AZA STUDIO) | 2019년 7호

2019. 07. 25 318

경희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정근 씨는 오랜 기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 언론고시를 준비중이다.
그가 재능스스로학습으로 공부한 건 꽤 오래 전 일이지만 선뜻 인터뷰에 응한 데는 이유가 있다. 세상의 편견을 부드럽게 깨우쳐준 선생님과 칭찬의 힘 등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되는 몇 가지 장면 때문이다.

서브이미지

시간을 빈틈없이 꽉 채우며 사는 법

“대학에 입학만 하면 기자가 되는 길은 굉장히 가까워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그렇지가 않았어요. 구체적으로 무엇을 공부해야 그 길로 접어들 수 있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일단 1, 2학년 때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축구 동아리, 연극 동아리에도 가입했고 학생회에서 농활대장으로도 열심히 활동했다. 특히 연극 동아리에서는 지금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김태리 선배와 함께했다고 자랑하며 웃었다. “김태리 선배님이 ‘정근아, 목소리 좋다’라고 칭찬도 해주셨는데 증명할 길이 없네요.” 게다가 주말이면 웨딩 촬영 도우미 등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며 시간을 빈틈없이 꽉꽉 채웠다. 여기에는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하는 성격도 한몫했다.
“시간이 제일 아까운 것 같아요. 시간을 잘 쓰고 나면 열심히 잘 살고 있다는 뿌듯함이 생겨서 좋더라고요.”
군에 입대할 때도 12월 21일 종강, 12월 24일 입대로 일정을 잡았으며, 제대를 앞두고는 병장 신분으로 바로 복학하는 강행군을 했다. 당초 예정된 제대는 9월 말이었지만 휴가를 아껴서 9월 복학이 가능했다고 한다. 군대에서 휴가를 포기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예비역들만 이해할 수 있는 고통일 텐데,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전력질주를 하긴 했는데, 번뜩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한 학기를 마치고 휴학계를 냈어요.”
그렇다고 놀면서 시간을 흘려보낼 생각은 아니었다. 어학연수를 떠나고 싶어 방법을 찾던 중 필리핀 어학연수원에서 매니저를 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냈는데 덜컥 행운이 찾아왔다.
“필리핀으로 어학연수 온 초등학생들이 캠프 기간 동안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었어요. 면접 때 원장님이 저를 굉장히 좋게 보셨던 것 같아요. 덕분에 8개월 간 필리핀에서 매니저로 활동하며 틈틈이 영어 공부도 할 수 있었습니다.”

‘서브이미지

오래 전 ‘재능’이 가져다준 선물

김정근 씨는 초등학교 1학년 무렵부터 《재능스스로수학》과 《재능스스로한자》로 학습했다. 워낙 오래된 일이지만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몇 가지 장면이 있다고 한다. 특히 왼손잡이였던 그가 양손을 쓰게 된 것도 재능선생님 덕분이었다고 기억한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제가 왼손 쓰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셨어요. 그때 어른들은 왜 오른손을 써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고 왼손을 쓰는 게 나쁘다고만 하셨어요. 어린 마음에 ‘내가 왜 나쁘지?’라는 오기가 생겨 더 고집스럽게 썼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재능선생님은 달랐다고 한다. 나란히 앉아서 공부하다가 손끼리 부딪치곤 했는데 그럴 때면 선생님은 웃으면서 ‘앞으로 사회에 나가면 이런 불편함들이 생길 수도 있단다’라고 일깨워주었다. 오른손을 쓰지 못할 때의 곤란함에 대해 어린 아이가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설명해주었던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기억도 있는데, 학습지를 시작하면서 엄마와의 관계가 좋아진 것이다.
“컴퓨터 게임을 하면 엄마는 ‘넌 볼 때마다 게임만 하고 있니’라며 혼을 내셨어요. 사실 제가 늘 그렇지는 않았는데 엄마 눈에는 그렇게 보였나 봐요. 그런데 학습지를 시작하고는 ‘오늘 해야 할 분량을 끝내면 9시까지는 컴퓨터를 해도 좋다’라고 약속하셨어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 아주 잠깐 게임을 하면서도 엄마 눈치를 보거나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는데 학습지만 열심히 하면

그럴 걱정이 없어졌거든요. 그 후로는 엄마와 갈등하지 않는 법을 터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은 칭찬에 대한 기억이다. 재능선생님은 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한자를 학습할 때도 ‘너는 어쩜 이렇게 빨리 외우니? 정말로 한자에 재능이 있구나’라며 칭찬하셨어요. 저는 실제로도 그런 아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아요. 그 칭찬이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는 힘이 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서브이미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기자를 꿈꾸다

어릴 적부터 기자의 꿈을 키워온 김정근 씨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남달랐고 그것을 스스로 채울 줄도 알았다.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좋은 기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청소년 기자단으로 활동도 하고 언론이나 기자와 관련된 책들도 굉장히 열심히 읽었습니다. 신문기사도 꼼꼼하게 모니터링하며 맘에 드는 기사를 쓴 기자님에게는 이메일을 보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했어요. 답변을 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활동은 3학년이 되어도 변함이 없었다. 입시를 준비하는 한편으로 예비 기자로서의 자질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 그 성실함에 대해 어릴 적부터 단련된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부모님은 교육철학이 아주 확고하신 분들입니다. 어릴 때는 책만 열심히 읽으면 된다며 다섯 살 무렵부터 일주일에 세 번씩 독후감을 쓰도록 하셨고 못하면 벌을 주셨어요.”
심지어 아침마다 동생과 함께 아버지가 주무시는 안방 문 밖에 서서 큰소리로 《사자소학》을 읽었다고 한다. 그러자 초등학교 입학 무렵부터는 벌이 무서워 책을 읽는 아이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 읽는 아이가 되었다. 그 힘은 앞으로도 평생 그를 받쳐줄 힘일 것이다.
“나만의 새로운 글쓰기 장르를 개척하는 기자가 되고 싶어요. 오리아나 팔라치 같은 인터뷰어가 되는 꿈을 꿉니다. 권력의 심장을 겨누는 용감한 기자였지만 ‘기자로 기억되기보다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라고 할 만큼 훌륭하게 글을 잘 쓰는 언론인이었어요.”
김정근 씨도 자신만의 글쓰기 장르를 개척할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다. 이제는 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알고 가는 길이기에 낭비도 흔들림도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