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보이지 않는 위대한 힘

반복, 보이지 않는
위대한 힘

글. 최재정(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 사진. 이미지투데이 | 2019년 7호

2019. 07. 25 99

급변하는 미래에 대비하여 새로운 지식의 단순한 습득이 아닌 지식을 실제로 적용시키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 대세가 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특히 미래 역량 교육의 핵심이라 할
‘창의성’은 ‘반복’과는 대척점에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경향이 있다. 창의성은 그 어떠한 반복도
불허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명백하게 기억해야 할 점은 교육학에서 바라볼 때 ‘반복’이란
단순한 모방이나 획일성과는 완전히 다른, 성장과 완성으로 가는 기본 핵심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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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교육에서 더 이상 ‘반복’은 필요 없다?

지구상에 인류라는 종이 나타나 번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르치고 배우는 행위는 늘 있어왔다. 교육학이라는 학문이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부터 인간은 대를 이어갈 성장 세대를 대상으로 하여 ‘교육’ 활동을 했다는 의미이다. 이는 어미 사자가 새끼들에게 장차 험난한 세렝게티의 초원에서 살아남도록 사냥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미 사자는 새끼들이 조금 커서 뛰어다닐 수 있게 되면 새끼들을 데리고 가 안전한 먼발치에 숨겨 놓고 자신이 사냥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한다. 이때 새끼들은 어미가 먹잇감을 제압하기 위해 어떤 몸동작으로 덮치는지, 그리고 단 한 번의 기습으로 숨통을 끊기 위하여 먹잇감의 어떤 급소를 공격해야 하는지 면밀히 관찰한다. 그리고는 바로 그 동작들을 곁에서 함께 지켜보던 형제들을 대상으로 연습한다. 눈만 떴다 하면 형제들끼리 서로 뭉쳐 뒹굴며 어미가 사냥할 때 구사했던 몸동작들, 특히 상대방의 급소를 찾아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습하며 익힌다.
이와 같은 놀이를 통한 반복 학습은 생태계의 모든 동물들에게서 관찰되는 현상이다. 무한 경쟁의 정글 속에서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개체는 일단 부모로부터 우월한 유전자를 받고 태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후천적인 차원에서 구사해야 할 가장 강력한 생존 전략은 살아남기 위해 갖추어야 할 정보와 스킬들을 무한 반복의 훈련을 통하여 완벽하게 체화시키는 것이다. 인간 종에 있어서도 이 법칙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정보와 스킬의 완성도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반복은 획일적이고 영혼 없는 모사, 복사와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핵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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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을 이루기 위한 지름길

목표분류학의 대가인 블룸(B. Bloom)은 인간의 학습이 이루어지는 영역을 인지적, 정의적, 심동적 세 가지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인지적 영역은 지식(knowledge), 정의적 영역은 태도(attitude), 심동적 영역은 기술(skill) 차원을 의미하며, 블룸에 의하면 모든 학습은 경우에 따라 이 세 가지 영역이 서로 교차하거나 연계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때 각 영역에서의 학습은 초보적인 순간으로부터 시작하여 차차 수준을 높여 완성에 이르기까지 마치 계단을 오르듯이 일정하게 단계를 높여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지 영역의 경우 학습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1단계 지식의 습득으로부터 시작하여 이해, 응용, 분석, 종합, 평가에 이르기까지 6단계를 거치며 상승되어야 한다. 심동적 영역의 경우에는 1단계 반사 동작부터 시작하여 초보적 기초 동작, 운동지각 능력, 신체적 능력, 숙련된 운동 기능을 거쳐 6단계 동작적 의사소통에 이르러야 비로소 운동적 차원에서의 학습이 완성되는 것이다. 정의적 영역에서는 수용(감수)에서 출발하여 반응, 가치화, 조직화의 단계를 넘어 5단계인 성격화(인격화)가 이루어져야 어떠한 태도가 완전하게 해당 학습자에게 내면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모든 학습은 기본적으로 완성에 이르기까지 일정하게 위계성에 더하여 차츰 단계를 밟아 올라가야 하는 속성을 가진다.
이때 각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이 최종적으로 완성에 이르기까지 한 단계에서 그 다음 단계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떠한 일들이 이루어져야 할까? 답은 한 가지! 끊임없는 반복이다. 인간의 뇌는 마치 신체 근육과도 같아서, 어떤 지식 체계를 한 번 배운 후 완전히 학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훈련을 통하여 한 단계 한 단계 수준을 높여가며 탄탄하게 뇌의 근력을 키워가는 과정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누가 봐도 감탄할 만큼 멋진 초콜릿 복근을 만들기 위해서는 잘 짜인 플랜에 따라 매일 조금씩 강도를 높여가며 땀 흘려 반복 훈련을 해야 하듯이 학습에 있어서도 치밀한 계획에 따라 차츰 수준을 높여가는 반복이 꼭 필요한 것이다. 김연아 선수가 빙판에서 보여주는 묘기에 가까운 완벽한 동작들, BTS의 현란한 춤사위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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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은 자존감을 키워주는 내공 쌓기

잘 알려진 《아기 돼지 삼형제》라는 동화만 보더라도 자신이 살 집을 지어야 하는 아기 돼지 삼형제 중 짚으로 지은 첫째의 집과 나뭇가지를 활용한 둘째의 집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바로 무너져버린다. 반면 비록 시간이 오래 걸려도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탄탄하게 지은 막내의 집만이 그 어떠한 풍파가 일어도 무너지지 않는다. 이 동화에서 보듯이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반복 학습을 통하여 기초를 다지며 한 단계씩 수준을 높여가는 성실함으로 무장한 아이는 마치 벽돌집을 지은 막내 아기 돼지처럼 흔들리지 않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 자존감(self esteem)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건강한 자존감’이야말로 평생 꺼지지 않는 불빛처럼 열정을 발산하며 자기 성장을 거듭하도록 이끄는 기반이니, 반복은 평생학습 역량의 기틀을 세우기 위한 매우 중요한 학습 방법인 셈이다. 미래를 맞이하며 우리 아이들이 갖추어야 할 중심 역량은 ‘문제해결 역량’이다. 이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당면 문제와 관련된 탄탄한 지식과 자신감 있는 태도가 전제 조건으로 요구된다. 즉 예측불허의 험난한 미래를 감당하기 위해서도 완성을 향하여 꾸준히 반복 학습을 통해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가는 성실함, 그를 통하여 저절로 형성되는 단단한 내공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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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이 대가를 만든다!

독일은 근대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세계를 움직이는 대국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선진국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격변의 시대를 눈앞에 두고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으며 철저히, 차분하게 대비 전략을 수립하여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저력의 기반에는 그들이 입버릇처럼 되뇌곤 하는 ‘연습이 대가를 만든다!(Übung macht Meister!)’라는 속담이 있다. 독일에 오래 살면서 평소 가까이 지낸 독일인 지인들을 보면 때로 조금은 우둔하게 보일 만큼 성실하고 융통성이 없다. 하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매일 성실하게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쉼 없이 완벽을 추구하며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독일의 진정한 ‘힘’의 뿌리를 보았던 것 같다. 그 어떤 빼어난 용기, 빛나는 야망도 매일 쌓아나가는 성실함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독일인들이 꾸려온 역사로부터 배우게 된다. 지금도 독일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이 속담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아이, ‘지루하지 않게’ 반복하도록 하는 방법

  1. 1. 뇌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알고 반복하도록 하라!
    보통 반복 학습이라고 하면, 무조건 같은 내용을 머릿속에 억지로 주입하는 일로 착각하기 쉽다. 아무런 의미 없이 기억창고에 지식을 구겨 넣는 일은 효과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매우 부정적인 방법이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지식일 경우 우리가 이미 장기기억 속에 가지고 있는 지식 체계와 어떤 식으로든 관련되거나 특정하게 의미가 부여될 때 가장 잘 기억하는 속성이 있다. 또한 이미지, 그림, 그래프 등 시각적 심상을 오래, 또렷하게 각인하여 기억 속에 담아두는 특징을 지닌다. 이와 같은 뇌의 속성과 특징들을 파악하여 그에 상응하는 똑똑한 반복 학습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2. 2. 나선을 그리듯 수준을 조금씩 높여가며 반복하도록 하라!
    블룸의 목표분류학에서 보듯이, 학습이란 여러 단계를 거치며 수준을 차차 높여가야 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하게 되면 같은 단계에 머무르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성장과 완성을 원한다면 같은 내용이라고 해도 차차 수준을 높여가며 반복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합목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도 그 과정에서 도전감, 성취감이 함께 상승하게 되므로 훨씬 큰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3. 3. 다양한 방식으로 반복하도록 하라!
    만약 학습해야 하는 내용이 계속 같은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라면, 반복하는 방법이라도 다양하게 바꾸어야 한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감각의 채널을 계속 바꿔가며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예컨대, 덧셈 개념을 가르쳐야 한다면 공책에 계속 쓰며 문제를 푸는 방법 외에 청각, 시각, 촉각을 활용한 새로운 방법을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