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열어줄 진정한 힘, 동기

미래를 열어줄
진정한 힘, 동기

글. 최재정(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 사진. 이미지투데이, 클립아트코리아 | 2019년 6호

2019. 06. 26 123

빅데이터와 AI가 지배하게 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최근 교육계에서 강조되고 있는 부분은
예측불가의 험난한 파도를 헤쳐나갈 ‘역량’이다. 더 이상 기존 지식의 영역에 초점을 맞춰서는 곤란하다.
미래학자와 교육학자들이 역설하고 있는 미래의 핵심 역량이자 지혜를 키우기 위한 근본 바탕에는 ‘동기’가
자리하고 있으며, 특히 중요한 내적 동기는 개인의 고유성과 최대한의 자유 속에서 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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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는 ‘지식’이 아닌 ‘역량’이 답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미래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아이에게 어떠한 준비를 시켜주어야 할까? 미래를 준비한다고 하여 하루가 다르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지식을 머릿속에 입력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빅데이터, AI가 지배하게 될 미래를 감당해야 할 우리 아이들은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 가치들을 굳건하게 지키고 키워야만 바람직하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성찰에 근거하여 최근 교육계에서 강조되고 있는 부분이 ‘역량’이다. 그렇기에 산업4.0, 노동4.0 등의 최첨단 전략으로 무장하고 그 어떤 나라보다도 잘 대비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교육에 있어서 국어, 수학, 영어 등 지식의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존의 교과목이 아니라, 예측불가하고 험난한 미래를 헤쳐나가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할 ‘역량’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티아스 호르크스 같은 미래학자는 교육학자들과 함께 유연성, 의사소통 능력, 미디어 활용 능력, 창의성, 팀 정신, 갈등 해결 능력, 계획 능력, 스트레스 저항력이야말로 아이들이 미래에 대비하여 꼭 갖춰야 할 8가지 기본 지혜, 혹은 역량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바로 이 역량들을 키우기 위한 근본 바탕에 ‘동기’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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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동기, 왜 중요한가?

학습이란 늘 A에서 B로의 변화, 즉 움직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움직이도록(move) 해주는 ‘motivation’, 즉 ‘동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본 메커니즘에서 볼 때 매사 의욕이 없는, 무기력이 학습된 아이에게서 좋든 나쁘든 어떤 움직임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즉 아이가 무기력감에 빠져 있다는 것은 곧 움직임의 바탕이 되는 동기, 다시 말해 호기심과 흥미가 사라진 상태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당연하게도 자기주도학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무기력감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학습은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호기심, 흥미, 자기주도성 등의 개념이 뭐 그리 중요한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기도 한다. 비록 아이가 재미없어해도, 하기 싫어해도 그 어떤 강제적인 방법을 써서든지 높은 점수나 대학 합격과 같이 결과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정해진 목표만 달성하면 되지, 그 과정에서 반드시 호기심, 흥미, 자기주도성이 필요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다소 강압적인 수단을 활용하여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수단들은 평생교육의 차원에서 바라볼 때 너무나도 해로운 방법이다.
그렇기에 아이를 움직일 최적의 조건이 되도록 하려면 외적(외재적) 동기보다는 내적(내재적) 동기가 중요한 바탕이 되어야 한다. 내재적 동기, 즉 과제 자체에 대한 흥미와 관심 그리고 그 과제를 달성함으로써 얻게 될 자신의 성숙과 발전이 동기가 된다면, 아이는 특별히 외부로부터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도 충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그것을 달성함으로써 느끼게 되는 성취감이 스스로에게 충분히 보상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아이가 내적 동기로 단단하게 무장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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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학부모들의 동기 부여

그렇다면 미래를 위한 준비에 있어서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앞선다고 하는 독일의 학부모는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역사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나라이니 양육 방식에서도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아마도 동기 부여 방식에서 그 차이가 가장 도드라지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 차이는 유행이나 시류를 타는 그 어떤 새로운 방법이라기보다는 자녀 양육과 교육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이나 태도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독일 학부모들은 아이들 각자의 개성, 고유성을 최우선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에 따라 동기 부여 방법을 찾을 때도 철저하게 각자 아이들의 개성에 근거하고자 한다. 예컨대 우리나라 학부모의 경우 아이의 발달이 느리거나 소극적이면 혹시라도 다른 아이들보다 뒤쳐질까 노심초사하여 아이를 닦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아이의 내적 동기, 자발성에만 매달릴 수 없다고 판단하여 파괴적 경쟁을 부추기는 등 외적 동기 차원으로 수준이 하강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독일 학부모들은 빠르면 빠른 대로 느리면 느린 대로 그 아이의 고유한 속도와 완성의 길이 따로 있다는 점을 쿨하게 인정한다. 그 안에서 아이가 자신에게 주어진, 혹은 열려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탐구하며 찾아나가도록 이끌고자 한다. 아이는 아무리 어리더라도 부모인 나와 완전히 독립해서 존재하는 고유한 인격체라는 점을 결코 잊지 않는다.
둘째, 우리의 방식과 비교할 때 독일 학부모들은 아이에게 훨씬 많은 자유를 부여한다. 결국 모든 교육, 학습에 있어서 동기는 그 아이의 자율성, 자기주도성으로 이어지는데 자율성이야말로 최대한 ‘자유’를 부여할 때 발현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가 자유롭게, 자율적으로, 자발적으로 자신이 진정 끌리는 과제를 선택하여 시도하고 모험을 하는 과정은 많은 경우 부모와 어른의 눈에는 미흡하고 느려서 답답한 마음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답답증을 풀기 위해 아이를 다그친다면 마치 아이의 내부에 늘 꺼지지 않는 빛으로 타올라야 할 동기의 ‘불꽃’에 찬물 한 바가지를 끼얹는 일에 다름 아닐 수 있다. 화려한 학위를 갖추지 않은 소박하고 평범한 학부모들까지도 그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결국 아이의 미래는 싱싱하게 살아 움직이는 본능의 방향에 맡겨져 있지, 부모가 그 길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는 점을 그들은 늘 마음에 담고 살아가는 것이다.
독일 학부모들의 이러한 교육 철학 내지 태도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자신감, 즉 자아효능감(self-efficacy)을 깊게 심어주어 평생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self-esteem)으로 이어지게 한다. 자신감이야말로 나날이 증폭되는 예측불허의 미래를 맞아 자신의 중심을 올곧게 지키며 빛나는 꿈을 가슴에 품고 한 걸음씩 내딛도록 하는 굳건한 바탕임이 분명하다.

우리 아이 ‘동기’의 빗장을 여는 황금열쇠

  1. 1. 무엇이든 아이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
    학습을 포함해 아이의 모든 움직임은 외적 동기가 아닌 ‘내적’ 동기에 바탕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즉 해당 과제 자체에 대한 흥미와 관심, 그 과제와 관련한 자기 스스로의 성숙, 완숙, 완성을 향한 성취동기에 의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2. 2. 꿈을 가지되, 장기 및 단기별로 도출하게 하라!
    장기 목표인 꿈을 잡고, 그로부터 단기의 세부 목표를 도출하도록 해야 한다. 눈앞의 작은 목표들을 자아실현 욕구, 즉 장래 가지고자 하는 직업이나 이루고자 하는 꿈 등과 연결시킨다면 세부적인 활동이 의미 있는 것이 된다.

  3. 3. 아이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도록 도와주라!
    꿈이 아무리 원대하더라도 매일 그 꿈을 이루기 위하여 성실하게 실천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일장춘몽에 불과하다. 이때 아이 스스로 계획표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스스로 한 약속을 하나하나 지켜나가는 습관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물론 계획대로 지키고 성취했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보상 기준도 아이 스스로 세우도록 하며, 그 과정에서 부모가 세심하게 지도하여 실제로 계획들이 잘 성사될 수 있도록 협력한다.

  4. 4. 위협적인 분위기는 절대 금물!
    진정한 학습으로 이끄는 성장 욕구가 자연스럽게 나타나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결핍 욕구를 채워주어야 한다. 즉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 피라미드에서 아래 단계를 차지하는 기본 생리적 욕구를 모두 충분히 채워주고, 불안감이나 위협감을 느끼지 않도록 늘 편안한 심리 상태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가정과 학교에 안정된 소속감을 가지도록 사랑을 충분히 느끼도록 하고, 자존감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그러한 상태에서야 비로소 아이는 피라미드의 상위 단계, 즉 배우고 이해하며, 심미적인 차원을 추구하는 욕구, 궁극적으로 자아실현 욕구를 가질 수 있다. 이 상위 단계의 욕구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희망하는 내적 동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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