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리집에 자신감 대장이

어느 날, 우리집에
자신감 대장이

글. 이현정(작가) | 일러스트. 김지영 | 2019년 5호

2019. 05. 29 233

아이가 자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꼽으라면 무엇보다도 스스로 뭔가 해낸 후 아이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만났을 때가 아닌가 한다.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을 느끼고 선뜻 나서지 못하기에 자신에 찬 모습을 보이는 그 누군가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으니까. 나 또한 ‘스스로 할 수 있음’을 바탕으로 아이의 육아와 교육을 이어왔기에 사소한 일상 속에서도 아이의 자신감 찾는 과정을 즐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부모가 줄 수 있는 메시지

아이를 키워보면 ‘아이가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 확신을 갖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자꾸만 흔들리고, 엄마가 먼저 개입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 정말 바람직한지에 대한 고민은 깊어만 간다. 아이라서 실수할 기회도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도 선물 받을 수 있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아이가 받게 될 상처가 두려워 머뭇거리거나 부정적 결과를 상상하며 ‘안 돼’라고 얘기하는 것이 과연 아이를 위한 행동일까? 아이에게 도움이 되기는 할까?
엄마가 되어 깨달은 것은 결국 아이의 자신감은 부모의 긍정적 사고에서 온다는 것이다. 아이에게는 부모라는 존재가 주는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 그런 부모가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준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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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기다림, 사소하지만 강하다

아이의 나이와 상관없이 일상 속에는 다양한 상황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작은 순간 속에서 아이의 자신감이 자란다는 것을 믿고 사소한 순간도 가능하다면 허용해주는 선택을 해본다.
사과를 깎을 줄 안다며 한번 해보겠다는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위험하니 내가 대신해주마’라고 말하려다가 멈칫! “그래 한번 천천히 해봐’라고 얘기하고 아이의 손 위치를 조금 수정해주고 칼에 베지 않도록 방법을 알려주었던 적이 있다.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주의를 기울였고 사과의 속살이 많이 잘려나갔지만, 온전히 혼자 힘으로 깎아보고는 꽤 작아진 사과를 엄마에게 권하며 무척이나 뿌듯해했다. 그리고는 다음번에는 요리도 직접 해보고 싶다고…. 그렇게 사소한 경험들이 쌓여서일까? 아이는 요리나 주방 일에 거침이 없다. 시간이 부족하고 귀찮아서 하지 않을 뿐이지 역할이 주어지면 그동안의 자신감이 발판이 되어 빛을 발하게 되는 것 같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이 자신감으로 이어지면서, 매번 받기만 했던 자신이 가족을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음에 아이는 미처 몰랐던 행복을 배우기도 한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며 기다려준 덕분에 말이나 학습으로 가르치려 해도 알려줄 수 없는 것을 하나씩 익혀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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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아이 스스로 만드는 기회 속에

아이가 음악줄넘기를 배우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지 않은 때였을 것이다. 좀 더 꾸준히 준비한 아이들이 나가야 할 대회에 덜컥 신청을 하고 왔다며 신나게 자랑하는 딸.
“와~ 줄넘기 대회가 있구나. 우리 딸, 자신 있게 신청하고 멋지네. 친구들하고 같이 하면 재미있겠다. 엄마, 아빠랑 같이 도시락도 싸서 가자”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우선은 스스로 해보고자 선뜻 신청한 아이가 기특했다. 아울러 1년 이상 수업한 친구들보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속상해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혹시나 싶어 선생님께 여쭤보니, 결과보다는 현장 분위기를 느껴보고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조언하셨다.
집에서도 가끔 연습을 하긴 했지만 30초 빨리 뛰기를 한다는 것 외에는 하루 전까지도 대회 일정과 관련해 특별한 정보가 없었다. 궁금했지만 그저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으로 도시락과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챙겨 나들이 기분으로 대회장으로 나섰다. 막상 대회장에 들어서니 아이는 괜스레 마음이 콩닥콩닥 떨린다고 했다. 몇 주 전부터 줄넘기 수업 시간에 연습해보니 ‘은상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하던 아이의 얘기가 맘에 걸려 ‘상을 받으면 좋겠지만, 경기에 참여하고 즐겁게 놀이하는 기분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는데 의미를 두자’라고 이야기했다. 실수해도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이어서 하면 된다고.
녀석은 입을 삐죽거리며 “내가 상 못 받을 것 같아서 그래?”라고는 했지만 “파이팅!”이라고 외치는 부모를 보며 피식 웃어주었다. 곧 ‘30초 빨리 뛰기’ 선수 대기 선에 서서 친구와 재잘대며 순서를 기다렸다. 마침내 아이의 순서가 되고 30초 빨리 뛰기 시작!
너무도 잘 뛰어주는 모습이라니! 나도 잘 몰랐던 내 아이의 모습을 맞이한 느낌은 무척이나 새로웠다. 두 번 정도 줄이 발에 걸리긴 했지만 침착하게 이어서 잘 뛰었다. 경기가 끝나고 스탠드로 달려온 아이가 너무나 기특하고 예뻐 ‘정말 잘 했다’라고 격려하며 꼭 안아주었다. 내 앞에서는 늘 아기같이 어리광을 부리는 녀석이지만 공개 수업이나 학예회, 그리고 대회에서 맞이하는 아이의 모습은 사뭇 어른스럽다. 금상이라는 결과에 아쉬움과 기쁨이 섞인 아이를 보며 내 가슴이 뜨거워졌다.
스스로 선택하고 연습하고 최선을 다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아이의 모습에서,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키워나가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된다.

엄마가 지지하고 도와줄게

힘들 것이다, 어려울 거다, 불가하다.
내가 가진 노파심을 그대로 드러내며 아이의 시작조차 막아버렸다면 어땠을까?
아이가 도전을 통해 성취감을 경험할 수 없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순간들.
‘할 수 있어.’ ‘즐기면 돼.’ ‘실수해도 괜찮아.’ 이 말의 힘 덕분인지 아이는 유아기도, 초등 시기에도 줄넘기 대회 경험 이후 영어말하기 대회에 이르기까지 지난 기억들이 양분이 되어 자신감을 바탕에 둔 도전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웬만하면 피하고 싶을 도전인데도 ‘한번 해보겠다’는 아이의 의지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녀석이 살아갈 세월 중 엄마인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여 이끌어줄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의 자세는 지지자이자 조력자임을 다시금 메모하며 아이에게 좋은 방향을 제시는 해주되 그 선택의 몫은 아이의 것임을 잊지 않기를 되새긴다.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결과를 인정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힘낼 수 있는 아이를 응원한다. 엄마 또한 좀 더 가치 있는 경험과 선택들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더해본다.

이현정은 《기다림 육아》 의 저자이자 블로거로 활동 중이며 다양한 강연을 통해 많은 엄마들과 소통하는 육아 및 부모교육 강사이다. 2010년부터 육아 정보와 엄마의 에세이를 담은 블로그(알프스하이디의 엄마를 위한 알림장)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알프스하이디’라는 이름의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