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은 무엇을 먹고 자라나?

자신감은 무엇을
먹고 자라나?

글. 허영림(국민대학교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교수) | 모델. 최정인 | 사진. 이미지투데이 | 2019년 5호

2019. 05. 29 113

행함 철학(Learning by Doing)으로 유명한 미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존 듀이는
아이들은 뭔가를 ‘하면서’ 배우고 알게 된다고 했다. 사실, 아이들에게 자신감은 뭔가를 하고난 뒤에
느끼는 성취감에서 비롯되는데, 어려서부터 누적된 이것을 몸과 마음에 기억하는 아이들은 커가면서
늘 뭔가를 스스로 찾아서 하는 행동파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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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의 기초가 서는 가장 좋은 시기

듀이는 어떤 행동과 경험을 통해서만 학습이 이뤄진다고 할 때 행동을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했다. 즉 그가 말하는 행동적 인식론에 따르면 행동이 우선이고 그로 인해 생긴 사고, 인식, 관념은 단지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아이는 연령에 걸맞은 행동을 통해 자신감을 먹고 자란다고 할 수 있다.
아이가 자신감을 갖도록 부모가 노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는 사실상 0세~6세이다. 이 시기 아이들은 양육자의 절대적 사랑과 보호, 관심 속에서 성장한다. 그러나 요즘 자아혼돈 상태의 부모들은 아이를 데리고 여러 경험을 미리 시키는 경우가 흔하다. 이렇게 어렸을 때 부적절한 경험을 하게 된 아이들은 정작 학교 들어가 공부에 몰두해야 할 때는 산만해지며, 사회성 부족으로 치료를 받기도 한다.
아이는 생후 1년 반 정도까지 부모와의 충분한 스킨십과 상호 작용을 통해 자극 허기(Stimulus Hunger)를 채우며 부모와의 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한다. 즉 안아주고 만져주고 뽀뽀해주는 신체적 접촉이 아기의 자극 허기를 채워주며, 눈을 마주치고 쓰다듬는 행위를 통해 아이는 가정이라는 안전지대에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감과 열의를 갖게 된다. 이 시기를 지나 걷기를 시작으로 제2의 탄생이라 할 정도로 여러 가지를 경험한다. 걷는 것 자체가 목적으로, 걷는 행위를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한다. 또한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이끌면서 자율성과 주도성을 기르게 된다. 이런 경험들이 다음 단계의 발달을 순조롭게 하면서 자신감의 기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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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도 자신감도 시행착오를 통해

생후 3년이 지나면 언어에 대한 무의식적인 민감기에서 벗어나 그동안의 수용 언어를 머릿속에 모두 저장했다가 말을 하게 되면서 자신감이 싹트게 된다. 자기를 표현하는 데 때로는 공격적인 충동을 보이면서 ‘싫어’, ‘안해’라고 하면서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때다. 사실 의사소통이 원활한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자신감이 더 크다. 이 시기는 아이들이 여러 가지를 조작해보고 만져보며 시행착오를 통해 지능도 발달한다.
이때 부모가 엄격하게 통제하는 탓에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며 참고 지내는 아이의 경우,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고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할 때가 많을수록 내적으로 계속 불만이 쌓이게 된다. 이런 아이는 부모의 통제를 벗어나면 친구를 때리는 등 난폭한 행동으로 그동안 쌓인 욕구불만을 터트린다. 아이가 이러한 행동을 보인다면 욕구불만의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후의 자신감 신장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미리 예방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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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신의 불안을 점검하라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아이 입장에서 자신감이 쌓여가는지 점검하는 일이다. 부모의 방향성 없는 교육은 자녀의 단계적 발달을 순조롭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부모의 방향성만 바뀌어도 타율적인 아이에서 자율적인 아이로 변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부모가 아이의 울타리가 되어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엄마에 의해 계획된 경험이나 의도된 교육으로 막연히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다고 믿고 싶은 건 아닌지, 당장 알 수는 없지만 뭔가 불안 요소가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일전에 중2 아들을 둔 엄마의 고민을 상담한 적이 있다. 어려서부터 엄마의 의도와 지시대로 잘 따라오던, 비교적 순종적인 아들인지라 엄마와는 여러 면에서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여러 가지 계획으로 아들의 학년에 맞게 하나둘씩 학습 경험을 시키기 시작했고, 그 결과 초등 시절 내내 성적이 상위권이었다. 나름 보상이 되어서 아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그러나 하루는 아들이 중간고사를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놀다가 오겠다고 해서 엄마는 그렇게 하라고 허락했다. 그런데 아들은 친구들과 있으면서도 계획이 바뀔 때마다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그래도 되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이런 아들의 모습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다! 학교 공부를 잘하니까 다른 것도 다 잘 되어간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어느 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아들한테 전화가 올 때마다 “이제부터는 네가 알아서 결정해”라고 하자 전화 너머로도 아들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엄마의 고민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주 답답한 이야기이지만, 아들 입장에서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늘 엄마의 지시로만 움직이던 아들에게 엄마가 없이 어떤 결정을 내리기란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스스로 하게 하는 것이 옳을까? 이런 것을 학술적으로 정의하기도 어렵고 일의 정도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되도록 일찍부터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타율적인 아이보다 자율적인 아이가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 크기 때문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만약 그런 경우라면 지금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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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 듣는 아이를 기대하지 말라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의 강연 중에 웃고 넘기기에는 조금 심각한 말씀이 있었다. 엄마 말 잘 듣는 아이는 망한다! 이 말은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아이가 반드시 위험한 아이일까?’라는 의문도 잠시 들게 했다.
오랫동안 상담하면서 알게 된 두 가지 유형의 부모가 있다. 하나는 아이가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와 같아서 일일이 가르쳐주어야 한다고 믿는 부모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가 타고난 잠재 능력을 잘 끄집어내 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이다. 진정으로 원컨대 적절하게 반반 섞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자의 경우는 아이가 부모의 의도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부모는 바로 회의감에 빠져 자신을 괴롭히지만, 결국엔 그 분노로 아이의 단점을 자꾸 지적하게 된다. 아이와 엄마의 관계가 점차 힘들어지고 아이는 의기소침하며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라면 ‘엄마 말 잘 듣는 아이는 망한다’라는 말을 기억하자. ‘그래! 너도 하고픈 대로 해보렴!’ 이런 자세가 부모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엄마가 아이의 잠재 능력을 믿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보다 평소 아이를 자주 칭찬하고 아이가 기뻐하니 엄마는 점차 더 많은 칭찬거리를 찾게 된다. 이런 아이는 늘 기분이 좋은 상태이며 자연히 뭔가를 스스로 하려는 동기가 부여되어 자신감이 충만하게 된다. 결국 칭찬 속에서 자신감을 얻은 아이가 자신의 미래를 잘 개척해 나간다.

일상 속에서 자녀에게
자신감을 키우는 방법

  1. 1. 약간의 고난으로 몸과 마음의 근력을 만들어주자
    몸과 마음의 근력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회복탄력성이란 인생의 허들을 가뿐히 뛰어넘는 내면의 힘을 말한다. 즉 스트레스를 견뎌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이다. 몸의 근력은 운동을 통해서 얻는다면 마음의 근력은 힘든 역경을 잘 견디고 해결해낼 때 얻어진다. 고난은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기회이다.

  2. 2. 부족하게 키우되, 사랑을 느끼게 하자
    요즘 아이들은 부모의 과잉에 가까운 보호와 사랑 속에서 자란다. 그만큼 부모 손을 떠나 홀로서기는 영원히 요원한 일이 되기 쉽다. 물질적으로는 부족하게, 그러나 부모의 사랑은 충분히 느끼도록 키워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와 놀이를 같이 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즐거운 놀이 경험 속에서 부모의 사랑을 기억하는 아이는 훗날 어떤 일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내공이 있다.

  3. 3. 어려서부터 아이 혼자 기획해서 실행하도록 훈련하자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심부름이다. 집앞 슈퍼에서 두부 한 모를 사오라고 해보자. 처음에 엄마와 함께 가기를 원하면 같이 가도 좋은 시작이다. 그러다가 혼자서 다녀올 때가 있다면 대성공이다. 이때는 아낌없이 칭찬과 자랑을 해주라. 다음에는 슈퍼에 갔다가 약국 들러 파스를 사오게 한다든지 등 지평을 넓혀가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 가장 어렵지만 아이 수준에 맞게 시작하여 한 번 성공의 기회를 갖게 된다면 아이의 자신감은 서서히 쌓여간다. 아이가 뭔가를 성취했을 때 꼭 해야 할 칭찬은 교육의 기본임을 명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