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비전을 생각해요

더 큰 비전을 생각해요이하은(11세) · 이하민(9세) · 이하엘(8세) 남매

글. 김문영 | 사진. 이서연(AZA STUDIO) | 사진. 현진 (AZA STUDIO) | 2019년 4호

2019. 04. 26 117

사회가 정한 틀을 벗어난다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더 큰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홈스쿨링은 교사 역할을 하는 부모는 물론이고 아이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홈스쿨링 3년차로 접어든
하은이네 세 남매는 수없이 갈등하고 화해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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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고인돌 유적을 찾아서

하은이네 가족이 이른 아침 강화역사박물관을 찾았다. 바람이 제법 거셌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달음에 고인돌 무덤이 있는 곳으로 내달렸다. 눈으로 봐도 엄청난 고인돌의 크기는 무덤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니 더욱 생생하게 와 닿는다. 작년까지 세계사를 배우고 올해 한국사 수업을 시작한 가족은 다양한 주제의 박물관과 체험 공간을 찾아다니는 중이다.
하은이네는 기독교 계열의 홈스쿨 지원 기관인 조슈아홈스쿨아카데미의 통합 교육과정을 활용한다. 이 교육과정은 성경과 성품이라는 큰 주제를 중심으로 역사, 과학, 사회, 미술, 문학 등 여러 교과가 통합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겸손’이라는 주제로 개미의 생태를 배우거나 음악가의 생애 및 작품을 살펴본다. 이렇게 통합된 교재로 가정에서 수업을 하고 매주 1회 아카데미에서 열리는 수업에 참여한다. 부모는 교과뿐만 아니라 현장 학습, 독서 수업 등을 위한 부모 교육에 참여하며, 아이들은 오케스트라 활동 같은 모임을 통해 다른 가정의 아이들과도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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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히 이해할 때 얻는 성취감

평소 가족의 일과는 아침 일곱 시 반에 시작된다. 아이들은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씻고, 옷을 갈아입고, 밥을 먹고, 수업을 시작한다. 부모는 아이들이 적절한 계획과 규칙 속에서 책임감 있게 생활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어, 영어, 수학 등의 학과는 아이들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스스로 극복하고 성취하는 즐거움을 배울 수 있는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재능스스로학습은 여러 교재와 학습 시스템을 직접 비교해 보고 선택했다. 특히 하은이가 수학을 처음 시작할 때 반복 연습을 강조하는 교재로 공부했다가 흥미를 잃는 것을 보고 그 대안으로 찾은 것이 재능스스로학습이다. 원리부터 접근해서 이해력을 높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점이 아이의 특성이나 홈스쿨링의 방향과도 잘 맞아 꾸준히 계속해오고 있다.
“재능선생님과 상담할 때 진도가 늦더라도 정확히 알고 넘어가게 해달라고 말씀드렸어요. 빨리 배우게 하려고 부모가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아이가 공부할 의욕을 잃는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조금 느려도 충실히 익히면서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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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아이들의 갈등과 공존

학업 성취도를 우선한다면 학교나 학원이 효율적일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학업뿐만 아니라 사회성을 배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홈스쿨링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 세 남매의 부모는 경쟁을 피하기 힘든 학교 시스템 속에서 좋은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오히려 건강한 홈스쿨링을 통해 개인주의를 극복할 길을 찾고 있다.
처음에는 나이, 성격, 성별, 관심사 등이 제각각인 아이들이 한데 모여 있다 보니 갈등이 많았다. 24시간 내내 함께 지낸 적은 처음이라서 사소한 일로 부딪치기 일쑤였다. 아이들은 싸우고 반성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알게 됐다. 부모는 각자 이기심을 앞세우던 아이들이 조금씩 참고 기다리며 양보하는 법을 배우고 달라져가는 것을 보며 홈스쿨링의 보람을 찾는다.
“성경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 타인을 사랑하고 섬길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자는 게 홈스쿨링을 시작한 이유예요. 아이들이 어떤 직업을 꿈이라고 말하기보다는 그 직업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했으면 해요.”
하은이는 공간을 예쁘게 꾸미는 디자이너가 되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꿈을 꾼다. 축구가 좋아서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하민이는 어떤 선수가 될 것인지, 축구선수가 되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질문 받는다. 이러한 질문이 아이들에게는 당장 힘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되고, 타인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마음속에 간직해야 할 이유가 된다. 직업보다 더 큰 비전과 사명을 가진 아이들은 꿈을 이루는 과정도 더 당당하고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