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독하게 하지만 즐겁게

다시 지독하게
하지만 즐겁게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홍유진

글. 최지영 | 사진. 이서연(AZA STUDIO) | 2019년 3호

2019. 03. 27 84

3월의 활기로 가득한 캠퍼스에서 만난 홍유진 양. 이번에 3학년 2학기 과정에 복학했다는
유진 양의 에코백은 새로 구입한 전공 교재며 노트북 등으로 꽤 묵직했다. 반 학기 휴학을 통해 휴식하면서 진로에 대한
재탐색과 고민을 끝내고, 이전과는 다른 방향 새로운 목표와 함께 돌아온 모습은 싱그럽고 진지했다.
이제 또다시 새로운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몰두할 작정이다.

서브이미지

진로 탐색, 몸소 체험하고 고민하며

이번 3월 유진 양은 이전과는 방향이 다른 진로와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캠퍼스로 돌아왔다. 지난해 하반기 휴학을 하기 전까지 줄곧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경영과 마케팅 쪽으로 공부하고 활동했다면, 지금부터는 더욱 묵직한 경영학도의 길을 걸으려 한다.
“한국은행을 목표로 정했어요. 학과 교수님의 강좌를 들으면서 한국은행의 존재와 역할이 무척 멋져 보였어요. 그러려면 경영 일반부터 전략경영, 재무회계 쪽으로 더 어려운 공부를 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금융기관이니까요.”
이 진로 변경을 결심하기까지는 진지하고 다양한 탐색과 체험의 과정을 거쳤다. 어릴 때부터 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유진 양은 연세대 경영학과에 진학한 후, 예술경영과 마케팅 쪽에 눈을 두었다. 연극과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을 감상하면서 서포터즈로 티켓과 상품 홍보 활동도 해봤다. 그에 대한 한 줄 소감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막상 해보니 제가 광고, 홍보 쪽으로 기발한 아이디어에 강하지는 않더라고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상경대 연극 동아리에서 배우로도 활동해보았고 연출가로서 작품을 무대에 올려보기도 했다. 뮤지컬 작품을 한 편의 연극으로 완성해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과정은 그동안 꿈꾸던 세계가 안고 있는 현실의 많은 고충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어떤 일보다 성실하게 해내고 싶었지만, 작게는 분당에서 신촌 캠퍼스까지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고 함께 준비하는 스태프들과의 의견 조율, 작품 홍보와 마케팅까지 녹록치가 않았다. 이렇게 오랜 꿈과 연계된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유진 양은 더 큰 설렘과 가능성을 찾기보다 그 꿈은 ‘취미로’ 남겨두기로 했다. 이래저래 혼란스러웠을 법한 고민을 좀 더 분명히 들여다보고 휴식을 취할 겸 학업을 잠시 쉬기도 했다. 휴학 중 엄마와 함께 다녀온 동유럽 여행은 모녀간에 흔히 있을 법한 다툼과 갈등을 해소하는 좋은 기회였으며, 새로운 길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서브이미지

아이의 꿈, 엄마의 코칭

유진 양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소설을 쓰고 싶어 했다. 어릴 때 흔히 그렇듯 친한 친구따라 체험따라 자주 바뀌던 가벼운 희망사항이 아니라 꽤 진지한 꿈이었다. 매일 규칙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틈나는 대로 소설을 써보았고, 지금도 해마다 열리는 한 기업의 문학상에 정식으로 응모한 적도 있다. 입상의 문턱을 쉽게 넘지는 못했지만 글을 계속 썼다.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입학해 친구들의 글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기도, 차츰 글쓰기의 스트레스를 알아가기도 했다. 전업보다는 취미로 남기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편 어머니는 유진 양이 좋아하는 글쓰기를 인정하면서도 유진 양이 학업에 더 집중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특히 수학과 독서의 기초를 탄탄히 다지도록 이끌어주었다. 재능스스로학습으로 먼저 공부한 오빠를 따라 유진 양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재능스스로수학》과 《생각하는피자》를 중심으로 학습의 기초를 닦았다. 모든 과목을 다 하기보다 수학과 책읽기는 기초부터 탄탄히 닦아나가야 한다는 게 어머니의 생각이었다.
“엄마는 하루에 조금씩 꾸준히 스스로학습교재를 풀도록 도와주셨는데, 기초 실력을 닦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특히 새로운 개념을 공부할 때 어떤 식으로 접근하면 되는지 알게 해주었어요. 저는 그 습관대로 매일 같은 시간에 공부하고 책을 읽었거든요.”
유진 양에게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가장 가깝고 믿을 만한 학습 멘토이자 진로 지도 코치였던 셈이다. 아이의 꿈과 재능을 파악하면서도 세상을 먼저 경험한 이의 안목에서 딸이 걸어가기에 보다 바람직한 길을 원한 것 같다. 딸이 꿈꾸던 소설가보다는 예술·공연 마케팅 쪽으로, 그리고 다시 전문 경제인 쪽으로 말이다. 중요한 것은 그 조언과 코칭이 일방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유진 양은 어머니의 값진 조언을 신중하게 헤아리고 수용할 줄 아는 딸이다.
“저희 엄마는 아이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지혜로운 길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엄마가 말씀하시는 대로 해보면 그 길이 맞더라고요. 공부며 성격이며 모두 잘 파악하고 길을 안내해주시는 것 같아요.”

서브이미지

지금도 도움 되는 ‘재능 습관’

유진 양은 일 년 전부터 초등학생들의 공부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기업 연계 장학 프로그램의 하나로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자녀들의 학습을 돌봐준다. 어려서부터 익힌 ‘조금씩 재미있게 꾸준히’ 하는 공부 습관을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수하는 중이다. 자신이 하던 대로 배워야 할 진도를 나가고, 부족한 부분은 보충하고, 분명히 익히기 위해 복습하고 예습하는, 다시 말해 스스로학습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제가 어릴 적 재능교재로 공부할 때와 비슷한 시기라서 꾸준히 재미있게 학습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요. 그때처럼 칭찬 스티커도 활용하고요. 가르쳐보니까 한 번에 갑자기 잘하는 모습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개선해가는 모습이 더 뿌듯하고 보기 좋아요.”
키가 자랄 뿐 아니라 학습에서도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은 웬만한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공부 멘토링은 올해도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이밖에도 맛집 탐방을 좋아하고 다도 동아리 회원으로서 차의 고장 하동까지 찾아가 찻잎을 따서 말리기까지 해본 일도 자랑할 만한 체험이다. 서울 시내의 퓨전 홍차로 유명한 찻집도 주저 없이 권한다. 그러다가 인터뷰가 끝난 늦은 오후에도 도서관으로 향한다. 경영학도에 걸맞은 새 목표를 향하면서도 오랜 꿈을 잊지 않은 모습이다. 두 가지 모두 못할 것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