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보다 재미있는 것부터

중요한 것보다
재미있는 것부터

글. 이민규(심리학 박사, 《실행이 답이다》·《지치지 않는 힘》 저자) | 사진. 이미지투데이, 클립아트코리아 | 2019년 3호

2019. 03. 27 71

“나는 평생 단 하루도 일하지 않았다. 재미있게 놀았다!”(토마스 에디슨)
“노벨상을 안 받을 수는 없소? 난 그저 재미로 물리학을 했을 뿐이오.”(리처드 파인만,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나는 재미있는 수업만 찾아 청강했고 그 중 하나가 서체 수업이었다. 그것이 애플컴퓨터와 아이폰으로 이어졌다.”(스티브 잡스).
어떤 분야든 최고의 업적을 내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기가 하는 일과 삶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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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답이다!

청소년들을 상담하다 보면 다양한 문제를 호소한다. “학교 가기 싫어요”, “부모님과 대화가 안 통해요”, “친구들 때문에 짜증나요”···. 어른들의 사연도 제각각이다. “아이가 속을 썩여요”, “장사가 안 돼요”, “부부 사이가 나빠요”···. 사연은 모두 다르지만 결론은 한 가지로 수렴된다.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왜 공부를 해야 하고 왜 좋은 대학을 가야 하는가? 왜 일을 열심히 하고 부자가 되어야 하는가? 아무리 고상한 말로 포장해도 한 꺼풀만 벗겨보면 하나로 정리된다. 모두 재미있게 잘 살기 위해서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재미있게 공부하고 재미있게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이미 아주 오래 전에 공자는 말했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느니라.” 독일의 심리학자 롤프 메르클레 역시 이렇게 말했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여러 심리학적 연구들도 성취 수준을 결정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재미와 흥미를 느끼는 동기요인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밝혀냈다. 왜 그럴까? 앞의 말들을 거꾸로 추적해보면 그 의미가 명확해진다. 재미있게 즐기다보면 더 노력하게 되고, 더 노력하면 더 많이 알게 되고, 더 많이 알게 되면 결국 재능을 타고난 사람보다 더 큰일을 하게 된다. 그래서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재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그렇다면 재미가 무엇이고 왜 재미가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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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도 재미 나름, 능동적 재미를 알아야

내 자식은 좋아하는 일, 재미있는 일만 하게 해주고 싶다는 부모를 종종 만날 수 있다. 대개 재미없이 사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자칫 함정이 된다. 재미도 재미 나름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허구한 날 재미있는 게임을 하면서, 인터넷 채팅이나 웹툰만 즐기고 기분 좋은 노래만 듣고 친구들과 수다만 떤다면 어떨까? 어른이 되어서도 재미있는 일만 찾아다닌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려면 각각의 발달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중요한 과업들이 있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를 해야 하고, 취업을 하면 일을 잘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가 되면 자녀 양육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공부나 일이나 자녀 양육은 게임이나 텔레비전 시청, 노래 듣기나 수다 떨기처럼 노력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놀이연구가 하이징아는 재미를 수동적인 재미와 능동적인 재미로 구분하고 있다. 수동적인 재미는 드라마나 영화 시청, 인터넷 검색이나 채팅,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이 적극적인 관여나 노력 없이 자극의 영향으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말한다. 일시적인 기분 전환을 위한 활동들은 대부분 수동적 재미이며 효과도 일시적이고 그 끝에는 허무함이 남는다.
반면, 능동적 재미란 적극적으로 자아가 관여해서 뭔가를 새로 배우고 만들어가는 성장 과정에서 느껴지는 재미이다. 즐거운 시간을 꽤 많이 보내지만 나중에 별로 기억에 남지 않고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허무함만 남는 수동적인 재미와 달리 능동적인 재미는 노력을 투자하기 때문에 성장을 동반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보람과 자기효능감이 누적되며 만족감도 오래 지속된다. 아이들이 수동적인 재미에 익숙해지면 운동이나 공부와 관련된 능동적인 재미를 느끼는 능력과 태도가 손상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동시에, 중요한 일을 통해 능동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재미를 일으키는 불쏘시개 8가지

불이 쉽게 붙지 않는 장작을 땔 때 불이 쉽게 옮겨 붙게 하려고 먼저 태우는 종이나 낙엽, 또는 솔가지 따위를 불쏘시개라고 한다. 공부나 일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을 재미있게 하도록 만들려면 거쳐야 하는 몇 가지 심리적 과정들이 있다.

하나, 지시나 명령보다 자발적으로 선택하게 방 청소를 막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청소 좀 해’라고 하면 청소할 생각이 싹 달아난다. 자유의지를 훼손당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공부나 숙제, 시험 공부는 왜 하기 싫을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마지못해 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나 억지로 하는 일은 재미가 없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뭔가를 하도록 해야 한다면 명령이나 지시보다 제안을 해서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이 좋다.

둘, 오래 하기보다 짧지만 즐기면서 어느 날 중학생 딸아이가 수학은 아무리 공부를 해도 안 된다며 머리가 나쁜 것 같다고 울면서 말했다. 그래서 내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내밀면서 아빠가 얼마나 공부를 못했는지 보여주었다. 그런 아빠가 평생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즐기면서 했기 때문이라고 말해줬다. 그러니 오래 하지 말고 짧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 후 수학 실력이 아주 조금씩 늘면서 고등학교 때는 수학 1등급으로 졸업을 했다.

셋, 어차피 할 일이라면 미소를 지으면서 사람은 행복하기 때문에 웃지만 웃기 때문에 행복해지기도 한다. 표정이 달라지면 감정과 태도가 달라진다. 실제로 똑같은 만화를 주면서 한 집단은 심각한 표정으로, 다른 집단은 미소를 지으면서 보도록 하면 후자가 그 만화를 훨씬 더 재미있다고 평가한다. 공부를 재미있게 하려면 미소를 짓고 하면 된다. 표정이 달라지면 공부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

넷, 가르치면서 배우고, 배워서 남주게 더 많이 가르치고 싶다면 자녀에게 가르쳐달라고 부탁하자. 유교 경전 《예기》에서는 가르침을 통해 더 많이 배우게 된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지혜를 강조한다. 유대인들 역시 교학상장의 의미를 오래 전부터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그들은 초등학생들에게 그보다 어린 유치원 아이들을 가르치도록 한다. ‘배워서 남주냐’라며 다그치지 말고 배워서 남주도록 가르치자. 그래야 더 재미있게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에게 가르쳐주는 것만큼 신나는 일도 없다.

다섯, 너무 쉽지도 않고, 너무 어렵지도 않게 너무 쉽거나 뻔한 내용은 재미가 없고 너무 어려운 것은 무력감을 겪기 때문에 하기가 싫어진다. 그래서 행복심리학의 대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몰입도를 높이려면 과제의 난이도와 학습자의 수행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제 난이도가 아이의 수행 능력보다 살짝 높아서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해야 한다.

여섯, 좋아하는 일과 중요한 일이 이어지게 수학, 영어, 컴퓨터, 일본어, 게임 중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게임이고 제일 싫어하는 것은 수학이다. 아이에게 무엇을 가장 먼저 하라고 하겠는가? 내 친구의 아들은 어렸을 때 게임에 빠졌다. 일본 게임을 하려고 스스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또 게임을 만들기 위해 컴퓨터를 공부했고, 컴퓨터를 더 잘하려고 영어와 수학 공부에 빠졌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지금은 전세계 젊은이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구글에서 근무하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먼저 하라. 그리고 중요한 일에 접목하라.

일곱, 이유를 찾고 파생효과를 그려보게 수없이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에디슨이 버틸 수 있게 한 것은 ‘파생효과 노트’였다. 그는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꿈이 실현된 후 일어날 수 있는 파생효과들을 글로 정리했다. 전구에 대한 아이디어가 한 페이지였다면 전구 발명 후에 얻을 수 있는 파생효과는 무려 아홉 페이지나 정리했다. 그리하여 다른 연구자들이 포기한 전구 발명에 성공했다. 열심히 하라고 하지 말고 그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파생효과를 그려보게 하자.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이유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여덟, 재미없는 과정을 거쳐야 함을 깨닫게 어디서 무슨 일을 하건 능동적인 재미를 느끼려면 그만큼 재미없는 지루한 기간을 거쳐야 한다. 자기 일을 즐기면서 남다른 성과를 내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그들 모두는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오랫동안 재미없는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다. 등가 교환의 법칙이 있다. 뭔가를 얻고 싶다면 그 가치만큼의 뭔가를 희생해야 된다. 재미있게 살고 싶다면 그 대가로 무엇을 지불할 것인지 찾아보도록 가르쳐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재미와 몰입도를 높여주는 부모의 자세 3가지

경영 컨설턴트 톰 피터스는 이렇게 말했다. “일을 할 때 첫째 전제는 지루하거나 재미가 없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가 없다면 당신은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가 없다면 우리 아이들이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부모가 먼저 재미있게 살아라
    아이들이 재미있게 공부하기를 원한다면 부모가 재미있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라. 엄마나 아빠가 드라마 시청, 음주, 수다 떨기 같은 수동적 재미에 빠져 있으면서 직장 일, 청소나 설거지처럼 해야 할 일을 할 때 짜증을 낸다면 어떻게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즐기면서 하겠는가?

  2. 결과보다 과정을 칭찬하라
    콜럼비아대 캐롤 드웩 교수는 점수나 학점과 같은 결과를 중시하는 ‘결과지향적’ 학생들과 학습 과정 자체를 중시하는 ‘과정지향적’ 학생들을 비교했다. 과정지향 학생들이 결과지향 학생들보다 공부를 더 즐겼으며, 실패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더욱 노력하는 것을 확인했다. 점수에 연연하지 말고 노력하는 모습을 칭찬하라.

  3. 비교하거나 서두르지 말라
    경주에서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 것은 애초에 토끼를 경쟁자로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봄에 피는 개나리도 있고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가 있듯이 아이들은 성장 속도가 모두 다르다. 지금은 100세 시대이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꾸준히만 한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주변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자존심을 꺾거나 성과가 느리다고 조급해하지 말라. 재미의 가장 큰 적은 압박감과 불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