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위한 어느 과학기술자의 조언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위한
어느 과학기술자의 조언

글. 맹성렬(우석대 전기전자공학교 교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공학박사) | 사진. 이미지투데이 | 2019년 2호

2019. 02. 27 125

미국의 사회운동가이자 존경받는 전 영부인인 엘리노어 루즈벨트는 ‘아이가 태어날 때 만약 엄마가 요정에게 아이의 가장 유용한 선물 하나를
청할 수 있다면, 그 선물은 호기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여섯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했던 그녀가 아이의 호기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쳐주는 말이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도 가장 위대한 업적은 ‘왜’라는 아이 같은 호기심에서 탄생한다며, ‘마음속 어린아이를
포기하지 말라’라고 한다. 아이와 같은 호기심으로 일관된 삶을 산 대표적인 과학자로 프란시스 크릭을 꼽을 수 있다.
DNA의 발견으로 노벨상을 받은 그의 호기심이 얼마나 천진난만해 보였는지 주변에서 그를 관찰할 수 있었던 이들은
그의 행동이 어린아이 같았다고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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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마음이 열리게 하라

호기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데 그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모든 사고나 활동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호기심이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라고 말했다. 로마제국의 철학자 키케로는 호기심을 ‘직접적인 보상에 대한 유혹과는 무관한 순전한 앎에 대한 사랑’이라고 정의했다. 현대에 이르러 이런 고대 철학자들의 정의들이 행동심리학을 기반으로 하여 규정되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 조지 로웬스타인은 호기심이 인지 발달, 교육, 그리고 과학적 발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추동력이라 꼽고 있다. 그런데 그는 호기심이 발동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어떤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전혀 모르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실제로 호기심이 지식과​​ 함께 커지는 것은 많은 연구에서도 밝혀지고 있다.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이 시작되려면 ‘흥미로운 그러나 완전하지 않은 정보’에 노출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로웬스타인의 논지다. 이 주장은 알버트 아인슈타인에 의해서도 지지받는다. 그는 ‘새로이 맞닥뜨린 문제로 한 번 열린 마음은 다시 그 이전 크기로는 되돌아가지 않는다’라고 했다. 마음이 열리게 하는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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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 아이의 질문에 답은 항상 열려 있어야

그렇다면 초기의 지식 공급자는 누구일까? 어린 아이에게 최초로 지식을 공급하는 역할은 주변 환경이 한다.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의 오감을 자극하는 환경적 요인이 어린아이에게 최초의 정보 제공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자극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아이들은 호기심을 갖게 된다. 눈에 보이는 저것이 무얼까, 저 소리는 무슨 소리일까 등 아이들의 호기심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렇게 유아기에 주변의 일차적 자극에 의해 발동되던 호기심은 조금씩 커가면서 이차적 자극에 의한 호기심으로 대치되기 시작한다. 지식 축적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 단계부터는 단순한 자극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서 그 근원에 무엇이 있는지, 자극들 상호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와 같은 좀 더 깊은 사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말을 하게 되고 자신의 호기심을 언어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왜’로 시작되는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왜 낮은 밝고 밤은 어두운 걸까? 꽃은 왜 좋은 향기가 나고 똥은 나쁜 냄새가 나는 걸까? 밥을 먹지 않으면 왜 배가 고픈 걸까? 나는 작은데 왜 엄마 아빠는 큰 걸까? 이와 같은 온갖 호기심이 발동되면서 이제 호기심을 유지시키는 지식의 주요 제공자가 주변 사람들, 특히 부모가 된다.
나는 어렸을 때 ‘왜’를 달고 살았다. 무엇 하나라도 모르는 것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심할 정도로 집요하게 질문을 해대니 주변 어른들이 무척 난감했을 것이다. 보통 내 질문을 받아주던 분들은 어느 정도 답을 해주다가 결국에는 짜증을 내며 좀 더 크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라면서 말문을 막으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머니는 좀 달랐다. 인내를 갖고 가능한 끝까지 답해주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처럼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는 시기에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의 질문에 어떤 답을 해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장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 답은 아이들 수준에 맞춰야 하므로 차츰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그 답이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정답’을 말해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 하나의 답이 있다는 식의 단정적인 답변은 아이의 호기심을 죽이는 독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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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기, 독서를 호기심 여행의 길잡이로

차츰 아이들의 질문은 좀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져 종종 부모의 상식 선에서 해결되지 않는 단계에 접어든다. 결국 부모도 공부를 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다양한 매체가 발달한 시대에 필요한 정보를 간추려 아이에게 전달하는 일은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진 것이 사실이다. 부모가 조금만 부지런하면 아이의 호기심을 키워주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이가 매우 도전적이라면 이런 학습을 함께 하는 것도 좋다. 정보 홍수 시대에 어떻게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직접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때엔 반드시 부모가 함께하면서 지도해야 한다. 자칫 아이들이 잘못된 길로 빠져들 수 있는 유혹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첨단 매체들이 줄 수 있는 정보의 질이나 양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준은 국제적인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
따라서 아이들의 호기심에 대한 답을 독서에서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책은 단지 답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다른 문제들과 연계된 좀 더 복합적인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저절로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의 호기심 여행 길잡이가 될 책의 선정이 중요하다. 너무 단편적으로 요약 정리가 되어 있는 책보다는 아이가 사색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책이 좋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에 가면 정답을 찾는 교육에 휘둘리게 될 아이를 미리 그런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네댓 살이 되던 무렵 생각의 깊이와 폭이 커졌고 질문의 수준도 더 이상 어머니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어느 날부터인가 세계문학전집과 과학백과사전들이 집안 서재를 빼곡히 채우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독서가 세계를 인식하고 해석하는 나의 마음이 매우 크게 열리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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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융합 교육의 힘

나는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강했고 어떻게든 나름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했다. 그런 태도가 지금까지 이어져 여전히 ‘호기심쟁이’ 과학자로 살게 된 밑거름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나의 호기심 추구와는 정확히 들어맞는다. 요즘 주변 아이들을 보면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고 의문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별로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워낙 좋은 교재도 많고 학원이나 인터넷 기반의 여러 학습 방법들이 나와 있어 어느 정도 의지만 있으면 중요한 지식과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정작 아이들은 이런 것들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왜 그럴까? 세태 탓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아동 교육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때 가정이 있는 주변 사람들 덕분에 영국식 교육을 접할 수 있었는데, 아주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대부분의 경우 교과서라는 것이 없었고, 학생별로 진도가 다르게 적용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이들을 차별한다고 난리가 날 사안이다. 또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과목을 나눠 가르치지 않고 학생이 관심이 있는 주제를 선택하게 한 후 그에 따라 국어, 수학, 과학 등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했다. 내가 어렸을 때 영국에서 공부했다면 숙제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오히려 그 재미에 밤을 샜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교육해도 문제가 없을까? 중·고등학교까지 학습 능력이나 지식 수준을 비교하면 영국 학생들이 우리나라 학생들보다 평균적으로 낮다고 한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이 들어 있는 적지 않은 영국 학생들은 대학 시절부터 놀라운 학습 능력을 발휘하며 학부 논문 수준이 웬만한 석·박사급 논문에 못지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호기심을 추구할 수 있게 하고 스스로 그것을 해결하도록 하는 교육법의 극적인 효과가 대학 때 드러나는 것이다.
요즘의 화두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창의적 인재다. 이런 인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샘솟는 호기심을 좇아 스스로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결실로 맺어지는 것이다.

호기심을 유지하고 증폭시키는 방법

이 글을 쓰기 위해 국내외 호기심 관련 논문들을 읽어봤더니 나의 경험이나 느낌과 큰 차이가 없었다. 결국 공통된 요지는 ‘나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어떤 문제를 해결했을 때 느끼는 희열로 내 마음은 더 커지고, 한 번 커진 마음은 계속 커질 뿐 다시 작아지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그렇게 첫 도약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그런 희열을 느낄 수 있게 할까? 여기서 그 방법을 소개한다.

  1.    아이가 묻는 것에 끝까지 성의있게 답하라.
    건성으로 하는 답은 아예 답을 하지 않는 것만도 못하다.

  2.   지식의 한계로 더 이상 답을 해주기 어려우면 그 질문에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책을 사줘라.

  3.   책을 읽고 아이가 질문을 해오면 같이 그 책을 읽고 거기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답이 되어 있는 또 다른 참고 도서를 찾아서 아이에게 주고, 같이 고민하라.

  4.   책에서 어떤 정답을 구할 수 있다는 망상은 버려라.
    이 세상에 정답은 없다. 심지어 이런 문제는 인문사회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에서도 마찬가지다.

  5.   아이들이 스스로 답을 얻으면 그것이 다른 그 누구의 답보다 못하지 않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격려하라.

  6.   아이들이 모든 것을 의심하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조장하고 강요하는 것은 죄악이다. 누구나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조차 의심하고 고민하도록 사기를 북돋워라.

아이와 함께하는 호기심 증진을 위한 실험

  1. 촛불을 이용해 공기의 존재를 확인시켜준다.
    어린아이는 공기가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공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간단한 방법도 있지만, 좀 나이가 들면 다음과 같은 촛불 연소에 의해 공기가 사라지는 실험을 해줄 수 있다.
    첫째, 페트리 디쉬(Petri dish, 샬레라고도 부르는 실험용 접시) 위에 색소를 탄 물을 1/3 정도 채운다. 둘째, 그 위에 티라이트 양초(tea light candle)를 띄운 후 초에 불을 붙인다. 셋째, 초가 가운데로 오도록 하여 투명 플라스틱 컵을 그 위에 씌운다. 넷째, 컵 안으로 물의 수위가 올라가는 것을 관찰한다. 다섯째, 아이와 그 이유에 대해서 토론한다.

  2. 나침반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나침반의 바늘이 항상 남북을 가리킨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를 방해하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토론해볼 수 있다.
    첫째, 나침반을 편평한 바닥에 놓고 바늘이 정지할 때까지 기다린다. 바늘의 방향이 대체로 남북을 가리킴을 설명하고 실제로 그런지 확인시킨다. 둘째, 나침반의 바늘 방향을 교란시키기 위해 자석을 이용한다. 이를 통해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자석임을 깨닫게 한다. 셋째, 스마트폰 충전기선 등 직류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나침반 주위에 놓아 어떤 영향을 받는지 확인한다. 이를 통해 전기와 자기가 어떤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후 둘 사이에는 과연 어떤 관련이 있는지 스스로 탐구 보고서를 쓰도록 유도한다.

  3. 식물전지를 만들어보며 자연의 신비와 인간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식물전지라는 개념은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도 그 원리를 알기 어렵다. 하지만 실험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의 신비와 이를 활용하는 인간의 지혜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첫째, 생감자 2개를 2~3센티미터 두께로 썰어 준비한다. 둘째, 디지털 시계의 전지를 빼고 두 전극에 구리판이 연결된 전선과 아연판이 연결된 전선을 연결시킨다.
    셋째, 시계가 연결된 구리판을 첫 번째 감자에, 아연판은 두 번째 감자에 각각 꽂는다. 넷째, 양끝에 구리판과 아연판이 연결된 전선을 준비하여 구리판을 첫 번째 감자에, 아연판을 두 번째 감자에 꽂는다. 다섯째, 시계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후 감자와 금속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토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