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는 저마다 빛나는 스토리텔러

모든 아이는
저마다 빛나는 스토리텔러

글. 허영림(국민대학교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교수) | 사진. 이미지투데이 | 2019년 1호

2019. 01. 30 67

개인차는 누구에게나 있다. 지능의 차이, 능력의 차이, 관심의 차이 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놀랍게도 이런 차이를 아이들도 알고 있다.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부모에게 있다.
부모는 아이마다 다른 개인차를 알고 있다고 말은 하면서도 진심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조바심을 낸다.
그 이유는 개인차를 인정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마땅히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가 어떻게 하면 아이의 개인차를 극복할 수 있을까만 궁리하다 보면 인내하고 기다겠다는 처방을 내리기 어렵다.

서브이미지

문제는 부모의 두려움

언젠가 중3 아들을 둔 엄마와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아들이 작곡을 하고 싶다고 해서 매일 다투던 중 어느 날 아들이 가출을 해버렸다. 온 식구가 찾아다니는 소란 끝에 집으로 데려온 후에는 하고 싶다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는 스스로 알아서 학교 공부도 잘했고 짬짬이 작곡도 했다. 그 엄마는 지금은 고등학생인 아들이 그때 혼자 잘 이겨낸 게 대견하면서도 미안하다고 했다. 돌아보니 당시에는 아들이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져 무조건 반대하고 공부에 안달했다는 것이다.
무지가 용맹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부모가 일차적으로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데, 그 이유는 공부가 뒤처질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나친 간섭과 과보호로 이어져 아이를 힘들게 만든다. 흔히 부모는 학업 성취 면에서 뒤처지거나 남들과 다를 것 같은 이상 조짐이 보일 때 가장 두려워한다.

서브이미지

경험하고 공감하고 사색하도록

앞으로 맞이할 시대는 속도 경쟁의 시대가 아니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가 쓴 《새로운 미래가 온다》라는 책에서 꼽은 미래 인재의 조건을 보더라도 속도는 중요치 않다. 그가 말하는 미래 인재의 여섯 가지 조건은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와 가치이다. 이들 각각의 조건을 관통하는 것은 바로 개개인의 감성과 공감이라 할 수 있다. 상품도 유니크한 디자인과 스토리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친근감을 유발해야 잘 팔리는 시대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공감이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의사 왓슨의 진단이 사람의 진단보다 더 정확하다 하더라도 의사라는 직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서로 협업해야 한다. 기존의 학과 공부로도 공감을 배우지만, 여러 사람과 부딪치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맞춰나가면서 진정한 의미의 공감력이 쌓인다. 공감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놀이이다. 놀이의 목적은 즐거움에 있다. 그렇다! 우리는 늘 진지하기만 한 사람보다 재미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즐거움과 재미를 찾아 잘 놀고 신나게 사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
대개 부모는 아이의 학교 공부나 성적에 급급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이가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자체가 창의이고 조화이다. 부모로서 이 반가운 재능을 바로 발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게 좋다. 부모의 생각 안에 아이를 가두지 말아야 한다.
결국 다니엘 핑크가 말하는 미래 인재 유형은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다. 즉, 창작하는 사람들이나 타인과의 공감 능력을 가진 사람들, 패턴을 읽는 사람들, 열정을 갖고 자기 일을 즐기는 사람들,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자기 스토리를 겸비한 사람들이다. 스토리를 겸비한 사람들은 남을 설득하거나 의사소통에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데, 이는 곧 자기이해력이 높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스토리텔러라고 말한다. 이런 인재 유형을 보더라도 여러 사람과 경험하면서 공감을 배우고 사색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이것은 학습 결과를 위한 비교와 속도 경쟁으로 말할 수 없는 다른 영역이다. 따라서 부모는 어려서부터 아이가 집중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 그것이 경험으로 발현되도록 도와야 한다.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해하는 부모야말로 인공지능 시대의 요구에 따라 아이의 개인차를 인정하면서 믿고 기다릴 수가 있다.

서브이미지

아이의 삶을 미리 디자인하지 말라

사실 지혜로운 부모는 아이에 대해 서두르지 않는다. 기다려주는 만큼 아이는 스스로 잘 자란다. 아이는 크든 작든 여러 형태의 실패를 경험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배워간다. 그러나 반대 유형의 부모는 아이들을 과잉보호한다. 과보호 속에서는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가 어렵다. 특히 요즘 엄마들은 실패의 기회를 주지 않고 키우기 때문에 오히려 내면적으로 회복력이 강한 아이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는 셈이다. 엄마가 아들의 신학기 수강 신청을 대신 해주는 경우, 엄마가 딸아이 학점에 대해 교수에게 따지는 경우, 다 큰 자녀의 친구관계에 참견하는 경우, 부모 집에 얹혀사는 캥거루 자녀를 둔 경우 등 우리는 과보호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여기저기서 마주치게 된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일수록 예방 차원에서라도 스스로 서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아이와 그 개인차를 믿어야 한다. 아이를 믿고 기다릴 수 있으려면 첫째, 아이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마음을 읽은 다음에 그 준비 과정을 믿고 묵묵히 기다려줘야 한다. 애벌레가 아름다운 나비가 되기 위해서 탈바꿈을 하듯 인간은 저마다 고유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기에 그것을 집중적으로 개발해주면 몇 번의 변신을 통해 아름다운 나비로 탄생한다. 이 과정이 조금 길어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때로는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방식이 다르더라도 내버려두는 여유가 필요하다. 아이는 나름대로 자신만의 방법을 즐기는 것이다. 그러니 ‘이건 이렇게 가지고 놀아야지’라며 참견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만약 아이가 “엄마, 나는 그림 그릴 때 행복해!”라고 말했다고 하자. 아이에게 대뜸 “그림 그려서 뭐하려고?”라는 식으로 반응해버리면 더 이상 소통은 불가능해진다. 대신 “우리 아들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구나. 왜?”라고 물으면 아이는 “몰라. 그냥 색칠할 때 재밌는 것 같아!”라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이때 부모는 “아, 그렇구나”라고 공감만 해주면 된다. 아이는 자신에게 공감해주는 사람만 곁에 있어도 스스로 꿈을 발전시켜 나간다. “공부나 해!”라는 잔소리나 부모 중심의 설득과 지시는 아이가 꿈을 펼치기도 전에 차단해버리는 독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둘째, 아이의 삶을 미리 디자인하지 말라! 아이에게는 마음껏 실패하고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아이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엄마들에게 특히 요구되는 것이 인내심이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부모들을 보면 아이가 실패하지 못하도록 모든 방해 요소를 제거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런 태도가 더 무능하고 회복력이 없는 아이를 만든다. 원래 ‘실수는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이 있다. 일어날 힘을 기르기 위해 넘어지는 것은 필수이며, 넘어진 아이는 반드시 일어날 힘도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한 살이라도 일찍 실수를 해봐야 더 빨리 유능해진다. 넘어져도 놀라지 말고 “일어날 수 있어, 울지 마!”라고 격려하라. 그 뒤에 아이 스스로 일어나 다리를 털면 그때 “애썼다, 잘했네”라고 말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 아이만의 열쇠를 쥐어주는 방법

  1. 정기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을 모색한다.
    토요일마다 온 가족이 집근처 약수터에 다녀오기 등 정기적인 미션은 아이의 관심거리를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조금 큰 아이라면 1박 2일 여행이나 캠핑도 좋다. 음식도 만들어 먹고 다른 가족과 게임도 하면서 아이의 성향과 장점도 새로 찾을 수 있다. 고학년이라면 단체에서 하는 캠프를 일주일쯤 보내자. 부쩍 커서 온 느낌도 들고 단체 생활에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겸손해진 모습을 부모로서 보는 즐거움도 좋다.

  2. 가끔은 해줄 수 있는 것도 멈추고 기다려본다.
    아주 어린아이에게는 가끔씩은 해줄 수 있는 것도 해주지 말고 기다린다. 읽을 그림책을 뽑아오거나 양말을 챙기는 등 엄마 손으로 해주던 것들을 멈춰보자. 부모가 일일이 다 해준 아이는 경쟁력이 없다. 조금 큰 아이라면 부주의로 잃어버린 점퍼를 다시 사주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점퍼 없이 작년에 입던 것을 입으며 책임감을 느끼는 경험을 선물하자.

  3.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실제로 허락한다.
    고학년인 경우 친구들과의 자전거 여행 등 아이들이 정말 원하는 일을 허락해준다. 물론 위험 부담도 있지만 그것을 감안해 예정된, 실수할 수밖에 없는 경험을 허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의 한계를 겪음으로써 겸손해지며 신중한 아이로 성장한다.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다.